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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나이테 대신 이것 보면 알아요, 스트로브잣나무 나이

중앙일보

입력

새해가 된 지 어느새 두 달째네요. 2월에는 24절기 중 ‘입춘’도 있고, 우리 민족의 명절 설날도 있습니다. 설날 연휴에는 멀리 떨어져 사는 일가친척이 한자리에 모여 그간의 이야기도 나누고 맛난 음식도 먹지요. 설날을 쇠면서 비로소 한 해의 시작을 실감하기도 합니다. 설날 하면 아침에 먹는 떡국이 떠오르는데요. 우리 민족에게 쌀과 관계된 음식은 빼놓을 수가 없고, 그중에서도 특히 떡국은 제대로 한 그릇 먹어야 나이도 한 살을 먹게 된다고 여기죠. 세상에 있는 생명체들도 우리 사람들처럼 나이를 해마다 먹어요. 우리가 생각하는 어른스러워진다는 의미의 나이 말고도 세월이 흐르면서 낡아진다거나 역사가 깊어진다는 의미의 나이는 모든 존재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나무도 나이를 먹을까요? 나무도 당연히 나이를 먹습니다. 그럼 사람처럼 나무의 나이를 셀 수 있을까요? 보통은 나무를 잘라서 나이테를 세어서 나이를 가늠합니다만, 나이 좀 알자고 멀쩡한 나무를 막 자를 수는 없죠. 지금 살아 있는 나무의 나이가 궁금할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이테처럼 정확하게 알기는 어려워도 꽤 근사치로 나이를 유추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특히, 다른 나무들은 아직 잎을 돋우지 않은 이 계절에 푸르른 빛을 띤 소나무나 잣나무와 같은 침엽수를 보면 쉽게 나이를 셀 수 있어요. 그중에서 도심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트로브잣나무 이야기를 해볼게요.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47 스트로브잣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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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브잣나무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잣나무면 잣나무지 웬 스트로브? 이름만 들어도 외래종임을 알 수 있죠. 원산지는 북아메리카 대륙입니다. 1920년경 국내에 도입된 이후 공원의 조경수나 가로수로 많이 심었어요. 스트로브잣나무는 영어로 white pine이라고 합니다. 나무껍질이 회백색이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잎에도 희끗희끗한 부분이 있어서 그렇게 부르는 듯도 해요. 스트로브잣나무의 학명은 pinus strobus입니다. pinus는 소나무라는 뜻이고, 뒤에 붙은 strobus(스트로브)는 솔방울이란 뜻입니다. 주렁주렁 매달린 솔방울이 인상적이어서 그렇게 학명을 붙였나 봐요.

침엽수들의 열매는 다른 나무들의 열매와 조금 다릅니다. 대개 솔방울을 닮았지요. 둥근 형태에 익으면서 목질의 비늘 조각이 조각조각 쪼개져 벌어지는 형태로, 구과(毬果)라고 합니다. 스트로브잣나무의 열매도 구과예요. 소나무 구과에서 나오는 씨앗은 새나 청설모는 먹지만 사람은 먹지 않죠. 먹어 볼 것도 없이 씨앗이 아주 작거든요. 그리고 날개가 달려서 날아갑니다. 보통 잣나무의 씨앗은 잣이라고 부르며 식용하죠. 각종 음식의 재료로도 쓰이고, 식혜나 수정과에 멋스럽게 띄우기도 해요. 그런데 스트로브잣나무의 씨앗은 소나무의 씨앗처럼 크기가 작고, 날개가 달려있어서 바람을 타고 이동합니다.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47 스트로브잣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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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잣나무·가문비나무·참나무류 등의 침엽수들은 겨울눈에서 새로 나온 가지가 일 년에 한 번만 자랍니다. ‘고정생장’ 현상이라고 하죠. 특히 잣나무들은 줄기가 층층이 돌려가면서 자라는 현상이 뚜렷해서 그 칸의 개수를 세어 어림하면 그 나무의 나이를 알 수가 있어요. 또한, 침엽수들은 겨울눈 중 끝눈이 옆눈(곁눈)보다 더 잘 자라는 ‘끝눈우성’ 현상에 의해 삼각형의 수형을 만들어냅니다. 끝눈은 활동적인 상태의 줄기나 가지 끝부분에 생기는 눈으로 꼭지눈이라고도 해요. 옆눈은 줄기나 가지의 옆에 생기는 눈이죠.

스트로브잣나무는 이 두 가지 현상이 아주 뚜렷한 나무예요. 반복되는 고정생장과 끝눈우성이라는 습관으로 삼각형의 탑을 층층이 쌓은 듯한 모습을 하게 됩니다. 무엇이든지 오랜 시간 꾸준히 반복하면 그것이 내가 되고 나의 삶이 되죠. 요즘처럼 불안이 높은 시대에 대박이나 행운을 기대하는 이가 많지만, 사실 성실한 노력과 반복하는 습관을 배신하지 않는 일이 훨씬 더 많습니다. 새해가 된 지 두 달, 이미 음력 설도 지났지만 아직은 이런저런 계획들을 실천하지 못하거나 계획을 세우는 것도 안 한 사람들이 많겠지요. 그렇다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찬찬히 조금씩 반복해 나가면 원하는 모습에 가까이 이를 수 있을 겁니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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