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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1대 5다...신진서, 19년 전 이창호 '상하이 대첩' 재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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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19일부터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최종 라운드가 시작된다.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남은 신진서 9단이 중국 선수 4명과 일본 선수 1명을 상대한다. 신진서가 5명을 다 꺾어야 한국이 우승할 수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19일부터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최종 라운드가 시작된다.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남은 신진서 9단이 중국 선수 4명과 일본 선수 1명을 상대한다. 신진서가 5명을 다 꺾어야 한국이 우승할 수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바둑 팬을 흥분으로 들끓게 할 백척간두의 승부가 펼쳐진다. 궁지에 몰린 한국 바둑을 구할 단 한 명의 영웅은 이번에도 신진서다.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최종 3라운드가 19일 중국 상하이에서 시작된다. ‘바둑 삼국지’라 불리는 농심배는 한·중·일 3개국에서 5명씩 출전해 최종 승자가 남을 때까지 연승 방식으로 승부를 내는 국가 대항전이다. 최종 라운드를 앞둔 상황, 한국은 신진서 9단만 남았고 일본은 1명(이야마 유타 9단), 중국은 4명(딩하오·구쯔하오·커제·자오천위 9단)이나 남았다.

2022년 제23회 농심배에서의 신진서 9단. 코로나 시국이어서 온라인 대국으로 대회를 치렀다. 한국기원

2022년 제23회 농심배에서의 신진서 9단. 코로나 시국이어서 온라인 대국으로 대회를 치렀다. 한국기원

한국이 우승하려면 신진서가 19일 이야마 유타와의 경기에서 이긴 뒤 20일부터 4일간 매일 한 명씩 중국 선수 4명을 꺾어야 한다. 신진서가 물리쳐야 하는 중국 선수는 구쯔하오(1위, 2023 란커배 우승), 커제(2위, 메이저 세계대회 총 8회 우승), 딩하오(중국 3위, 2023 삼성화재배 우승), 자오천위(6위)로 당대 중국 바둑의 최강 라인업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이처럼 최악의 대진표가 짜인 건, 최종 라운드 전까지 중국팀의 제1주자 셰얼하오 9단이 7연승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셰얼하오의 파죽지세가 이어지는 동안, 한국은 선수 4명이 전패로 물러났고 일본은 선수 4명이 1승4패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2라운드 최종국에서 셰얼하오의 8연승을 저지한 주인공도 한국팀의 최종 주자 신진서였다.

신진서가 19일부터 5연승을 거둬 농심배를 가져온다면, 신진서는 이창호 9단의 명실상부한 후계자로 길이 남게 된다. 이창호가 거둔 기념비적 승부 중에 ‘상하이 대첩’이라 불리는 제6회 농심배에서의 역전 우승이 있기 때문이다. 2004년 11월 이창호는 부산에서 열린 농심배 2라운드 최종전에서 승리한 뒤, 2005년 2월 상하이에서 열린 최종 라운드에서 중국과 일본 선수 4명을 모두 꺾고 기적의 드라마를 완성했다.

제6회 농심배에서 대국장으로 걸어 가는 이창호 9단(오른쪽)과 중국 선수들. 두 나라 기사들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홀로 남은 이창호가 저 중국 선수들을 모두 물리쳤다. '프로연우' 유튜브 화면 캡처

제6회 농심배에서 대국장으로 걸어 가는 이창호 9단(오른쪽)과 중국 선수들. 두 나라 기사들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홀로 남은 이창호가 저 중국 선수들을 모두 물리쳤다. '프로연우' 유튜브 화면 캡처

상하이대첩의 유명한 '통로 사진'을 재현한 TV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장면(왼쪽)과 이창호 9단. '프로연우' 유튜브 화면 캡처

상하이대첩의 유명한 '통로 사진'을 재현한 TV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장면(왼쪽)과 이창호 9단. '프로연우' 유튜브 화면 캡처

이창호의 상하이 대첩은 숱한 에피소드를 남겼다. 한국에 우승컵을 내준 뒤 중국의 창하오 9단(현 중국바둑협회 주석)은 “한국 기사를 모두 꺾어도 이창호가 남아있다면 그때부터 시작이다”라는 말을 남겼고, 최종국 상대였던 중국 왕시 5단은 “이 바둑이 끝나고서야 하늘이 높다는 걸 알았다”며 머리를 숙였다.

유명한 사진도 있다. 중국 선수들은 왁자지껄 웃으며 대국장으로 향하는데, 이창호만 같은 통로를 외로이 걷는 사진이다. 이 사진은 사실 2라운드 최종국이 열린 부산에서 촬영했으나 상하이 대첩을 상징하는 사진이어서 상하이에서 촬영한 것으로 잘못 알려졌다. TV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도 이 사진을 재현한 장면이 등장한다. 드라마에서 이창호를 연기한 박보검이 이창호와 비슷한 모습으로 걸어서 온다.

현재 중국 랭킹 1위이자 2023년 삼성화재배 우승자인 딩하오 9단. 한국기원

현재 중국 랭킹 1위이자 2023년 삼성화재배 우승자인 딩하오 9단. 한국기원

중국을 대표하는 강호 커제 9단. 메이저 세계 대회 8회 우승 경력을 자랑하는 초일류 기사다. 한국기원

중국을 대표하는 강호 커제 9단. 메이저 세계 대회 8회 우승 경력을 자랑하는 초일류 기사다. 한국기원

2024년의 농심배는 2005년보다 상황이 더 열악하다. 이창호가 끝내기 5연승을 했다면, 신진서는 이미 확보한 1승을 포함해 끝내기 6연승을 완성해야 해서다. 실낱 같은 희망을 기대해야 하는 형편이지만, 우리에게는 신진서가 남아 있다. 당대 최강자 신진서는 농심배 성적도 좋다. 2021년부터 3년 연속 최종 주자로 나와 한국의 3연패를 이끌었다. 이 기간 신진서는 농심배 10연승을 기록했다. 현재 11연승 중으로, 이창호가 보유한 농심배 연승 최대기록인 14연승도 멀지 않다. 끝내기 5연승으로 농심배를 가져온 적도 있다. 2021년 열린 제22회 대회였는데, 코로나 시국이어서 온라인 대국으로 대회를 치러 ‘신진서의 온라인 대첩’으로 불린다.

지난 16일 중앙일보에 보낸 메시지에서 신진서는 “워낙 어려운 상황이지만 부담감을 줄이려고 한다”며 “세계대회 32강부터 둔다고 생각하면 5연승이 불가능한 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진서는 이야마 유타에 2승, 딩하오에 6승3패, 구쯔하오에 9승6패, 자오천위에 6승1패로 상대전적이 앞서 있다. 커제하고만 11승11패로 팽팽하지만, 2021년 11월 이후 6번의 대결에서 신진서가 모두 이겼다. 커제가 지는 달이면, 신진서는 이미 떠오른 해다. 농심배 우승상금은 5억원. 우승국이 상금을 독점한다. 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 1분 초읽기가 1회씩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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