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되는 여행② 진주 승산마을 & 함안 조홍제 생가
」‘부자 되는 여행’ 두 번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오늘은 경남 진주와 함안을 여행합니다. 지난주 첫 회에선 경남 의령 솥바위와 삼성 이병철 생가를 다녔지요. 주변 20리 안에서 국부(國富) 세 명이 난다는 전설의 솥바위와 솥바위 기운을 받은 장내마을의 이병철 생가를 둘러봤습니다. 호암 생가의 비경 두꺼비 바위는 찾아보셨는지요.
오늘은 솥바위가 낳았다는 세 명의 부자 중 다른 두 부자의 마을을 여행합니다. 솥바위에서 9.2㎞ 떨어진 진주 승산마을은 LG 창업주 구인회 회장의 고향이고, 8.2㎞ 거리의 함안 신창마을은 효성 창업주 조홍제 회장의 향리(鄕里)입니다. 특히 승산마을은 조선 시대부터 명성 자자했던 부자 마을입니다. 해방 이후에도 100대 기업 창업주 33명을 배출했다지요. 의령 장내마을이 우리나라 최고 부자를 낳은 마을이라면, 진주 승산마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부자가 나온 마을입니다.
승산마을에는 명소가 된 초등학교도 있습니다. 현재 K-기업가정신센터로 활용 중인 옛 지수보통학교(지수초등학교)에서 구인회·이병철 회장을 비롯한 기업인 47명이 공부를 했답니다. 의령의 이병철 회장이 훗날 전자업계 라이벌이 된 구인회 회장과 초등학교 동급생이었다니, 인연치고는 영 얄궂습니다. 흥미로운 이야기는 차고 넘칩니다. 승산마을에는 기(氣) 받는 곳이 세 개 있다지요. 승산마을 금강산, 수수께끼 같은 문양의 바닥돌 그리고 부자 소나무입니다. 함안 조홍제 회장의 생가 마당에는 키 작은 굴뚝이 있지요.
부자 마을 돌아본다고 다 부자가 되는 건 아닐 겁니다. 저로서는 이번 여행으로 진정한 부자가 무엇인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공자 맹자보다 부자를 더 받드는 세상, 막상 큰 부자는 많지 않다지요. 돈만 많다고 큰 부자가 되는 건 아니었습니다. 큰 부자에겐 자격이랄까 품격 같은 게 따로 있더군요. 그럼, 부자 되는 여행과 함께 갑진년(甲辰年) 새해를 맞이하러 가시지요.
진주보다 승산
승산마을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부자 마을이다. 조선 시대부터 “진주는 몰라도 승산은 안다”는 말이 내려온다고 한다. 구한말 승산마을에 만석꾼이 2가구, 천석꾼이 14가구 살았다는 기록도 있다. 이런 일화도 전해 온다. 1970년대 초 7·4 남북공동성명 준비를 위해 방북했던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에게 북한 고위 인사가 대뜸 물었단다. “승산에는 아직도 부자가 많소?”
승산마을도 삼성 창업주를 낳은 장내마을처럼 천하 명당이다. 마을 뒤로 남강이 굽어 흐르고 마을 앞에는 작은 개천이 흐르는데, 마을에서 물이 들어오는 건 보이지만 나가는 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물은 재물을 뜻하는바, 재물이 들어오기만 하고 나가지 않으니 승산마을이야말로 재물이 알아서 쌓이는 땅이라는 게 풍수학의 풀이다. ‘지수면(智水面) 승산리(勝山里)’라는 지명부터 지극히 풍수적이다. ‘지혜로운 물’과 ‘빼어난 산’을 거느린 마을이라니. 명당 기운으로 충만한 이름이다. 국부(國富) 전설의 진원지 의령 솥바위하고는 직선거리로 9.2㎞ 떨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