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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보내줘, 가로등 고쳐줘”…섬마을 해결사 26세 이장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전남 완도 용암마을 김유솔 이장(오른쪽 사진)과 김 이장 카메라 앞에 선 마을주민들. 김 이장은 완도읍 청년공동체인 ‘완망진창’을 통해 청년 정착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 완망진창]

전남 완도 용암마을 김유솔 이장(오른쪽 사진)과 김 이장 카메라 앞에 선 마을주민들. 김 이장은 완도읍 청년공동체인 ‘완망진창’을 통해 청년 정착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 완망진창]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 고향을 떠난 청년들이 모두 돌아오는 완도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전남 완도군 완도읍 용암마을 이장인 김유솔(26·여)씨가 지난 17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김씨는 24살이던 2022년 1월 국내 최연소 이장이 됐다.

용암마을은 주민 평균 연령 68세인 어촌마을이다. 주민등록상 인구는 78세대, 128명이지만 실제 거주자는 50명 정도다. 김씨는 “어르신들만 사는 고향 마을을 위해 일한다는 보람이 크다”라면서도 “제가 찍어드린 사진이 장례식에 걸릴 때면 마을이 없어지지나 않을까 걱정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편집 디자이너로 일하던 김씨가 완도 생활을 시작한 것은 2019년 2월부터다. 외갓집이 있던 용암마을 인근에 ‘솔진관’이라는 사진관을 연 게 시작이었다. 솔진관은 자신의 이름인 유솔과 사진관이라는 뜻이 담겼다. 사진관을 운영하면서 어르신들의 장수사진 촬영 봉사를 한 게 이장이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김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완도를 떠날 때만 해도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건 생각조차 못 했다”며 “어느 날 휴양차 찾은 완도 바다의 매력에 빠져 주저 없이 서울 생활을 접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용암마을에서 영화 속 주인공처럼 이른바 ‘홍반장’ 역할을 한다. 이장의 고유 업무 외에도 마을 경조사나 각종 민원을 도맡아 처리한다. 마을 주민들은 휴대전화가 고장 나거나 컴퓨터를 사용할 일만 생겨도 김씨부터 찾을 정도다. 마을에 새로 도입된 재활용품 분리수거 사용이나 가로등 작동 여부를 살피는 것도 모두 김씨의 일이다. 김씨는 “마을분들이 ‘어린 이장, 혹은 유솔 이장이 안 보이면 불안하다’는 말씀을 할 때마다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따로 출·퇴근이나 휴가는 없지만, 항상 따뜻하게 대해주시는 어르신들에게 무엇이라도 더 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3년 전 전국 최연소 이장이 탄생한 배경에는 전임 이장의 추천이 한몫했다. 그는 김씨가 완도군 내 도시 재생사업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이장 선거에 출마할 것을 제안했다. 당시 선거에는 후보가 한 명 더 있었으나 “젊은 사람이 한다는데 도와야지…”라며 출마를 접었다. 마을 주민들은 한결같이 “김 이장이 오고 나서 마을 분위기가 젊어졌다”고 말한다. 어르신 대부분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된 게 대표적 변화다. 김씨는 이장이 된 후 문자메시지 보내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주민들과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김씨는 틈틈이 완도읍 청년공동체인 ‘완망진창’도 주도한다. 청년들이 완도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한 달 살기’ 등을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2022년 1월 결성한 완망진창은 완도와 엉망진창을 합친 말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성장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목표는 고향을 떠난 청년들을 완도로 불러들이는 데 있다. 읍내에 있던 빈집을 리모델링해 예술인 등에게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통해선 3명이 완도에 정착하기도 했다.

김씨는 “타지에서도 많은 사람이 찾아오고 정착할 수 있는 고향을 만드는 게 꿈”이라며 “현재 계신 어르신들 뒤를 이어서 용암마을이 영원할 수 있도록 이장일도 열심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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