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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도 극과극, 노조도 확 늘었다…고차방정식, 삼성 임금협상

중앙일보

입력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스1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스1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가 연초 임금협상을 둘러싸고 곳곳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삼성 계열사 노조가 뭉친 통합노조가 출범을 앞두고 있지만 계열사 간 실적이 엇갈리면서 올해 임금협상도 풀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이 되어가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올해 임금 기본 인상률로 2.5%를 노동조합 측에 제시했다. 직원 배우자 건강검진 확대 등 복지 강화안도 내놨다. 회사는 지난해 저조했던 실적을 노조가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본 인상률 2.5%에 개인별로 적용되는 성과 인상률 평균 2.1%를 더하면 평균 4.6%가 인상되는 셈이라 결코 낮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매출은 전년 대비 14%, 영업이익은 85%가량 줄었다.

삼성전자 노사협의회나 노조의 입장은 다르다. 사용자 위원과 근로자 위원이 참여하는 노사협의회는 5.74%를, 전자의 여러 노조들을 대표해 교섭권을 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8.1%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지난해 노조가 임금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한 바 있어 올해 2년치 임금협상이 달렸다.

계열사·부문별 실적 엇갈리며 복잡해진 셈법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스1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스1

정작 속내를 뜯어보면 삼성전자 내에서도 사업부별로 노조의 임금 협상 전략에 대한 온도차가 있다. 올해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전혀 받지 못한 반도체(DS)부문 직원들은 잇따라 노조에 가입하는 등 투쟁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올해 OPI 산정기준 변경을 추진하는 등 직원들의 가려운 곳을 긁겠다고 나서면서 최근 두 달 사이 조합원이 2배로 늘었다. 신규 조합원 상당수가 반도체 부문 직원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부문 직원은 “지난해 실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성과급을 못 받은 만큼 올해 임금 인상률만큼은 높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연봉의 50%를 OPI로 받았던 모바일경험(MX) 사업부 등에서는 “(노조가 요구하는) 8% 인상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의견이 다수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계열사 사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도 임금 협상이 결렬됐다. 노조는 기본 임금 인상률 5%와 성과급 기준 개편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와 비교해 좋은 실적을 거둔 상황에서 그간 암묵적으로 적용됐던 ‘큰 형님 삼성전자’의 임금 인상률에서 벗어나 별도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도체에서만 지난해 15조원 넘는 적자를 낸 삼성전자와 달리, 삼성디스플레이는 같은 기간 5조5000억원이 넘는 역대급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일괄적 협상, 사실상 어려울 듯

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금속노련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가 주최한 '삼성연대 2024년 근로조건 및 노사관계 개선을 위한 공동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조합원들이 '이재용 회장이 직접 노조와 소통할 것'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금속노련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가 주최한 '삼성연대 2024년 근로조건 및 노사관계 개선을 위한 공동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조합원들이 '이재용 회장이 직접 노조와 소통할 것'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그룹 전체의 임협 난이도 역시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실적이 제각각인 여러 계열사의 노조들이 연대해 동일한 임금인상률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의 11개 계열사 노조가 참여하는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는 지난 6일 모든 계열사 임금을 5.4% 공통 인상해줄 것을 요구했다. 연대에 참여한 노조들은 각 계열사에서 교섭권이 없는 소수 노조들인데, 전자계열(삼성전자서비스·삼성디스플레이·삼성SDI), 금융(삼성생명·삼성화재), 서비스(삼성웰스토리·에스원) 등으로 다양해 회사별 경영 환경이나 실적의 차이가 크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연합뉴스

최근엔 그룹 내에 별도 ‘통합 노조’까지 출범하면서 셈법은 더 복잡해졌다. 지난달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 노조·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삼성화재 리본노조·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 등 삼성 계열사 4개 노동조합은 ‘삼성기업 초(超)기업 노동조합’을 만들기로 결의했다.

한 회사에서도 사업부별 실적에 따라 임협에 대한 입장 차가 큰 마당에, 통합 노조가 협상 동력을 키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현행법에서는 노조가 통합돼도 교섭은 계열사별로 진행해야 한다. 한 대기업 노조 관계자는 “삼성의 계열사와 사업 부문이 너무 크고 다양해 모든 노조가 만족하는 임금 협상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면서 “당분간 각 계열사 임·단협권을 두고 노조 간 주도권 다툼이 불가피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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