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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버려라" 이강인 SNS에 악플 3만개…'사이버 피라냐' 폭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 소셜미디어(SNS)에 달린 비난 댓글.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 소셜미디어(SNS)에 달린 비난 댓글.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아시안컵 준결승전을 앞두고 한국 축구 대표팀 내부에서 불화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선수에게 ‘악플(악성 댓글) 폭탄’이 떨어졌다. 개인 SNS를 찾아가 욕설과 혐오 표현을 무차별적으로 표출하는 이른바 ‘사이버 피라냐(Cyber Piranha)’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태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더선이 아시안컵 4강전을 앞두고 대표팀 내부에서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고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매체는 “이강인 등 일부 젊은 선수들이 저녁을 일찍 먹고 탁구를 했고, 주장인 손흥민이 팀 단합 시간에 먼저 일어나 개인행동을 하는 것을 질책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과 이강인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주변 선수들이 말리는 과정에서 손흥민이 손가락 탈구를 당했다는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도 당시 선수들 간 다툼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15일 이강인(23) 선수의 SNS를 확인해보니 이틀 만에 약 3만 6000여 개의 비난 댓글이 달렸다. 댓글엔 “한국 국적 버리고 귀화하라”, “축구 선수 말고 탁구 선수나 되지 그랬냐”, “(파리 생제르맹 소속 선수) 음바페한테도 (손흥민에게 한 것과) 똑같이 하라” 등 조롱과 비난이 담겼다. 이강인 외에 설영우(26), 정우영(25) 등의 SNS에도 수천~수만 개의 비난 댓글이 쇄도했다.

이른바 ‘사이버 피라냐’ 현상이 비난 대상의 SNS 등 사적인 공간까지 침범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아마존의 식인 물고기 피라냐처럼, 비난하고 싶은 대상의 SNS나 유튜브 채널을 찾아 공격을 퍼붓는 식이다. 지난 2020년 악플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수 겸 배우 설리의 사망을 계기로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는 연예·스포츠 뉴스에 댓글 창을 없앴다. 이후 개인을 향한 직접적인 공격이 강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튜브에선 확인되지 않은 당시 선수간 대화록 등 상상과 해석을 가미한 콘텐트도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 간 있었던 갈등에 상상과 해석을 덧붙인 글과 영상이 인스타그램·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에 공유되고 있다. 사진 SNS 캡처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 간 있었던 갈등에 상상과 해석을 덧붙인 글과 영상이 인스타그램·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에 공유되고 있다. 사진 SNS 캡처

무차별 악플 공격은 당사자가 사과해야 겨우 일단락되는 경우가 많다. 걸그룹 뉴진스 멤버 민지는 지난해 1월 한 유튜브 방송에서 “칼국수가 뭐지?”라고 혼잣말을 했다가 1년 넘게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 아이돌 콘셉트를 위해 의도적으로 모른 척을 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었다. 민지는 결국 지난달 16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사과문까지 올렸다. 그러면서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더 많은 말들이 따라붙고 이상한 오해를 받는 게 저를 알게 모르게 괴롭혔다”고 토로했다.

온라인상에서 특정 개인을 향해 쏟아내는 비난은 확증 편향에 기초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점점 온라인 공간에서 자신의 감정을 거리낌 없이 표출하는 현상은 받아들여야 하는 우리 사회의 변화”라면서도 “완벽함의 잣대를 들이밀면서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비교 우월심리가 극단적으로 표출되고 있다”며 “양극단에 있는 소수가 상대방을 깎아내리면서 우월감을 충족하고, 특히 불안함을 크게 느끼는 젊은 세대는 행동에 직접 참여하는 경향이 커 비난 양상이 더 과격해졌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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