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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소매판매액지수 25년 만에 하락 “고물가 시대의 그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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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2023년 12월 12일 대전 동구 대동의 한 편의점. 낮 시간대인데도 정전된 탓에 어둡다. 연합뉴스

2023년 12월 12일 대전 동구 대동의 한 편의점. 낮 시간대인데도 정전된 탓에 어둡다. 연합뉴스

세종에서 홀로 사는 회사원 이모(31)씨는 지난해부터 과자를 먹고 싶을 때면 집 바로 근처에 있는 편의점 대신 더 멀리 떨어져 있는 외국계 초저가 생활용품 판매점으로 향한다. 과자 상품의 그램(g)당 가격이 최대 수십 퍼센트(%) 싸기 때문이다. 이씨는 “물가가 전반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노력”이라며 “편의점 가는 횟수가 부쩍 줄었다”고 말했다.

고물가에 따른 내수 침체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요 유통 채널인 편의점의 성장세마저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해 소매판매액이 25년 만에 줄어들었다.

1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의 소매판매액지수(불변지수 기준)는 103.7로 전년(109.4) 대비 5.7포인트 떨어졌다. 해당 지수는 1998년(9.9→8.8) 이후 꾸준히 오르다 25년 만에 내려갔다. 소매판매액지수는 통계청이 소비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백화점·대형마트·면세점·슈퍼마켓및잡화점·편의점 등의 판매금액을 조사·작성하는 통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난 2020년의 소매판매를 100으로 기준을 삼는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편의점의 소매판매액 증가세가 주춤한 이유로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고물가 현상에 따른 유통 채널 양극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이씨 같은 중산층 이하 소비자들이 소비액을 절약하기 위해 편의점에서 초저가 생활용품 판매점 등으로 옮겨갔다는 이야기다. 이씨가 자주 찾는 초저가 생활용품 판매점 업체 D사의 지난해 매출은 3조원을 넘었는데, 2조원을 돌파한 지 4년 만인 초고속 성장세다. 통계청은 2022년까지 편의점에서 많이 팔렸던 코로나19 진단키트 등의 판매가 지난해 감소한 점 역시 편의점의 전체 소매판매액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편의점 외에 중산층 이하 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다른 유통 채널도 양극화 현상 등에 따라 침체 흐름을 보인다. 슈퍼마켓및잡화점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93.4→88.6→88.2로 지속해서 떨어졌다. 대형마트도 98.8→94.4→95.6으로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반면 고소득층이 자주 찾는 백화점의 소매판매액은 증가세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백화점의 소매판매액지수는 2021년 121.7로 21.7포인트 상승한 뒤 2022년 131.3, 지난해 134.8로 고공 행진을 했다. 특히 3대(大) 백화점의 연간 해외 유명 브랜드 매출액은 2021년(37.9%)과 2022년(20.5%) 크게 늘었다가 지난해 0.5% 불어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모든 업태를 망라한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보다 1.4% 감소했다. 2003년(-3.2%) 이후 20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2022년(-0.3%)에 이어 2년 연속 역성장을 한 것이기도 하다. 고물가와 더불어 고금리 현상도 전반적인 소매판매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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