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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경제 꽃 피나 했는데...금리·중동·부동산·트럼프 '4대 먹구름' [한국경제 전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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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동 전쟁’ 우려 확산, 미국 경제 순항, 트럼프 ‘대세 굳히기’,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 돌입….

2024년 새해 들어 쏟아진 뉴스다. 하나같이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대형 변수다. 기획재정부는 연초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수출이 경기 회복을 주도하며 전반적인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1.4%에서 올해 2.2%로 반등한다고 전망했다. 날씨 예보로 치면 ‘다소 갬’에 가깝다. 하지만 불과 한 달 새 국내외 ‘4대 변수’가 불거지며 경제 전망의 시계(視界)가 흐려졌다.

◇‘중동 위기’ 고조=지난달 27일(이하 현지시간) 친(親)이란 민병대의 공습으로 미군 3명이 숨졌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상선을 공습, 납치하는 일도 잇따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국지전에 그치는 상수였다면, 중동으로 확전을 자극하는 각종 변수가 돌출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석유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미국과 이란이 참전하는 중동 전쟁으로 확산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공조가 예전만 못하다. 미국의 석유 생산량도 많이 늘었다. 중국 등 주요 원유 소비국의 수요마저 주춤해 더는 유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권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동 확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다만 이란이 참전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흐를 경우 국제유가가 치솟을 수 있다”며 “하반기 예정한 기준금리 인하가 뒤로 미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경제 호조=미국 노동부는 2일 1월 비(非)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35만3000건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48만2000건) 이후 1년 만에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실업률은 3개월째 3.7%로 시장 전망치(3.8%)를 밑돌았다. UBS는 “미국 경제가 ‘골디락스(경제가 성장하면서도 물가는 크게 상승하지 않는 이상적인 경제 상황)’ 시나리오를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탄탄한 경제 지표에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은 더 멀어졌다. 한·미 금리 차(2%포인트)가 역대 최대인 상황에서 한국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리기도 어렵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전환)과 2%대 물가 상승률 안착, 내수 부진 등을 확인한 뒤에야 한은이 움직일 수 있다”며 “(한은이) 이르면 7월께 금리를 인하해 연말까지 0.5%포인트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앞줄)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국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내슈아에서 열린 파티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AP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앞줄)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국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내슈아에서 열린 파티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AP

◇트럼프 흥행=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초반 흥행세가 무섭다. 트럼프는 지난달 15일 공화당 대선 후보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 이어 23일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도 경쟁자에 큰 표차로 승리했다. 예상보다 빠른 대세 굳히기다. 4일 미국 NBC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7%가 트럼프를, 42%가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을 지지했다.

11월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바이든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기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생산 시설에 투자한 한국 기업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트럼프는 “모든 외국산 제품에 대한 기본 관세를 10%포인트 추가로 부과하겠다”라고도 언급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트럼프 당선 시 안보는 물론 통상 관련 리스크가 크다”며 “트럼프의 특징은 ‘주고받기’식 거래다. 내줄 건 내주되 통상 분야에서 원하는 걸 충분히 얻어내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급랭=국내 변수도 돌출했다. 부도설에 휩쓸린 태영건설이 지난달 11일 워크아웃을 시작했다. 태영건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을 상징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권의 부동산 PF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134조원(연체율 2.42%) 이상이다. 연체율이 지난해 말(1.19%) 대비 1.23%포인트 올랐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절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산업은행, 신영증권]

태영건설 워크아웃 절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산업은행, 신영증권]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6만2489가구다. 전월(5만7925가구) 대비 4564가구(7.9%) 늘었다. 지난해 2월(7만5438가구)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다 10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1만857가구로 전월(1만465가구)보다 3.7%(392가구) 늘었다.

고금리 장기화 추세에서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 사업 자금을 무리하게 빌린 건설사뿐 아니라 돈을 빌려준 금융사도 ‘도미노 위기’를 겪을 수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태영건설은 부동산 PF에 의존을 많이 한 예외적인 경우로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부동산 PF 연착륙을 정책 우선순위에 두고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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