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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비대위는 좀 달랐으면"…갈림길에 선 그들 선택은 [현장에서]

중앙일보

입력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대한의사협회(의사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증원에 대한 입장과 계획을 밝혔다. 메시지는 간결했다. 김택우 비대위원장은 ""정부의 불합리한 의대 증원 추진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17일 제1차 회의를 열어 의대 증원에 대한 향후 투쟁방안과 로드맵 등을 논의해 결정한다고도 했다. 파업이나 단체행동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김 비대위원장은 정부와의 대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여지를 남기긴 했다. 그는 "지금 진행되는 모습을 보면 겁박해서 모든 걸 누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2~3월에 대학별 인원 배정을 하겠다는 상황"이라면서 "협상할 이유가 있나? 저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2000명 의대 증원 방침에 대해 유연하게 열여두지 않는다면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는 "(정부에서) TV토론 제안이 온다면 비대위 회의에서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의협 비대위는 비대위원장과 상임비대위, 각 분과위원회로 구성됐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 박인숙 국민의힘 전 의원이 분과 위원장을 맡았다. 3월에 치러질 의협회장 선거의 예비후보들이다. 이들 역시 정부를 향한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박 전 의원은 기자들에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시라. 병원에 가기 힘들어요? 하루 몇 군데나 병원에 갈 수 있다"면서 "지금 전쟁이 난 것도 아닌데 의대 정원을 늘리는 파격적인 조치가 필요한지 생각해보시라"고 말했다.

의협 비대위 출범에 대한 시각은 의사들도 미묘하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한 개원의는 "의대 증원 국면에서 의협 전임 집행부는 철저히 실패했다. 정부와 협상에 매달리느라, 국민과 소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비대위는 좀 달랐으면 좋겠다. 차기 의협 회장을 노리는 사람들로 대거 채워졌다는 점은 우려스럽다"면서 "대정부 투쟁만큼이나 국민과의 소통이 절실하다. 어쩌면 무게중심을 그쪽에 둬야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의대 증원에 반대한다.

전공의들의 단체행동에 대해 의협 비대위는 법률 지원을 준비 중이다. 박명하 위원장은 “대전협과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고 (전공의들이) 개별적인 분노를 표출함으로써 닥칠 수 있는 개인적인 희생도 염려하고 있어서 법률지원단을 통해 보호하는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번엔 좀 선배다운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어요."

한 대학병원의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정부의 파격적인 의대 증원은 우려되는 부분이 많은데, 특히 교육의 질 저하가 가장 걱정된다"면서 "의협이 이런 부분을 국민들께 집중적으로 설명을 했으면 좋겠다. '의사 숫자 안 모자라다'는 식으로만 접근하면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지방의료원장은 "의협이 의대 증원 반대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제시한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지원을 구체화하고 현실화하는 방안도 고민해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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