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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미·일 향한 북한의 직거래 시도…한국 소외돼선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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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제1세션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제1세션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기시다 일본 총리 북·일 정상회담 추진 정황

한·미·일 한목소리여야 북한 대응 효과 배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기시다 총리가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풀어 낮은 지지율 반등을 시도하려는 차원에서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지난 9일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구체적으로 여러 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작금의 북·일 관계 현상에 비춰 대담하게 현상을 바꿔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초 일본 이시카와현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자 기시다 총리에게 이례적으로 ‘각하’라는 호칭을 쓰며 위로 서한을 보냈다. 북한이 같은 시기 한국을 비하하며 남북관계를 적대 관계로 규정하고 긴장을 고조시킨 모습과 대비된다. 북·일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일종의 통일봉남(通日封南)을 염두에 둔 북한의 전략일 수 있다.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선거 경선에서 김 위원장을 친구로 부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선전 중이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서울을 거쳐 워싱턴으로 향했던 2018년과 달리 미국과 직거래를 시도할 수 있다. 한·미·일 협력 강화에 대응해 북·중·러 밀착으로 뒷배를 챙긴 북한이 미·일과의 직거래를 통해 한·미·일 공조를 와해시키겠다는 구상을 펼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복귀시키기 위해 누군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북·미, 북·일 관계 개선 자체는 바람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 과정에서 한국이 소외되거나 깜깜이 상태가 되지 않도록 상황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일제 강점과 6·25전쟁 등 한국의 의지와 상관없이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북한 비핵화 협상은 미국이 하고, 경제적 보상 등 대가는 한국이 부담하는 제네바 합의(1994년)나 9·19 공동성명(2005)을 되풀이해서도 안 된다.

마침 일본 언론은 어제 기시다 총리가 다음 달 방한해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회담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정부는 다양한 경로를 활용해 북한과 관련한 일본의 움직임을 긴밀히 협의하길 바란다. 또 외교와 정보 채널을 적극 가동해 한·미·일 정보 교환과 협력 강화를 다져야 할 시간이다. 북한은 어제 순항미사일을 또 쐈다. 올해 들어서도 첨단 무기 개발과 재래식 무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한·미·일 협력은 북한의 이런 잘못된 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응 수단이다. 대화든, 군사적 대응이든 한·미·일이 함께 움직일 때 그 힘은 배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