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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조국 신당, 가당치 않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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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창당 선언…국회가 무슨 범죄자 도망가는 곳인가

민주당 공동책임 자각하고 문 전 대통령도 자중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어제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부산 민주공원에서 “무능한 검찰 독재정권 종식을 위해 맨 앞에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창당선언문에선 “4월 10일 총선은 무도하고 무능한 윤석열 정권 심판뿐 아니라 복합 위기에 직면한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나의 힘은 미약하지만 국민들과 함께 큰 돌을 들겠다”고 말했다. 또 “정권을 심판하려면 전 지역구에서 윤석열 대 반윤석열의 1대1 구도를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하고, 나도 노력할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통합비례정당과 함께할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에 앞서 지난 12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방문해선 “민주공화국 가치 회복을 위한 불쏘시개가 되겠다”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13일 부산 중구 민주공원에서 4.10 총선 출마와 창당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송봉근 기자

조국 전 법무장관이 13일 부산 중구 민주공원에서 4.10 총선 출마와 창당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송봉근 기자

신당을 만드는 것도, 출마하는 것도 개인의 권리다. 하지만 적어도 조 전 장관만큼은 그럴 자격과 명분이 있는지 의아하다. 그는 지난 7일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자녀 입시비리와 감찰무마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을 받았다. 이미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은 끝났고, 대법원은 형량을 조절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아무런 사과나 해명 없이 2심 선고 엿새 만에 신당 창당을 통해 총선에 나서겠다고 한다. 국회가 무슨 범죄자가 도망가는 곳인가. 맨 앞에서 싸울 게 아니라 제일 뒤에서 고개 숙이고 자성하고 있어도 모자랄 판인데 말이다.

일국의 법무장관을 지낸 사람의 발상으로서 황당하기 그지없다. 더구나 조 전 장관에게 유죄로 인정된 건 자녀 입시 서류를 허위 작성하거나 위조한 혐의다. 무슨 정치범 코스프레할 상황이 아니다. 극소수 지지자는 고개를 끄덕일지 모르나 이미 대다수 국민은 그 뻔뻔함과 모순을 꿰뚫어 보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처신도 문제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 안에서 함께하기 어렵다면) 신당을 창당하는 불가피성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문제 많던 조 전 장관 임명을 강행해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게 했던 장본인이 지금 다시 조 장관으로 하여금 창당을 촉구하는 듯한 발언을 하다니 어이가 없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2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 뒤 손을 잡은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2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 뒤 손을 잡은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신당을 ‘반윤 빅텐트’ 안에 넣을지 여부를 놓곤 민주당 내 반응이 엇갈리는 듯하다. 상당수는 비판적이지만 정청래 최고위원 같은 지도부 인사는 “정권 심판의 큰 바다에서 함께 만나자”고 말했다. 야권 연대나 빅텐트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언제 국회의원직을 그만둬야 할지 모르는 예비 범죄자까지 뒷문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주는 건 가당치 않다. 그렇다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택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동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정치에는 최소한의 금도, 인간에겐 최소한의 양심이 필요하다. 유권자들은 지금 이들 모두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