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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초콜릿? 뜨는 캐릭터 다 넣었다…편의점 '밸런타인' 전쟁 [비크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①밸런타인데이 ②설날 ③화이트데이 ④추석 ⑤빼빼로데이

편의점 업계에선 위 다섯 개 보기를 ‘5대 메이저’라고 부릅니다. 1년 중 역대급 매출을 낼 수 있는 날이죠. 새로운 상품 기획으로 소비자 눈길을 사로잡을 실력 발휘의 날이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다섯 개 중 편의점 업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날은 언제일까요?

일단 힌트 드립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명절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과 달리 편의점은 과자류 기념일을 중요하게 여겨요. 간편식사류∙음료∙과자류가 편의점 주요 판매 물품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날은 해가 바뀌고 맞이하는 첫 기념일입니다. 일 년 매출을 끌고 간 기선제압이 여기에서 갈릴 수 있습니다.

자, 눈치채셨나요? 정답은 ①번입니다. 밸런타인데이가 있는 2월은 1년 중 초콜릿 매출액이 가장 높은 달입니다. CU의 경우 연간 초콜릿 매출의 20% 이상이 2월에 나타난대요. 이마트24에 따르면 밸런타인데이 당일은 평소보다 50~100% 이상 매출을 기록하는 날이라고 하네요. 편의점 상품기획자(MD)들이 밸런타인데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입니다.

뻔한 초콜릿에 ‘포장+굿즈’ 더해 매력적인 상품으로

편의점 초콜릿은 가나초콜릿 아니면 페레로로쉐? 사실 고급 파티셰리가 아닌 이상, 뻔하게 느껴지긴 하죠. 하지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뻔한 상품을 차별화하는 것이 편의점 MD와 마케터의 역할입니다. 소비자가 굳이 특정 브랜드를 편의점에서 사야만 하는 이유가 필요한 거죠.

그래서 요즘 밸런타인데이 편의점 4사의 차별화 포인트는 ‘기획 상품’ 입니다. 봉지 초콜릿부터 박스 초콜릿 과자까지 제각각인 브랜드와 제품을 동일한 콘셉트로 포장하고, 키링이나 인형 등의 소품을 증정품으로 구성하는 식이죠. 같은 알맹이로 전혀 다른 콘셉트의 기획 상품을 만들어 해당 편의점만의 정체성을 담습니다.

편의점 CU에서 준비한 올해 밸런타인데이 캐릭터 기획 상품. 사진 BGF리테일

편의점 CU에서 준비한 올해 밸런타인데이 캐릭터 기획 상품. 사진 BGF리테일

그러다 보니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편의점 과자 MD들은 ‘팬시점 MD’로 변신합니다. 학생들 용돈 주머니, 직장인 지갑을 털어버릴 매력적인 팬시 상품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니까요.  초콜릿과 함께 포장된 아기자기한 소품이 그해 밸런타인데이 매출을 좌우하는 무기가 되는 거죠.

‘모남희키링’부터 ‘빵빵이 가방’까지…10개월 전부터 칼 간다

“요즘 유행하는 캐릭터가 뭐야?”
편의점 과자 MD들이 밸런타인 데이 기획을 위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입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신박한’ 기획이 나올 리 만무하죠. 편의점 MD와 마케터들은 결전의 날로부터 10개월 전부터 전쟁 준비를 시작합니다. 2월 14일 단 하루를 위해 칼을 가는 거죠. 트렌드 파악을 위해 매일 세시간씩 소셜미디어 탐색은 기본이고, 전국에서 열리는 모든 팝업스토어, 캐릭터 IP 마켓, 브랜드 전시회를 샅샅이 조사합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실시간 랭킹을 확인하는 것도 주요 일과래요.

GS25는 이달 26일까지 서울 성동구 '도어투성수'에서 밸런타인데이 기념 팝업스토어를 연다. 사진 GS리테일

GS25는 이달 26일까지 서울 성동구 '도어투성수'에서 밸런타인데이 기념 팝업스토어를 연다. 사진 GS리테일

현장 관찰 연구도 합니다. 이관배 GS25 가공식품팀 MD는 학교와 학원가에서 학생들을 유심히 살핍니다. 이관배 MD는 “키링 트렌드가 바뀌었다는 걸 깨달았다. 요즘 학생들은 플라스틱∙철 키링이 아니라 인형 키링을 많이 달고 다닌다”고 말합니다. 이런 관찰은 GS25가 이번 밸런타인데이 행사에서 초콜릿 선물상자 중 구성품으로 ‘모남희 인형 키링’을 준비한 계기가 됐죠.

외국에서 소비 트렌드도 조사합니다. 권희선 이마트24 브랜드마케팅팀 파트너는 두 달에 한 번 일본을 방문합니다. 일본 학생들의 트렌드를 살피기 위해서요. 권희선 파트너는 “캐릭터 왕국 일본에서 유행하는 소품이 정확하게 6개월~1년 뒤에 한국에서 유행한다”고 했습니다. 이곳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이번 초콜릿 선물 세트 안에 틴거울과 아크릴 키링을 넣었대요.

세븐일레븐은 이번 밸런타인데이 대표 캐릭터로 '빵빵이'를 선정했다. 사진 코리아세븐

세븐일레븐은 이번 밸런타인데이 대표 캐릭터로 '빵빵이'를 선정했다. 사진 코리아세븐

캐릭터 소품을 기획하며 ‘과자 소비 이론’까지 만든 MD도 있어요. 장채윤 세븐일레븐 MD는 내부 데이터를 분석해 과자 시장 주기성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맛에 집중한 주기와 재미를 추구한 주기가 번갈아 온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2020년과 2022년 ‘딱풀 캔디’를 비롯해 캐릭터 상품 등 독특한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면, 2021년과 2023년엔 ‘허니버터팝콘’ ‘먹태깡’ 등 맛있는 과자가 잘 팔렸다는 겁니다. 장 MD의 분석이 맞다면 올해는 캐릭터형 상품이 유행할 차례겠죠. 세븐일레븐이 개그 캐릭터로 알려진 ‘빵빵이’을 선택하고 초콜릿, 과자를 담은 빵빵이 가방 3종을 출시한 이유입니다.

작가 미팅에 캐리어 동원…“신규 캐릭터 잡아라”

5~6년 전부터 시작된 밸런타인데이 캐릭터 굿즈 전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변화라면 유명 캐릭터보다 신생 캐릭터와 협업이 많아지고 기획 상품 종류가 다양해졌다는 거죠. 인터뷰에서 만난 MD들은 공통으로 “캐릭터 유행이 이어지고 있지만 매해 새롭고 신선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캐릭터 IP 확보 경쟁도 치열합니다. 세븐일레븐은 캐릭터 ‘빵빵이’를 선점하기 위해 작가 미팅에 대형 캐리어 두 개를 가져갔어요. 그동안 만든 캐릭터 IP 활용 상품을 꾹꾹 눌러 담았대요. 까다롭기로 소문난 산요의 ‘포켓몬’과 성공적인 협업을 끌어낸 경력도 어필했죠.

CU는 7가지 캐릭터와 협업해 밸런타인데이 상품을 출시했다. 사진 BGF리테일

CU는 7가지 캐릭터와 협업해 밸런타인데이 상품을 출시했다. 사진 BGF리테일

CU는 요즘 뜨는 캐릭터를 다 긁어모았습니다. 조구만, 토대리 등 무려 7가지 캐릭터와 협업했죠. 권선영 CU 가공식품팀 책임은 “소비자 취향이 다양하지만 7개 중 하나쯤은 좋아할 거라는 생각으로 준비했다”라며 기획의도를 전했어요. 그러면서 “누구나 아는 캐릭터보다 소수 팬덤이 만들어지고 있는 캐릭터를 발굴한 점이 특징”이라고도 했죠.

초콜릿 사면 꽃다발 더해 배송까지

기획 상품을 잘 만들었다면 이제 마지막 ‘터치’가 더해질 차례입니다. GS25는 밸런타인데이에 꽃과 초콜릿을 함께 선물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 꽃 정기구독 서비스 업체와 손을 잡았어요. ‘꾸까’와 밸런타인데이 당일 꽃다발과 초콜릿 세트를 배송하는 이벤트를 진행하죠.

GS25는 꽃 정기구독 서비스 '꾸까'와 손잡고 밸런타인데이 당일 꽃다발과 초콜릿 세트를 배송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사진 GS리테일

GS25는 꽃 정기구독 서비스 '꾸까'와 손잡고 밸런타인데이 당일 꽃다발과 초콜릿 세트를 배송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사진 GS리테일

밸런타인데이를 틈 타 ‘동반 구매’ 매출을 노리기도 합니다. 초콜릿을 사러 온 손님이 다른 상품을 사게끔 하는 거죠. 김장웅 CU 스낵식품팀 책임은 “데이터를 보면 초콜릿과 주류 소비가 많이 이루어진다”고 했어요. 편의점들이 밸런타인데이 시기 초콜릿과 함께 눈에 잘 띄는 곳에 와인을 진열하는 이유입니다.

의외의 밸런타인 큰손, 연인 아닌 직장인

편의점 4사는 공통으로 “이제 밸런타인데이는 연인만의 행사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기념일”이라고 말합니다. 밸런타인데이는 여자가 남자에게, 화이트데이는 남자가 여자에게 주는 날이라는 통념과 달리 직장 동료, 친구에게 선물하는 문화가 만들어졌다는 걸 데이터로 확인했대요.

이마트24는 지난 7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서 '춘식이 초콜릿 세트'를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 이마트24

이마트24는 지난 7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서 '춘식이 초콜릿 세트'를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 이마트24

그래서일까요? 모두의 기념일인 만큼 요일이 기념일 성공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편의점 MD들이 올해 행사를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시작한 일도 ‘요일 확인’이었습니다. 일상 활동이 함께하는 평일이 주말보다 매출이 훨씬 높거든요. 시간상으로도 직장인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에 그래프가 올라갑니다. 다행히 올해 밸런타인데이는 수요일이에요.

올해 밸런타인데이 최종 승자는?

요즘 길거리를 지나면 편의점 앞에 진열된 초콜릿 기획 상품들에 눈길을 뺏겨요. 워낙 화려해서 눈길을 안 줄 수 없더라고요. 편의점 MD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왜 저런 소품을 만들었는지, 왜 저 캐릭터를 선택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어요.

편의점 4사 2024 밸런타인데이 전략 정리

편의점 4사 2024 밸런타인데이 전략 정리

인터뷰로 만난 MD들은 한목소리로 “다른 편의점은 신경 쓰지 않는다. 지난해의 내가 올해 나의 경쟁자다”라는 자신감을 보입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틈날 때마다 경쟁 업체를 방문해 우리만 가진 것, 우리에게 없는 것을 확인하다”고 말합니다.

일 년 가까이 소비자들의 즐거움을 위해 발로 뛰는 MD와 마케터들에게 이번 밸런타인데이는 누구보다 남다른 하루가 될 거예요. 기념일 성공 기준은 아무래도 매출이겠죠? 2024년 첫 기념일 대격돌, 과연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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