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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합 미쳤네" 햄버거에 위스키 인기…쉑쉑도 뛰어든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버거, 감자튀김, 콜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기본적인 버거 세트 구성이다. 오랜 시간 탄탄하게 이어져 온 버거 세트 구성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 버거와 감자튀김은 그대로이지만, 콜라 대신 위스키를 곁들이는 사람들이 생기면서다. 느끼한 맛이 강한 버거엔 주로 탄산이 강한 콜라나 맥주를 함께 먹었던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독주로 꼽히는 위스키가 새로운 버거 메이트로 등장했다.

서울 용산구 수제버거 매장 피피에스의 버거와 위스키 세트. 사진 피피에스

서울 용산구 수제버거 매장 피피에스의 버거와 위스키 세트. 사진 피피에스

버거와 위스키 조합을 맛본 사람들은 "최고의 조합"이라는 찬사를 보낸다. 실제로 블로그, 유튜브에 “조합이 미쳤다” “위스키가 버거의 기름진 맛을 깔끔하게 잡아준다” “색다른 맛이다”라는 등 버거와 위스키가 잘 어울린다는 후기가 올라와 있다.

위스키 소비층 늘며 버거에도 즐겨 

위스키를 찾는 젊은 층이 늘면서 버거에 위스키를 곁들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동안 패스트푸드로 여겨진 버거가 위스키와 함께 즐기는 안주 역할을 하면서 "버거 맛을 천천히 음미할 수 있게 됐다"는 사람부터, "미국에서만 봤던 버거+위스키 조합을 한국에서도 즐길 수 있어 좋다"는 사람까지 이 조합을 찾는다.

버거와 위스키 조합은 수제 버거 브랜드부터 시작했다. 15년째 버거 브랜드를 운영해 온 김경환 패티앤베지스 대표는 2012년부터 매장에서 버거와 함께 마실 수 있는 주류로 위스키를 선보였다. 위스키 열풍이 한창이던 2022년엔 ‘버스키’라는 이름으로 버거와 가장 잘 어울리는 위스키를 페어링한 세트를 시즌 한정 메뉴로 내기도 했다. 김경환 대표는 "과거보다 버거에 콜라 시키듯 위스키를 시키는 20대 손님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손님들이 본인의 위스키 취향을 잘 알고 있는 점도 최근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에 있는 수제 버거 전문점 피피에스도 2021년부터 버거와 위스키 세트를 선보였다. 이곳의 김기환 대표는 “코로나 19 시기 위스키 열풍이 불면서 지난해 다른 음료보다 위스키 하이볼 조합이 특히 인기가 높았다”며 "아무래도 여성 손님이 많은 지역이라 위스키 스트레이트보다 하이볼 인기가 좋다"고 전했다.

버거와 위스키를 조합한 '버스키' 메뉴. 사진 패티앤베지스

버거와 위스키를 조합한 '버스키' 메뉴. 사진 패티앤베지스

버거 프랜차이즈 브랜드들도 이런 위스키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수제 버거 브랜드 다운타우너는 위스키 브랜드 잭 다니엘스와 손잡고 지난해 12월 한 달간 콜라∙사과와 토닉워터∙진저에일을 섞은 위스키 칵테일 3종을 선보였다. 다운타우너 운영사 GFFG의 강지연 마케터는 “위스키가 햄버거와도 페어링 할 수 있다는 재밌는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다"며 "주요 매장 5곳에서 약 2000잔이 팔려 나갔다“고 밝혔다.

수제 버거 브랜드 쉐이크쉑도 버번 위스키 브랜드 메이커스 마크와 협업했다. 버번 위스키를 사용한 소스로 맛을 낸 ‘버번 베이커 버거’와 버번 위스키로 만든 하이볼 ‘쉑 하이볼’을 개발해 지난해 말 한정 메뉴로 출시했다. 쉐이크쉑과 같은 SPC그룹의 샌드위치 브랜드 에그슬럿도 지난해 9월 잭 다니엘스 위스키를 활용한 소스로 맛을 낸 버거 ‘스모키 폴드포크 위드 잭 다니엘 BBQ’를 선보였다.

수제버거 전문점 다운타우너가 위스키 브랜드 '잭 다니엘스'와 손잡고 지난해 12월 출시한 위스키 칵테일. 사진 GFFG

수제버거 전문점 다운타우너가 위스키 브랜드 '잭 다니엘스'와 손잡고 지난해 12월 출시한 위스키 칵테일. 사진 GFFG

생활 속으로 들어온 위스키

위스키가 버거 세트에 파고든 배경으로는 위스키의 대중화가 꼽힌다.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 19 시기 홈술·혼술 문화로 위스키가 유행했다고 본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와 달리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위스키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점도 위스키 대중화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유통시장 데이터 플랫폼 마켓링크에 따르면, 2020년부터 3년간 위스키 판매액의 84%가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 발생했다.

쉐이크쉑에서 지난해 12월 출시한 '버번 베이컨 버거'와 '쉑 하이볼'. 사진 SPC 그룹

쉐이크쉑에서 지난해 12월 출시한 '버번 베이컨 버거'와 '쉑 하이볼'. 사진 SPC 그룹

색다른 위스키 안주를 찾는 문화도 한몫했다. 인스타그램에 ‘위스키 안주’ ‘위스키 페어링’을 주제로 한 게시글은 6000건 넘게 올라와 있다. 초콜릿부터 한식까지 음식 종류도 다양하다. 버거 업계가 이런 새로운 위스키 문화 트렌드에서 기회를 본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젊은 세대가 위스키를 즐겨 마시게 되면서, 수제 버거 같은 젊은 세대에게 익숙한 식문화에도 위스키가 진입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려는 위스키 업체의 마케팅 전략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잭 다니엘스 국내 수입·유통사인 한국브라운포맨의 한 관계자는 “햄버거처럼 자주 먹는 일상 브랜드와의 조합으로 위스키에 대한 높은 접근성을 허물기 위한 전략”이라고 밝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위스키 업체의 판로개척 방법”이라며 “소비자 눈에 잘 띄게 해 자연스럽게 위스키를 찾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덕분에 위스키 수입량은 급성장 중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위스키 수입량은 3만 톤을 돌파했다. 200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수입량이다. 이 교수는 “다양한 맛의 하이볼이 등장하면서 누구나 위스키를 즐길 수 있게 됐다”며 “위스키 인기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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