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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코스 저작권 없다” 골프존, 소송 승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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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골프장의 코스를 시뮬레이션 영상으로 구현해 스크린 골프사업에 사용한 것은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앞서 대법원은 골프 코스를 창작물로 보고 설계자에게 저작권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2018년 몽베르 골프장 등은 스크린골프 업체 골프존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골프존이 실제 골프장을 모델로 가상 골프장을 만들어 사업을 벌이므로 저작권 침해라는 주장이었다. 당시 1심 법원은 “골프존이 골프장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2심에서도 골프장의 저작자는 건축주가 아니라 설계자라고 판시했다. 2020년 대법원이 2심 판결을 확정했다.

그러나 서울고법 민사5부는 골프코스 설계업체인 오렌지 엔지니어링 등이 스크린골프 사업자인 골프존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1심을 파기하고, 지난 1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코스 설계 시 골프 경기 규칙, 국제적인 기준을 따라야 하고 이용객들의 편의성·안전성 및 골프장 운영의 용이성 등과 같은 기능적 목적을 달성해야 하며, 제한된 지형에 각 홀을 배치해야 하므로 골프코스는 건축저작물로서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골프코스 설계엔 창작성이 없고 저작권 자체도 없다는 논리다. 2020년 저작권은 설계자에게 있다는 대법원 판결과는 해석이 다르다.

골프존 측 법무법인 세종 윤주탁 변호사는 “기존 대법원 판결은 골프장이 설계자로부터 저작권을 양수했다는 주장이 맞는지 판단한 것이고, 이번 항소심 판결은 설계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 있는지를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렌지 엔지니어링 이현강 대표는 “골프장은 규격이 일정한 축구장이 아니다”라며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도 저작권을 놓고 법적 다툼이 있었다. 유명 코스의 유명 홀을 카피해 만든 레플리카 코스에 대해 오리지널 골프장들이 소송을 벌였다. 법원은 카피 골프장이 원작의 이름을 쓰지 못하게 했지만, 코스 폐쇄를 명령하지 않았고 광고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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