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 라파 공습을 강행한 가운데,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이 재개될 예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최소 6주 휴전에 대한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공식 확인했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이 이날 미국·이집트·카타르 등 중재국과 함께 이집트 카이로에서 재개될 예정이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빌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다비드 바르니아 이스라엘 모사드 국장,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 겸 외무장관, 압바스 카멜 이집트 국가정보국(GNI) 국장 등이 이 협상을 시작했다. 이날 회담에도 이들이 참석해 인질 석방과 일시 휴전을 골자로 한 협상안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앞서 전날 바이든 대통령은 최소 6주간 휴전하면서 인질을 석방하도록 하는 협상을 진행 중임을 공식 확인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회담한 뒤 브리핑에서 "이번 협상에서 최소 6주간의 전투를 중단하는 것을 시작할 수 있으며, 이후 휴전이 더 오래가도록 구축하는 데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날 이스라엘군이 라파를 공습하면서 이 협상이 제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하마스의 한 고위 관리는 AFP통신에 "이스라엘군의 라파 공격은 인질 교환 협상을 무산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미국은 휴전 협상이 재개되도록 힘쓰고 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스라엘의 라파 군사 작전을 두고 "어떤 방식으로든 협상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휴전 협상을 방해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강경한 입장에 바이든 대통령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미국 NBC는 지난 12일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사석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멍청이(asshole)"라고 지칭하며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쟁을 계속하려 한다고 비난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의 라파 공격 하루 만에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최소 74명이 숨졌다고 팔레스타인 TV가 보도했다. AP통신은 가자지구 보건부 대변인을 인용해 사망자가 최소 67명이라고 전했다. 가자지구 전체 인구 240만명의 절반이 넘는 약 140만명이 라파에 피신해 있는 것으로 추정돼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계속되면 사상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라파 공격을 강행한 후 국제사회의 비난이 빗발치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남서쪽 해안에 대규모 텐트촌을 조성해 민간인을 그곳으로 대피시키겠다는 계획을 이집트에 밝혔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 보도했다.
이집트 당국자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텐트 약 2만5000개 규모의 텐트촌 15곳을 조성하고, 설치는 이집트가 담당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WSJ은 "이 계획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민간인 보호 대책 없이 라파를 공격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재차 강조한 것에 따른 것"이라면서 "이스라엘이 미국과 이집트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라파에서 더 본격적인 군사 작전에 들어갈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프랑스는 중동 지역에서 전쟁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군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사이에서 휴전 중재국이 되겠다고 제안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프랑스는 최근 레바논-이스라엘 국경 충돌을 해결하기 위해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 국경에서 10㎞ 떨어진 곳으로 철수할 것을 요구하는 제안서를 레바논 정부에 전달했다.
프랑스는 지난 1920년~1943년까지 23년간 사실상 레바논을 식민 통치했고, 이후에도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