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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반대 소용없었다…이스라엘, 라파 공습 "약 100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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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이스라엘군이 우방국인 미국 등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의 마지막 피난처인 라파 일대를 공격해 약 100명이 사망했다. 미국 등이 중재하는 휴전 협상 타결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모습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무장세력 사이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12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에 건물 사이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 보건부에 따르면 12일 가자 남부 라파 마을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52명이 사망했다고 전해졌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무장세력 사이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12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에 건물 사이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 보건부에 따르면 12일 가자 남부 라파 마을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52명이 사망했다고 전해졌다. AF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IDF)은 전투기·전차 등을 동원해 이날 새벽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인 라파를 타격했다. 그 결과 가옥 여러 채와 모스크 2곳 등이 공격을 받았다.

이집트와 맞닿아 있는 라파는 국제사회가 가자지구에 구호물자를 지원하는 주요 관문이자 전쟁을 피해 남부로 내려온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몰려 있는 지역이다. 가자 인구 가운데 절반 이상인 140만명이 이곳으로 피신했다고 추정된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번 공습에 약 100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타스와 스푸트니크 등 러시아 통신사들도 아랍권 방송사를 인용해 사망자가 약 100명이라고 전했다. 타스통신은 230명 이상이 다쳤다고 덧붙였다. IDF는 지난 10일에도 라파를 공습해 사망자가 최소 31명 나왔다.

12일 이스라엘 측 합동작전으로 구출된 인질 페르난도 시몬 마르만(60). 로이터=연합뉴스

12일 이스라엘 측 합동작전으로 구출된 인질 페르난도 시몬 마르만(60). 로이터=연합뉴스

IDF는 공습과는 별도로 성명을 내고 라파에서 특수 작전을 펼쳐 지난해 10월 하마스 기습공격 때 납치됐던 인질 2명을 128일 만에 구출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라파에서 IDF와 정보기관 신베트(ISA), 이스라엘 경찰의 합동작전으로 페르난도 시몬 마르만(60)과 루이 하르(70) 등 이스라엘 인질 2명이 구출됐다"며 "두 사람은 건강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들은 그간 하마스의 지하터널이 아닌 가정집에 억류돼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IDF 수석 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군과 (정보기관) 신베트가 오랫동안 준비한 작전"이라며 "아직 구출하지 못한 134명의 인질이 있다. 그들을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사이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11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한 고령의 여성이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심하게 파손된 건물 근처를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사이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11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한 고령의 여성이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심하게 파손된 건물 근처를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EU 등 우려에도 강행 

이날 공격은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주민 안전이 확실히 담보되기 이전에 라파를 겨냥한 군사작전을 진행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직후 이뤄졌다.

앞서 하마스는 미국·이스라엘·이집트·카타르 4자 회의에서 논의된 휴전안을 받은 뒤 135일간 3단계 휴전과 인질 및 보안 사범 석방을 골자로 한 역제안을 했다.

11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브레인트리에서 열린 가자지구 휴전 촉구 시위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팻말을 든 모습. AP=연합뉴스

11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브레인트리에서 열린 가자지구 휴전 촉구 시위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팻말을 든 모습. AP=연합뉴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군 철군이 포함된 하마스의 역제안을 거부하고, 하마스 소탕 등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전쟁을 계속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휴전안은 삐걱댔다. 특히 9일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를 완전히 소탕하려면 라파에의 대규모 군사작전이 불가피하다"고 천명하면서 상황은 악화했다. 이스라엘은 라파에 하마스 잔당이 은신해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미국·유럽연합(EU)·카타르 등과 유엔을 비롯한 국제 기구는 "이스라엘군이 라파를 공격하면 대규모 민간인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잇달아 우려를 표했다. 카타르 외교부는 11일 성명에서 "이스라엘의 라파 지상전 공격 시 난민들의 마지막 피난처에서 인도주의적 재앙이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네타냐후 "라파에 군 안 보내면 하마스 승리" 주장 

국제 사회의 거센 반대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11일 ABC방송과 폭스뉴스 등 미국 언론에 출연해 지상전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라파에 군대를 보내지 말라는 미국 정부 측 요구는 곧 하마스의 승리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또 "승리가 코앞에 있다"면서 라파 공격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네타냐후 총리가 선거가 열리는 격정적인 해에 바이든 대통령과의 균열을 확대하면서 두 차례 TV 인터뷰를 통해 미국 유권자들에게 직접 자신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8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와 회담을 가진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8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와 회담을 가진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대통령을 '패싱'하고 라파에서 군사작전을 강행한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백악관의 불신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11일 보도했다. WP는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 등 19명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간에 전쟁을 둘러싼 갈등이 깊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참모들은 더는 네타냐후 총리를 '생산적인 파트너'로 보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스라엘군이 12일(현지시간) 새벽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일대를 타격했다. 사진은 팔레스타인 소녀들이 11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 난민캠프 근처 해변에 서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12일(현지시간) 새벽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일대를 타격했다. 사진은 팔레스타인 소녀들이 11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 난민캠프 근처 해변에 서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바이든 입장에선 11월 대선을 앞두고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행위가 곧 표를 깎아 먹는 일이 돼 버렸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미국 내 무슬림·아랍계 유권자들이 바이든 대통령 지지를 철회하면서다. 지난해 말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아랍계 미국인의 지지는 4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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