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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기억력 나쁜 노인" 특검보고서 파문…국민 의심 커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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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81) 미국 대통령의 나이가 '재선을 하기엔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이 10명 중 9명에 육박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1일(현지시간) 나왔다. 현지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을 '기억력 나쁜 노인'으로 표현한 특검 보고서의 여파라고 분석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일로)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가 다시 최상위 정치 이슈로 떠올랐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그의 기억력을 지적한 특검의 보고서 내용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그의 기억력을 지적한 특검의 보고서 내용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ABC방송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지난 9~10일 미국 성인 528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86%가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을 하기에 너무 늙었다'고 답했다. 지난해 9월 실시한 같은 조사의 응답률(74%)보다 12%포인트 상승했다. 폴리티코는 "이번 여론 조사는 특검의 보고서가 공개된 후 실시된 것으로 특검 보고서 내용이 유권자들의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첫 번째 신호"라고 평했다.

지난 8일 로버트 허 특별검사는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으로 재직 당시 기밀 문서를 유출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혐의에 대해선 불기소 결정을 했지만, 보고서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부통령 재직 시기와 장남 보 바이든이 사망한 때도 떠올리지 못했다며 "기억력이 나쁘지만, 악의는 없는 노인"이라고 적었다. 이는 유권자들이 갖고 있던 바이든 고령에 대한 불안감을 특검이 확인해 준 것으로 받아들여져 후폭풍이 거센 상황이다.

파장이 커지자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까지 사태 진화에 가세했다. NBC뉴스 등에 따르면 질 여사는 지난 10일 후원자들에 보낸 e메일에서 "특검 보고서는 부정확하고 정치적인 인신공격을 담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장남 보의 사망 시점을 떠올리지 못했다는 보고서 내용과 관련 "자녀를 잃은 누구나 그렇듯 조는 보와 그의 죽음을 결코 잊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 AP=연합뉴스

델라웨어주(州) 법무장관을 지낸 바이든의 장남 보는 뇌암으로 2015년 5월 30일 사망했다. 질 여사는 "특검이 무엇을 달성하려고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난 누군가가 정치적으로 점수를 따기 위해 우리 아들의 죽음을 이용하려고 하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도 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 보고서가 나온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장남의 사망 시점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감히 그 얘기를 꺼내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바이든의 기밀 문서 유출 의혹 수사의 책임자인 허 특검은 지난해 1월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이 임명했다. 허 특검은 한국계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메릴랜드주 연방 검사장 등을 지냈으며 공화당원이다. 다만 워싱턴포스트(WP)는 "허 특검은 그간 동료들로부터 공정하며 비정치적이란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AFP=연합뉴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77세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네 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도 '고령 논란'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더욱 집중되는 건 두 사람의 외모와 화법, 행동의 차이 때문이라고 10일 분석했다. 매체는 2020년 대선 당시 보다 바이든 대통령의 머리카락은 더 하얗게 변했고 목소리는 쉰 듯하며 자전거를 타다 넘어지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고 짚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종종 머리를 염색하고, 큰 몸집과 키를 내세우며 힘 있게 연설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11일 나온 ABC방송·입소스 여론조사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엔 너무 늙었다'란 응답률은 62%로 바이든 대통령(86%) 보다 24%포인트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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