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나쁜 병사도 스나이퍼 된다"…이스라엘 'AI 무기' 뭐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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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사용한 무기체계를 처음 투입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전쟁에 투입한 AI 조준기. 사진 '스마트 슈터' 홈페이지 캡처

이스라엘의 한 고위 국방 당국자는 이스라엘군이 AI 기술을 하마스 무인기(드론) 격퇴, 방대한 가자지구 터널망 지도 작성 등에 활용하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미 하마스의 드론 공격에 이스라엘 스타트업 '스마트 슈터'가 개발한 AI 광학 조준기를 활용하고 있다. 소총·기관총 등에 부착해 사용하는 이 기기는 육안으로 보기 어려운 드론의 움직임을 자동으로 포착해 사격하도록 도와준다. 스마트 슈터의 AI 조준기는 "일반 병사는 물론 눈이 잘 안 보이는 병사도 스나이퍼로 만들어준다"는 게 당국자의 설명이다.

이스라엘군은 아군 드론이 그물을 이용해 상대방 드론을 잡아내는 시스템, 일명 '앵그리 버드'도 사용하고 있다.

또 가자지구의 하마스 공략에 필수적인 하마스 지하 터널망 지도 작성에도 AI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최근 미국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 연구에 따르면 '가자 메트로'로 불리는 이 지하 터널은 1300개에 달하며 길이는 총 500㎞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다.

이 지하 터널의 지도를 사람이 직접 만들려면 곳곳에 숨어 있는 하마스 병력이나 부비트랩 때문에 상당한 인명 피해가 불가피한데, 이스라엘 스타트업 '로보티칸'이 개발한 이 드론은 통신이 닿는 한 최대한 멀리까지 터널 안으로 들어가서 터널 지형을 파악한다.

AFP는 이번 전쟁으로 첨단 방위기술 산업에서 이스라엘의 선도적 위치가 한층 굳어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AI 기술이 무기에 본격 도입되면서 AI의 무기화에 따른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12월에는 "무기체계의 AI와 자동화" 등 새로운 군사 기술이 "심각한 도전과 우려"를 제기한다는 내용의 유엔 결의안을 세계 150여개국이 지지한 바 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