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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소리 꽥꽥 질러댄다"…좀비축구 '집관족' 소음 전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천 미추홀구의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A 순경은 3일 새벽 2시쯤 한 다세대주택에서 거주하는 주민에게 “응원 소리가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겠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 호주전에서 축구대표팀 공격수 황희찬이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동점골 넣을 때쯤이었다. A 순경은 응원 소리가 컸던 세대를 방문해 조용히 응원해 달라고 당부하며 지구대로 복귀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지구대도 같은 시간 “새벽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엄청난 TV 소리에 거리응원인 것처럼 소리를 집에서 꽥꽥 질러댄다”는 취지의 신고를 받았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 호주와 대한민국의 경기에서 황희찬이 패널티킥을 성공시킨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스1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 호주와 대한민국의 경기에서 황희찬이 패널티킥을 성공시킨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스1

한국 축구대표팀이 2023 아시안컵 선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새벽 시간 ‘집관족(집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의 고성·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커지고 있다. 손흥민‧이강인 등 슈퍼스타가 즐비한 데다 추가시간 극적인 동점골이 연이어 터지다 보니, 심야 응원 열기가 뜨거웠던 탓이다.

카타르에서 대회가 진행되는 만큼 토너먼트 경기부터 한국시간 기준으로 새벽에 열리는 데다, 월드컵과 달리 아시안컵 거리 응원이 없는 것도 하나의 요인이다. 공동주택 층간소음규칙에 따르면 밤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38㏈(데시벨) 이상의 소리를 낸다면, 층간소음으로 간주한다.

인천 미추홀구의 한 다세대주택에 거주하는 고모(27)씨는 “골을 넣을 때 잠깐의 환호 소리는 이해하지만, 정규시간뿐만 아니라 추가시간까지 소리를 질러 응원하는 것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옆집에 찾아가 항의했지만, 잠깐 조용해질 뿐 다시 시끄러워졌다”고 말했다. 서울 대림동에 거주하는 김모(29)씨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은 수요일 새벽에 열렸는데, 옆집과 아랫집의 응원 소리에 잠을 설쳤다”며 “회사에 출근해서 조는 등 근무에 지장이 생겼다”고 전했다.

층간소음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층간소음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에선 경기가 열리는 새벽 시간대 층간소음 신고에 분주하다. 한 경찰관은 “스포츠 경기를 응원하면서 술을 마시다 보니 주취 사건이 많았지만, 최근엔 줄어든 것 같다”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집에서 응원하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신 응원에 대한 층간소음 신고가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축구대표팀이 7일 자정 요르단과의 아시안컵 준결승을 치르는 만큼, 조용한 응원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층간소음으로 출동하더라도 폭력 등이 없다면, 세대 간 갈등을 중재할 강제적인 방법은 없다”며 “집에선 조용히 응원하는 매너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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