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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박성민 정치의 재구성, 댓글을 말하다

김동연 "한동훈의 세비 감축 공약, 진정성 없는 포퓰리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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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리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한솔 PD 중앙일보 PD

중앙일보는 4·10 총선을 앞두고, 한국 정치의 바람직한 미래를 모색해온 여야 정치인들의 구상을 들어보는 '박성민 정치의 재구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에 이어 이번 김동연 경기도지사 인터뷰 역시 반응이 뜨겁습니다. 양비론을 넘어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 여야 각 당을 향한 애정 어린 조언을 쏟아내 신선하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좀 더 깊은 생각을 듣기 위해 지난 1일 김 지사를 영상으로 다시 만났습니다. 안혜리 논설위원

김동연 경기지사는 '박성민 정치의 재구성' 인터뷰에서 "반성과 성찰 없이는 더불어민주당이 아니라 나홀로민주당이 된다"고 말했다. 또 윤석열 정부를 향해선 (대통령의 일방적 독주에 대해) 왜 직언하는 관료가 없느냐"며 불통 정권을 비판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오세훈 시장에 이어 김동연 지사 인터뷰를 봤는데 현실과 미래에 대해 생각할 화두를 던져서 좋았다, 합리적이면서 다양성이 어우러질 수 있는 광장의 역할을 기대한다"( 18pc****)는 응원 댓글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 정치 성향은 시민 성향을 비추는 거울, 본인만 절대 선이라고 착각하는 게 이 인터뷰만 봐도 드러난다"(mis0****)는 식의 평가도 있었다. 이런 시각에 김 지사가 어떤 답을 했을지 기사와 영상으로 소개한다.

선거 후 기득권 내놔야 국민 마음 살 것 #윤 9번째 거부권, 절제 없는 권력 보여줘 #위성정당, 민주당 먼저 '안 만든다' 했어야 #여야 모두 기득권 연연 구태 개혁해야

김동연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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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관료로서 장하성(청와대 정책실장)과 한때 대립했으나 결국 문재인(대통령)에게 굴복한 것으로 기억한다' (mich****)거나 (김 지사의) '부총리 시절 경제를 보면 잘했다고 할 수 있느냐'(isab****)는 질문이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초대 부총리 때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 갑작스러운 법인세의 급격한 인상, 그리고 부동산 대책 등에 있어 당시 청와대와 심한 대립각이 있었습니다.  '왜 사표 던지고 안 나왔느냐' 고 하는데, 책임 있는 공직자가 할 일은 아니죠. 소신껏 일하는 게 더 큰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경제 평가에 대해선 공과가 있죠. 최초로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했고  2%대로 떨어졌던 경제성장률을 3%대로 다시 올렸습니다. 반면 고용 문제는 가슴 아픕니다. 제가 정기국회에서 "고용문제만 생각하면 가슴이 숯검댕이가 된다"는 표현까지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제 뜻이 관철 안 된 것도 제 책임이겠죠.  
-'(윤석열 정부가) 빚을 더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경기도가 빚 더 낸 걸 자랑하니 충격적'(luwa****)이란 비판은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팩트체크를 안 한 것 같아요. 경기도는 지방채 발행 없이 지난해 추경과 금년도 6.8% 확대재정을 했어요. 중앙정부 재정 얘기라면 이렇게 설명드리죠. 나라 살림 오래 하면서 어려울 때 돈을 써보기도, 거꾸로 그 돈을 다시 거둬들이는 노력도 해 봤습니다. 지난 2008년 국제 금융위기 때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역사상 가장 많은 확대재정 지출을 했고요. 그다음 예산실장으로 가서는 풀었던 돈을 거둬들이는 역할을 했습니다. 국가재정은 항상 긴축해서 곳간 채워 넣는 게 능사가 아닙니다. 쓸 때 쓰고 저금할 때 저금하고, 이 조정을 잘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어려운 경제 상황엔 취약계층과 경제 전환기 대비를 위한 정부 투자에 돈을 쏟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 같지 않은 사람' (moza****)이라거나, 아예 '당 선택을 잘못했다' (mari****)며 정체성을 얘기하는 댓글이 많습니다. 아마 '당대표의 예스맨만 있고 다른 의견은 없는 북한식 정당'(kyeo****)이라는 식으로 현재의 민주당에 부정적인 분들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당 선택은 100%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와 별개로 이런 댓글 비판에 대해 민주당은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후에도 왜 국민에게 지지를 못 받았는지 성찰과 반성이 부족했습니다. 이에 더해, 민주당이 지금 다수당이잖아요. 먼저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기득권을 말씀하시나요.' 국회의원 권한과 특혜가 너무 많다'(ty40****)며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의견도 있는데요. 마침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의원 세비 줄이기 등을 공약으로 냈는데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민주당뿐만 아니라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인데요. 지금 우리 정치판은 승자독식 구조로서,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생각으로 극한투쟁과 대립을 하고 있습니다. 양당 고착화 속에서 정권 쟁취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 문화죠. 정치를 왜 할까요. 전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을 실천에 옮기기 위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선거 승리나 정권을 잡는 건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데, 지금 한국 정치는 수단과 목표가 도치돼서 정권 잡는 것이 목적처럼 됐거든요. 선거법 개정 왜 제대로 못 하고 있을까요? 개헌은 왜 안 되고 있을까요? 국회의원 특권은 왜 못 내려놓고 있을까요?  전부 기득권에 연연하기 때문이죠. (정치권이) 비례대표 병립형과 준 연동형을 놓고 싸우고 있는데요. 민주당부터 솔선해 위성정당 만들지 말자고 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정치자금법을 고쳐서 국회의원 수에 비례해 국가가 각 당에 주는 보조금을 모든 유권자에게 바우처로 나눠주면, 4000만 유권자 1인당 한 5000원씩 돌아갑니다. 유권자 각자가 지지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바우처를 보내면 정치 문화가 달라질 겁니다.  
한동훈 위원장 제안뿐 아니라 총선을 한 60여 일 앞두고 내놓는 이런 포퓰리즘적 얘기는 크게 신뢰하지 않습니다. 선거 두세 달 앞두고 얘기하지 말고 선거가 끝난 후 진정성 있게,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것부터 내려놓겠다는 마음으로 하면 국민 마음을 살 겁니다. 저는 민주당이 먼저 했으면 좋겠어요. 지금 대통령 부인의 디오르 백이 어떻고 또 (한 위원장의) 야구장 방문이 어쩌고저쩌고 그런 얘기가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민주당이 디오르 백 언급을 안 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잘못된 건 지적해야죠. 하지만 이걸 선거의 가장 중요한 이슈처럼 부각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민주당의 비전이 더 중요하죠. 상대를 비난하고 공격해서 반사이익만 얻겠다면 안 되는 것이죠.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체가 돼야지, 반사체가 돼서 되겠습니까. 
-지난 인터뷰에서 민주주의 가장한 전체주의에 대해 말하고 싶다고 했는데요.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는 트럼프 집권 후 권력의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고, 권력 행사에서도 절제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한국 사회에 대입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 임기 1년 반이 조금 지났는데 거부권 행사를 9번이나 했습니다. 물론 법에 정해진 권한이죠. 그렇지만 이 책에서 얘기한 것처럼 무절제한 권력 행사라고 봐요. 무리한 방통위원장 임명 강행이라든지 KT 같은 민영화된 기업 CEO 선임에 간섭하는 등 선출된 권력에 의해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증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제1당인 야당도 국정과 관련해 협조할 부분은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조건적인 반대나 발목잡기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