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서열 22위(지난해 기준)인 부영그룹이 직원 자녀에게 현금 1억원을 지급하는 파격적인 출산 장려 대책을 내놨다.
이중근(84) 부영그룹 회장은 5일 시무식에서 “2021년 이후 출산한 직원 자녀 70명에게 1인당 출산장려금 1억원씩 총 70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며 “해당 정책을 앞으로도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가가 토지를 제공한다면 “셋째까지 출산하는 임직원 가정은 출생아 3명분의 출산장려금이나 국민주택 규모의 영구임대주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영구임대주택 사업에 민간이 참여할 수 있게 해주면 계열사인 부영주택이 다자녀 출산 가구에 영구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의미다.
이 회장은 “대한민국은 저출산 문제가 지속된다면 20년 후 국가 존립의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며 “저출산에 자녀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 일과 가정생활 양립의 어려움이 큰 이유로 작용하는 만큼 파격적인 출산장려책을 도입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0년째 꼴찌다. 올해는 합계출산율이 최초로 0.6명 선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부영 관계자는 “공군인터넷전우회(로카피스) 회장을 겸직 중인 이 회장은 국방 인력이 계속 주는 데 대한 걱정이 많다”며 “자연스럽게 저출산 문제를 고민해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날 시무식에는 직원 66가구(70명 자녀)가 참석해 총 70억원의 출산장려금을 받았다. 연년생 자녀를 출산한 세 가족과 쌍둥이 자녀를 출산한 두 가족은 각각 2억원의 장려금을 받았다. 2021년, 22년 연년생 남매를 둬 ‘2억원 지급’ 증서를 받은 조용현 대리는 “외벌이라 경제적인 부담이 컸는데, 회사의 파격적인 지원 덕에 앞으로 셋째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재계에서는 직원의 출산·육아 부담을 줄여주는 문화가 다른 기업으로 확산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앞서 포스코는 8세 이하 자녀가 있는 직원에게 전일(8시간)·반일(4시간) 재택근무를 선택하도록 해 큰 호응을 얻었다. LG전자는 육아휴직(2년)과 유급 난임치료 휴가(3일)를 법정 기준 이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저출산 해법으로 ‘출산장려금 기부면세 제도’도 제안했다. 2021년 1월 1일 이후 출생아에게 개인이나 법인이 3년 간 1억원 이내로 기부할 경우 지원받은 금액을 면세 대상으로 하고, 기부자에게도 기부금액만큼 소득·법인세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