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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하면 뉴스감…김정은도 울고 갈 자칭 "가장 멋진 독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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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살바도르 나이브 부켈레(오른쪽에서 두번째)가 4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연임이 확실시 되는 가운데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부켈레의 오른쪽에 보이는 인물은 퍼스트레이디 가브리엘라 여사다. 로이터=연합뉴스

엘살바도르 나이브 부켈레(오른쪽에서 두번째)가 4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연임이 확실시 되는 가운데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부켈레의 오른쪽에 보이는 인물은 퍼스트레이디 가브리엘라 여사다. 로이터=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질투를 느낄만한 인물이 있으니, 엘살바도르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이다. 그는 소셜미디어 계정에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독재자"라고 자기 소개를 해놨다가 최근 들어 "철인왕(Philosopher King)"이라고 바꿨다. 올해 42세로 김정은 위원장(40)과 또래인 그는 4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압승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90%를 훌쩍 넘겼기에 낙선하면 뉴스가 되는 상황이었다.

일명 '백두혈통'으로 핏줄 덕에 독재 권좌에 오른 김 위원장과는 달리, 부켈레는 평민으로 태어나 2019년 민주적 절차로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엘살바도르는 헌법에서 대통령을 한 번 역임한 인물이 10년 내에 또다시 임기를 시작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중임은 가능하지만 연임은 금지한 것이다. 그러나 이를 부켈레는 미묘하게 피하며 연임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3일(현지시간) "부켈레가 국민을 갱단에서 지킨 것은 맞지만, 누가 국민을 부켈레로부터 지킬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낸 까닭이다.

부켈레 대통령은 2019년 30대 후반에 집권하면서 '범죄와의 전쟁'이라며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어 약 7만 4000명에 달하는 갱단 조직원을 체포했다. 이코노미스트 집계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젊은 남성의 8%에 달하는 숫자다. 같은해 엘살바도르의 살인 범죄 발생율은 30년 만에 최저 수준인 10만 명당 51명으로 떨어졌다. "오랜만에 밤길을 걸을 수 있게 됐다" "총성 없는 거리를 되찾았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왔다. 국민이 그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내는 핵심 이유다.

엘살바도르 갱단 척결 과정에서 체포된 이들. 지난해 10월 사진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엘살바도르 갱단 척결 과정에서 체포된 이들. 지난해 10월 사진이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갱단 소탕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지적된다. 체포와 구금 과정에서 고문 등 반인권적 행태가 있었다는 비판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익명의 제보 전화 한 통만으로도 바로 검거가 가능했고, 영장 없이도 수색이 가능했다"고 전했다.

그는 엘살바도르 정계의 이단아다. 30년 간 이어진 양당 체제를 깨고, 2019년 중도우파 성향의 제3당 후보로 출마했다. 그 전엔 산살바도르 시장을 지냈다. 어린 시절엔 정치보다는 기업 경영에 관심이 컸다고 한다. 일본계 기업 야마하의 엘살바도르 법인을 경영했던 경험도 있다.

그러다 2012년 지방선거에 돌연 출사표를 낸다. 소도시 누에보쿠스카틀란의 시장으로 당선한 그는 2015년엔 수도인 산살바도르 시장에 당선하며 중앙정치에 파란을 일으켰다. 2015년까지만 해도 그는 좌익 성향 정당인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 소속이었으나, 당내에서 자신의 정치 스타일을 문제 삼고 분란이 일면서 출당 조치를 받는다. 이후 그는 2019년 대선에 중도우파 성향의 제3당 정당 국민대통합동맹 후보로 출마했고, 대통령궁 입성에 성공했다.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을 본뜬 굿즈 인형. 그의 인기는 엘살바도르 내에서 압도적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을 본뜬 굿즈 인형. 그의 인기는 엘살바도르 내에서 압도적이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가죽 재킷을 즐겨 입고, 미국 브랜드인 랄프로렌 로고가 선명한 바지 및 야구모자 차림을 즐긴다. 4일 투표장에도 이 브랜드의 흰 모자를 쓰고 나타나 투표 후 기자회견에도 같은 차림으로 임했다. 기성 정치에 염증을 느끼던 엘살바도르 국민에게 부켈레가 혜성처럼 나타난 젊은 정치인으로 각광 받고 있는 데는 이런 새로운 스타일도 한몫한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임에도 헌법 조항에 위배되는 연임을 밀어붙이면서 논란을 자초했다. 외신을 종합하면 그가 권좌에서 내려오지 않기 위해 했던 일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자신의 1기 집권의 마지막 6개월을 휴직하겠다고 했고, 둘째, 자신과 가까운 성향의 헌법재판관들에게 "재선은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받아 발표하게 했다. 6개월 동안 대통령직을 수행하지 않았으니, 바로 이어지는 연임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부켈레는 4일, 개표가 아직 진행 중인 가운데 부인 가브리엘라 부켈레 여사와 함께 대통령궁 발코니에서 "이겼다"고 먼저 선포했다. 로이터는 "그는 85%를 득표했다고 주장했다"며 "의회 60석 중에서도 58석을 여당이 휩쓸었다는 주장도 했다"고 전했다. 부켈레와 퍼스트레이디 가브리엘라 여사는 2014년 결혼해 자녀 2명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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