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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맞네" 영상통화 뒤 340억 송금…홍콩 '딥페이크' 쇼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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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빅토리아항에 각종 기업들이 입주한 고층빌딩이 늘어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빅토리아항에 각종 기업들이 입주한 고층빌딩이 늘어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에서 한 다국적기업의 재무 담당자가 인공지능(AI)으로 합성된 영상 통화에 속아 약 340억원을 송금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CNN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지난 2일(현지시간) 브리핑을 열고 딥페이크 기술을 사용한 정교한 사기가 발생해 이와 관련해 피의자 6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사건은 한 다국적기업의 재무 담당자인 A씨가 이메일 한 통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해당 메일은 영국에 있는 본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이름으로 발송됐는데, 기밀 유지 하에 계좌 이체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의아하게 생각한 A씨는 피싱을 의심했으나 곧 걸려온 영상통화 후 의심을 거뒀다.

영상통화로 이뤄진 화상회의의 참석자들이 A씨가 잘 아는 동료들이었고 얼굴도 목소리도 A씨가 아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A씨는 이체에 동의했고 회의가 끝난 후 2억 홍콩 달러(약 340억원)를 송금했다.

A씨가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은 추후 본사에 이체 요청을 다시 확인한 뒤에야 드러났다.

홍콩 경찰에 따르면 A씨가 참여했던 화상회의의 영상과 음성은 모두 AI를 이용해 합성·복제된 가짜였다.

이번 범행과 관련해 피의자 6명이 체포됐다고 홍콩 경찰은 전했다.

이들은 분실 신고된 8개의 신분증을 이용해 지난해 7~9월 90회 대출을 받고 54개의 은행 계좌를 개설한 혐의도 받는다.

AI 기술이 보편화하며 전 세계 당국은 딥보이스·딥페이크를 활용한 범죄의 발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2021년 아랍에미리트(UAE) 한 은행에서는 평소 거래하던 대기업 임원의 전화를 받고 420억원을 송금했다가 딥보이스 범죄라는 게 밝혀지기도 했다.

지난해 4월 중국 네이멍구에서는 한 사업가가 친구의 목소리와 얼굴을 흉내 낸 딥보이스 영상통화에 속아 8억원을 송금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또 지난달에는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한 사진이 퍼지면서 AI가 생성한 딥페이크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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