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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논란’ 김경율, 불출마 선언…“당내 민주주의 목소리 낼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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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경율(오른쪽) 비상대책위원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 위원은 4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뉴스1

국민의힘 김경율(오른쪽) 비상대책위원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 위원은 4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뉴스1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4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저는 이번 22대 총선에서 출마하지 않는다”며 “숙고 끝에 내린 저희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제 결심”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서울 마포을 선거구를 포함한 4·10 총선 승리를 위해 비상대책위원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은 전날 마감한 국민의힘 지역구 공천 신청자 명단에도 빠졌다.

김 위원은 불출마 선언 직후 통화에서 “사퇴 문제는 당과 거의 상의하지 않았다”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게는 어제(3일) 저녁 따로 간단히 말했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이 만류했는지에 대해 그는 “저도 결심하면 안 바꾸는 스타일”이라며 “(한 위원장에게 사퇴) 의견만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장동혁 사무총장도 ‘대통령실과 비대위 갈등이 김 위원 사퇴로 봉합된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차원의 문제와 결을 달리한다고 생각한다”며 “총선 승리를 위해서 본인이 마포을에 출마하는 것이 도움될지, 다른 역할을 맡는 것이 도움될지 고민 끝에 본인이 내린 결정”이라고 답했다.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도 이날 MBN ‘시사스페셜’에 출연해 “본인의 마포을 출마 선언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당의 화합과 결속에 장애 요소가 될까봐 대승적 결단을 내리신 것으로 (본인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의 사퇴를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의 갈등과 연결짓는 데 대해선 “너무 확대해석하는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통령실에서 7일 방영될 KBS와의 대담을 녹화했다.

김 위원은 그동안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 갈등의 중심에 있었다. 한 위원장이 지난달 17일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 위원을 서울 마포을 출마자로 깜짝 소개하자 여권에선 ‘사천(私薦) 논란’이 일었다. 게다가 김 위원은 같은 날 JTBC ‘장르만 여의도’ 유튜브에 출연해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논란과 관련해 “프랑스 혁명이 왜 일어났을까. 당시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치, 난잡한 사생활이 하나하나 드러나면서 감성이 폭발된 것”이라고 말해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김 위원의 거취 문제가 한 위원장의 진퇴 문제로까지 번졌고, 김 위원은 ‘윤·한 갈등’의 진원지로 여겨졌다.

윤·한 갈등이 봉합됐다고는 하나, 대통령실과 친윤계가 계속 김 위원에게 불편한 감정을 가지면서 여권에선 김 위원이 공천 신청 이후 비대위원직을 던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총선 후보와 비대위원 둘 다를 가질 수는 없어서 비대위원직 사퇴가 일종의 출구 전략일 거란 분석이었다.

한동훈(오른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7일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 사실을 전한 뒤 함께 주먹을 쥐고 있다. 뉴스1

한동훈(오른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7일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 사실을 전한 뒤 함께 주먹을 쥐고 있다. 뉴스1

예상과 달리 김 위원이 총선 출마를 포기하는 대신 비대위원직을 유지하자 당에선 엇갈린 분석이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는 “한동훈 위원장의 고육지책일 것”이라며 “사천 논란에 시달린 김경율 비대위원이 출마하게 되면 한 위원장 입장에선 현역 의원 물갈이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이 여권의 전방위 압박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그동안 이른바 ‘태극기 부대’로 불리는 여권의 강성 지지층은 탈진보 인사인 김 위원의 사퇴를 요구해왔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등은 김 위원뿐 아니라 한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계획했다 취소했고, 일부 보수 성향 유튜브에서도 김 위원을 비판하는 영상 게시가 이어졌다.

일각에선 “한 위원장 입장에선 김 위원이 출마하는 대신 비대위에 남는 게 나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현 비대위에선 한 위원장을 제외하곤 사실상 김 위원 정도만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 김 위원이 출마해 지역구에 묶이면, 한 위원장의 중요한 ‘마이크’가 없어진다는 논리다.

여권 관계자는 “공천 과정에서 한 위원장이 용산과 갈등을 빚을 수 있는데, 그럴 경우 지도부에서 목소리를 낼 사람도 김 위원 아니겠냐”고 말했다. 김 위원 본인도 중앙일보 통화에서 “당 밖의 민주주의뿐 아니라 당내 민주주의도 중요하다. 몸을 가볍게 한 채로 당 안팎에 동일한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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