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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태우다 소름 반전 "클린스만, 봉준호급 영화감독"… 칭찬? 조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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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 경기 영화처럼 극적인 승부를 펼치는 클린스만 감독. AP=연합뉴스

매 경기 영화처럼 극적인 승부를 펼치는 클린스만 감독. AP=연합뉴스

64년 만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매 경기 영화처럼 짜릿하고 극적인 승부를 펼치고 있다. 일명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축구'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이번 대회 8강까지 치른 5경기에서 기록한 11골 중 5골을 후반 추가시간이나 연장전에 터뜨렸다. 이번 대회 참가국 24개국 중 최다 기록이다. 4골 중 3골은 동점골, 1골은 재역전골이었다. 연장전에서도 1골을 기록했다. 클린스만호는 지난달 20일 요르단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1-2로 뒤진 후반 추가시간 1분에 나온 요르단의 자책골로 2-2로 비겼다. 손흥민이 왼쪽에서 넘겨준 공을 황인범(즈베즈다)이 슈팅했는데, 요르단 수비수 야잔 알아랍 발에 맞고 골대로 들어갔다.

호주와 8강전 연장 전반에 손흥민(오른쪽)이 프리킥 골을 성공하자 벤치에서 기뻐하는 클린스만 감독. AP=연합뉴스

호주와 8강전 연장 전반에 손흥민(오른쪽)이 프리킥 골을 성공하자 벤치에서 기뻐하는 클린스만 감독. AP=연합뉴스

한국은 지난달 25일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선 2-2로 팽팽히 맞선 후반 추가시간 4분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페널티킥 골을 성공했다. 1-2로 뒤지다가 터진 재역전골이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가 경기 종료 직전 재차 동점골을 넣어 경기는 3-3 무승부로 끝났다. 지난달 31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에서도 0-1로 끌려가다 후반 추가 시간 9분 조규성(미트윌란)이 헤딩 동점골을 터뜨렸다. 추가 시간 10분 중 1분여가 남은 상황에서 터진 '극장골'이었다.

연장전으로 승부를 몰고 간 한국은 승부차기 끝에 사우디를 4-2로 물리쳤다. 지난 3일 호주와의 16강전도 사우디전의 판박이였다. 0-1로 뒤져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6분 손흥민이 상대 수비수에게 파울을 유도해 얻어낸 페널티킥을 황희찬(울버햄프턴)이 성공시켜 극적으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열린 연장 전반 14분엔 손흥민이 프리킥 결승골을 넣어 한국은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클린스만식 축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축구다. 로이터=연합뉴스

클린스만식 축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축구다. 로이터=연합뉴스

팬들의 반응은 갈린다. 손흥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생제르맹) 등 월드클래스급 선수들을 갖추고도 90분, 때로는 120분 내내 '용'을 써서 간신히 승점이나 승리를 클린스만식 축구를 두고 "편안하게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반면 기어이 득점하고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는 한국 축구가 "스릴 넘쳐서 좋다" "드라마, 영화보다 더 재밌다" 등의 긍정적 반응도 적지 않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3월 한국 대표팀에 부임하면서 "3골을 먹으면 4골을 넣는 축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3골을 내주고 4골이 터지는 경기를 만드는 클린스만 감독을 두고 "축구 감독이 아닌 봉준호 감독급 거장 영화감독 아니냐" "죽지 않는 '좀비 축구' 같다"는 농담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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