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그날따라 아침밥 먹자더니" "미래 약속한 연인 있었는데"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876호 02면

순직 소방 영웅들 오늘 영결식

경북 문경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의 분향소가 문경소방서에 설치됐다. 2일 오후 분향소를 찾은 한 시민이 묵념하고 있다. [뉴스1]

경북 문경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의 분향소가 문경소방서에 설치됐다. 2일 오후 분향소를 찾은 한 시민이 묵념하고 있다. [뉴스1]

건물에 남아 있을지 모를 근로자를 찾기 위해 화재 현장에 뛰어들었다 목숨을 잃은 두 소방관의 얼굴이 공개됐다. 순직 소방관들의 빈소에는 이틀째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경찰은 문경 식품회사 화재 현장 감식에 나섰다.

경북소방본부는 2일 “유족의 동의를 얻어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소속 김수광(27) 소방장과 박수훈(35) 소방교 등 순직 소방관들의 얼굴 사진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 속에서 이들은 소방공무원 제복이 잘 어울리는 미소 가득한 젊은 소방관의 모습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경북 문경시 육가공업체 공장에서 불이 나자 인명 수색에 나섰다가 화재에 건물이 무너지면서 변을 당했다.

이날 문경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엔 추모 행렬이 줄을 이었다. 유족들은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두 소방관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김 소방장의 부친은 “부모님과 함께 살기 위해 문경으로 거처를 옮기지 않고 구미에서 출퇴근하면서도 늘 밝은 웃음을 잃지 않았고, 출동할 때면 꼬박꼬박 어머니에게 연락하곤 했다”며 “원래 아침을 안 먹던 아이가 그날따라 같이 아침을 먹자고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평소 “나는 소방과 결혼했다”고 말할 만큼 소방관으로서 자부심이 강했던 박 소방교는 미래를 약속한 연인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2일 오전 화재 현장에서 진행된 10개 기관의 합동 감식에는 건물의 추가 붕괴 위험 등을 고려해 드론과 함께 소수 인원이 교대로 투입됐다. [뉴스1]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2일 오전 화재 현장에서 진행된 10개 기관의 합동 감식에는 건물의 추가 붕괴 위험 등을 고려해 드론과 함께 소수 인원이 교대로 투입됐다. [뉴스1]

‘순직소방관추모관’ 사이트에도 두 소방관을 애도하는 글이 이어졌다. 한 추모객은 “당신들은 소방의 영웅입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대들이 계셔서 저희가 안전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숭고한 희생정신은 우리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있을 겁니다” 등 추모의 물결도 끊이지 않았다.

젊은 두 소방관이 순직하자 소방관 안전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소방청의 ‘위험 직무 순직 현황’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순직한 소방관은 40명에 달하며 이 중 13명이 화재를 진압하다 유명을 달리했다. 이와 관련,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성명을 통해 “전국의 7만 소방관은 죽지 않고 살고 싶다. 도대체 우리 소방관들은 얼마나 많은 동료를 떠나보내야 하느냐”며 소방 예산의 안정적인 확보와 외부 전문 조사단을 통한 진상 조사 등을 촉구했다.

한편 경북경찰청은 이날 화재 현장에서 경북소방본부·국립소방연구원·전기안전공사 등과 합동 현장 감식을 진행했다. 경찰은 또 경북경찰청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수사 전담팀을 꾸린 뒤 공장 관계자들을 상대로 공장 안 환기 장치 작동 여부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경북도는 두 소방관의 장례를 경상북도청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영결식은 3일 오전 10시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거행되며 경북도청과 문경·구미·상주소방서에 마련된 분양소는 오는 5일까지 운영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