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경진의 민감(敏感) 중국어] 우아한 부패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876호 31면

민감중국어

민감중국어

중국에서 반(反)부패 칼바람이 거세다. 새해 들어 4명의 중관(中管) 간부가 낙마했다. 지난해는 87명이 사라졌다.  중앙조직부가 일상생활과 인사를 관리하는 고위 관리들이다. 약 1억 명 당원 중 국장급 이상 3000여 명에 불과하다.

최근 공산당은 정치 부패를 주목한다. 지난달 8일 열린 중앙기율위 20기 3차 전체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정치 생태계를 늘 맑게 하라”고 했다. “정치 기율과 정치규칙을 엄히 밝히고, ‘숨은 규칙’은 부수고 ‘밝은 규칙’을 세우라”고 주문했다. 이어 금융·국영기업·에너지·의약·인프라 등 권력과 돈이 모이는 곳의 부패를 척결해 군중이 더 많은 성취감을 느끼게 하라고 지시했다. 중국 방식의 ‘정치적 올바름’을 추진하는 동시에 보여주기식 사정(司正)을 예고했다.

중국의 부패는 늘 진화한다. 기율위는 1월 6일 탕솽닝(唐雙寧·70) 광다(光大)그룹 전 당서기의 당적을 박탈하며 ‘야푸(雅腐·아부)’, 즉 우아한 부패를 처벌 이유로 들었다. 광다그룹은 중국의 3대 금융 지주회사다. 기율위는 “정치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서적을 멋대로 가지고 입국해 읽었다”며 “명인의 글과 그림, 기념화폐 등을 수수하고 공권력을 명리(名利)를 도모하는 도구로 삼았다”고 우아한 부패를 질타했다.

‘야푸’의 첫 사례는 탕솽닝이 아니다. 지난 2015년 왕치산(王岐山) 당시 중앙기율위 서기가 처음 제기했다. 서예계에서 고관이 자기 작품첩 출판을 빙자해 뇌물을 받는 사례를 파헤치라면서 생겨난 신조어다. 출판기념회를 ‘야푸’와 ‘야후이(雅賄·우아한 뇌물)’로 지목한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한국에서 성행중인 정치출판회는 뭐라 표현해야 할까.

탕솽닝이 해외에서 밀반입했다는 정치적으로 문제가 심각한 금서(禁書)는 어떤 책이었을까. 지난 연말에 개정한 ‘당기율처분조례’ 중 정치기율 부분에 단서가 보인다. 51조는 “4대 기본원칙을 위반하거나, 당과 국가 이미지를 우습게 만들고, 지도자를 헐뜯거나 비방하며, 당·신중국·인민군대의 역사를 왜곡하는 내용을 금지한다”고 했다. 4대 기본원칙은 사회주의의 길, 무산계급의 독재, 공산당의 지도,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마오쩌둥 사상의 견지를 일컫는다. 체제를 부정하는 서적을 반입하면 심할 경우 당원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는 얘기다. 새해 벽두에 ‘우아한 부패’와 민감한 금서가 등장했다. 중국도 올해 정치의 파도가 거세질 듯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