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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출산율 꺾였다, 고용 그래프 보면 그 이유 알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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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기획재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일·출산 양립 정책 마련에 속도를 낸다. 2015년을 기점으로 저출산이 심화했는데, 같은 기간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가 증가하고 이들의 출산 포기 현상이 두드러진 게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에서다.

31일 기재부는 2015년을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로 보고 사회·경제적 원인을 분석하며 대안을 마련 중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지시에 따른 조치다. 실제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하는 평균 출생아 수)은 2003년 1.19명에서 등락을 반복하다가 2015년 1.24명을 기점으로 매년 하락해 2022년 0.78명을 나타냈다. 지난해 수치는 0.71~0.72명 수준일 것으로 추산된다.

기재부는 특히 2015년 여성 고용률(50.1%)이 처음으로 50%를 넘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해당 수치는 이후 상승세를 나타냈고 지난해 54.1%를 기록했다. 특히 30대 여성 고용률은 같은 기간 56.9%에서 68%로 더욱 가파르게 증가했다. 경제활동참가율로 보면 지난해 70%를 처음으로 찍었다. 갈수록 노동 시장에 뛰어드는 여성이 많아지면서 출산 계획을 미루거나 접은 게 아닌지 기재부는 들여다보고 있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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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여성이 많아져도 일과 출산을 병행하면 저출산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출산을 포기하고 일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서 문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30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상승 배경」 보고서에서 “3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상승 추세는 해당 연령대의 유자녀 여성 비중 감소에 밀접하게 연동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2015년쯤 일하는 여성들에게 ‘직장이냐 애냐’ 선택하라는 순간이 왔고 여성들은 일을 선택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이 밖에 2015년부터 저출산 현상이 가속한 다른 주요 이유로 집값을 지목한다. 주택금융원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중위소득가구가 표준대출로 중간가격 주택구입 시 대출상환부담)는 2015년 1분기 83.7로 저점을 찍은 뒤 상승세를 나타내다 2022년 3분기 214.6까지 찍었다. 또 수도권 인구 집중에 따른 경쟁 심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확산 속에서 출산기피 문화 유행 등도 2015년부터 저출산을 부채질한 요인으로 꼽힌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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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경제학상 美교수 “일 방해 안 받기 위해 출산포기”

학계에선 여성이 출산 대신 일을 선택하는 원인으로 삶에서 일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1990년대 대학에 들어간 여성부터 그런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의 분석은 클로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분석과 맞닿아 있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골딘 교수는 “일을 중요시하는 여성이 출산하게 되면 업무공백 등에 따라 소득 격차가 벌어지거나 승진이 지연되는 등 뒤처지게 돼 출산을 포기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배경에서 기재부는 일과 출산의 양립을 통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출산율이 함께 올라가도록 하는 걸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출산전후 휴가·육아휴직 제도 정착 ▶기업 위탁보육 확대 ▶영·유아 의료 인프라 확충 ▶남·여 육아휴직 사용률 OECD 수준으로 제고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 여성 수준으로 상향 등의 방향을 잡고 세부 실행계획을 마련 중이다. 직장 여성이 마음 편하게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도록 육아 환경을 개선해 더 이상 ‘아이냐 일자리냐’ 선택에 내몰리지 않게 하겠다는 취지다. 한 기재부 간부는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여성 등이 약한 고리인 것으로 보고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은 육아휴직자를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많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않다”며 “중소기업에 다니는 여성이 출산을 하려면 그만둘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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