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대 총선 직전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고발 사주’ 의혹 사건 1심에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가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옥곤)는 선거법 위반,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손 검사장에게 선거법은 무죄, 공무상비밀누설 등 나머지 혐의는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서 고발장 작성·검토를 비롯해 고발장 내용의 바탕이 된 수사정보 생성·수집에 관여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선거법 위반에 관해선 “고발장 자체가 2020년 총선 이후에 (당시 미래통합당에 의해) 제출됐으므로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긴 어렵다”며 무죄로 봤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비록 선거법 위반의 죄는 물을 수 없지만, 검찰의 막강한 권한을 이용해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것으로도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고발 사주 의혹은 2021년 9월 20대 대선 국면에서 제보자 조성은씨에 의해 제기됐다. 조씨가 손 검사장이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 텔레그램 메신저로 보낸 고발장 등 자료를 자신이 전달받았다고 한 인터넷 언론을 통해 폭로하면서다.
2020년 4월 총선 코앞에서 당시 야당이던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게 유리한 여론 조성을 위해 ‘유시민·최강욱 등 민주 진영 인사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해달라’며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고발장을 보냈고, 김 후보가 다시 선대위 부위원장이던 조씨에 전달했다는 게 해당 의혹의 골자였다. 텔레그램 메신저로 오간 고발장에 ‘손준성 보냄’이라는 표식이 남겨져 있다는 점이 핵심 증거였다. 미래통합당은 총선 4개월 후 2020년 8월 ‘손준성 보냄’ 초안과 내용이 판박이인 고발장을 검찰에 접수했다.
고발장의 명예훼손 피해자로 적시된 사람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3명이었다.손 검사장이 당시 ‘총장의 눈과 귀’로 통하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었던 만큼, 의혹은 곧 ‘윤석열 검찰총장 배후설’로 이어졌다. 공수처는 의혹 보도 직후인 2021년 9월 10일 윤 대통령과 한 전 장관, 손 검사를 입건했다.
공수처는 8개월간의 수사 끝에 2022년 5월 윤 대통령과 한 전 장관은 무혐의 처분했지만 손 검사장을 공직선거법 및 공무상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형사절차전자화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어 지난해 11월 결심 공판에서 손 검사장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 공무상비밀누설 등 나머지 혐의로 징역 2년 등 총 5년을 구형했다.
공수처 기소 사건 첫 유죄…손준성 “사실·법리 수긍 못해 항소”
이날 판결은 공수처가 직접 기소한 사건 중 처음으로 유죄가 선고된 사안이다. 대검찰청이 앞서 지난해 3월 내부 감찰을 거친 뒤 ‘손 검사에게 비위 혐의가 없다’고 선제적인 무혐의 결론을 내렸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피고인인 손 검사장은 재판이 진행되는 1년 9개월 동안 거듭 영전했다. 공수처 기소 당시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었던 손 검사장은 한 전 장관 재임 시절인 2022년 6월 서울고검 송무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지난해 9월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지난달 ‘검찰은 손준성 감싸기를 중단하라’며 손 검사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해 현재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손 검사장은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그는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나 “사실관계, 법리 관계 모두 수긍할 수 없어 항소해서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공지를 통해 “판결문을 받는 대로 내용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