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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이어 삼성SDI도 주춤…배터리 업계 “데스밸리 견딜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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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겹악재를 만난 전기차 배터리가 질주를 멈췄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로 이차전지 기업들이 줄줄이 기대에 못 미치는 4분기 실적을 내놨다. 전기차 판매가 둔화에 배터리 재고가 쌓였고 리튬·니켈 등 배터리 광물 가격마저 급락하며 ‘이중고’에 시달리는 양상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올 상반기 이차전지 업황이 바닥을 찍을 것으로 전망한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삼성SDI는 지난해 매출 22조7083억원, 영업이익 1조6334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 대비 12.8% 증가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9.7%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보면 매출 5조5648억원, 영업이익 3118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6.7%, 36.5% 줄었다.

삼성SDI는 이날 “전기차 시장에서 단기적으로 성장세 둔화가 있었다”면서도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공제 혜택을 아직 받지 않은 데다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늘려 영향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해 4분기 매출 8조14억원, 영업이익 3382억원으로 시장 기대치(영업이익 6000억원)를 크게 밑도는 실적을 냈다. 지난해 실적 발표를 앞둔 SK온은 흑자 전환이 어려운 상황이다.

전기차 재고가 쌓이고 구매 열풍마저 가라앉으며 이차전지 업계가 본격적인 도전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요가 가라앉은 가운데 공급 측면에서도 설비 증설이 본격화하면서 단기적으로 이차전지 공급망 전체에서 과잉 우려가 커진 상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언젠가 전기차 시대는 오겠지만, 당분간은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견뎌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차가 안 팔리면서 이차전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리튬·니켈 등 핵심 광물 가격도 덩달아 추락하고 있다. 광물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배터리 핵심 원료인 탄산리튬 가격은 1년 새 80% 넘게 하락했다. 리튬 가격 하락은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이차전지 제조사에 원료를 공급하는 소재 기업의 목을 조르고 있다. 소재 업체들은 단기간에 광물 가격이 하락하면 비싸게 사들인 원료로 제품을 만들어 제값을 받지 못하고 팔아야 한다. 국제 원유 가격이 하락하면 정유사들이 울상을 짓는 것과 같은 원리다.

실제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4분기 매출 1조1458억원, 영업손실 736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 대비 매출은 10.9%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엘앤에프 역시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7.2% 감소한 6468억원, 영업손실 2804억원을 기록하며 어닝쇼크(실적 충격)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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