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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443조원 헝다, 빚잔치 시작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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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중국 부동산 위기의 시작이었던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세계 최대 규모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청산 명령을 받았다. 중국 부동산 위기가 수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홍콩 고등법원은 헝다 청산을 요청하는 채권단 청원을 승인했다. 이번 소송은 헝다 계열사에 8억6250만 홍콩달러(약 1475억원)를 투자한 톱샤인글로벌이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지난 2022년 6월 처음 제기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한때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부동산 개발회사였던 헝다는 중국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건설 경기 침체로 지난 2021년 말 역외 채권에서 처음 채무불이행(디폴트)을 했다. 헝다가 현재까지 가진 총부채는 약 443조원(2조3900억 위안)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빚을 진 부동산 개발업체로 평가받는다. 2년 가까이 끌어온 소송에서 헝다는 파산을 막기 위해 채권단과 자구책을 협의하면서 청산 심리를 7차례 연장했다. 하지만 자구책 마련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결국 헝다의 발목을 잡았다.

해외 채권단과 함께 협의한 230억 달러(약 30조원) 규모의 부채 개선 계획은 지난해 9월 헝다 창업자인 쉬자인 회장이 범죄 연루 혐의로 구속되면서 무산됐다. 채권단은 지난달 이뤄진 법원 심리에서도 청산 청구를 반대하며 헝다를 지지했다. 하지만 최근 채권단과 헝다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청산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었다. 재판을 맡은 린다 찬 판사는 “법원이 이제 더 이상은 안 된다고 말할 때가 됐다”고 했다.

이날 홍콩 법원의 청산 명령 직후 홍콩 증시에서 헝다 주식은 거래 정지됐다. 이후 임시 청산인이 헝다 경영권을 인수하고 부채 구조조정 및 자산 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제 청산 절차에는 난관이 남았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일각에서는 청산 절차가 쉽지 않고, 청산 가능성이 이미 알려진 점을 들어 이번 홍콩 법원의 결정이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진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관신문은 “중국헝다와 헝다그룹의 국내 및 해외 자회사는 독립적인 법인이기 때문에 해외 법인(중국헝다)이 청산되더라도 그룹의 국내 주요 사업은 일정기간 실질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청산 명령이 중국 부동산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일반적 판단이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부동산 부문과 관련 산업 침체가 수년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이미 지난해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디폴트를 선언했고, 원양집단·완다 등 다른 부동산 개발업체도 디폴트 및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어서다. 이달 초에는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중국 자산관리회사 중즈그룹이 파산 처리됐다.

헝다의 추락이 상징하듯 중국의 경제 규모도 쪼그라들고 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미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6.3%로 중국(4.6%)을 크게 앞질렀다고 보도했다. 실질 GDP로는 지난해 미국이 2.5%, 중국이 5.2% 성장했지만 뜯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블룸버그와 세계은행(WB) 통계에 따르면 미국 달러 시장 환율로 환산한 2021년 중국 GDP는 미국 GDP의 75.2%로 미국 경제 규모에 바짝 다가섰다. 하지만 2022년 69.7%로 뒷걸음질 치더니 지난해에는 65%까지 하락했다.

주요 2개국(G2) 경제전쟁에서 중국의 패색이 짙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옌쉐퉁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원 원장은 최근 세미나에서 “향후 10년간 중·미 간 국력 격차는 양국 간 경쟁 심화 속에서 좁아지는 게 아니라 커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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