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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중증 말기 간 질환자, 생체 간 이식 받으면 생존율 높아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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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병원리포트 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 김덕기 교수팀

중증 말기 간 질환자도 생체 간 이식을 받으면 생존율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 김덕기·이재근·주동진 교수, 임승혁 강사 연구팀은 멜드 점수가 높아 뇌사자 간 이식을 주로 받던 중증 말기 간 질환자가 생체 간 이식을 받으면 뇌사자 간 이식을 받기 위해 대기만 하는 경우보다 생존율이 3배 가까이 높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외과학회지’ 최신호에 실렸다.

간 이식은 간이 제 기능을 할 수 없을 만큼 상태가 악화한 중증 말기 간 질환의 유일한 치료법이다. 생존해 있는 공여자에서 간을 기증받는 생체 간 이식과 뇌사자 간 이식으로 구분한다. 국내에선 뇌사 기증자가 부족해 간 이식의 70% 이상은 생체 간 이식으로 진행한다. 기존에는 멜드 점수가 30점 이상으로 높은 말기 간 질환 환자의 경우 좋은 이식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어 생체 간 이식을 적극적으로 권하지 않았으나 구체적인 연구결과에 기반을 둔 권장 사항은 아니었다. 멜드 점수는 간 질환의 심각도를 측정해 환자의 위급도에 따라 뇌사자 간 이식 순서를 부여하는 기준이다.

연구팀은 2005년부터 2021년까지 세브란스병원에서 간 이식을 대기하는 환자 가운데 멜드 점수가 30점 이상인 중증 말기 간 질환자 649명을 대상으로 1년 생존율과 거부 반응 발생률을 추적 조사했다. 조사 대상자 649명 중 생체 간 이식을 받기 위해 준비한 A군은 205명, 뇌사자 간 이식만 대기한 B군은 444명이었다. 조사 결과, 실제 간 이식을 받은 환자 수는 A군이 187명(91.2%)으로 간 이식 시행 기회가 B군(177명·39.9%)보다 2배 이상 많았다. 1년 생존율의 경우 뇌사자 간 이식만 기다렸던 B군은 28.8%로 매우 낮은 반면 생체 간 이식을 받은 환자들은 77.3%로 A군이 약 3배 가까이 더 높았다.

간 이식 기회 확대될 것으로 기대

연구팀은 두 군의 수술 결과도 비교 분석해 말기 간 질환자에게서 생체 간 이식 예후의 안전성을 확인한 결과, 생체 간 이식을 받은 환자의 합병증과 거부 반응 발생률이 뇌사자 간 이식을 받은 환자와 큰 차이가 없었다. 생체 간 이식 공여자들도 큰 합병증 없이 회복했다. 연구진은 간 이식이 필요한 중증 말기 간 질환 환자가 생체 간 이식을 받을 경우 뇌사자 간 이식 대기 순서만 기다리는 것보다 간 이식의 기회가 많아질 수 있으며 생존율도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이로써 말기 간 질환자에게서 생체 간 이식의 임상적 유용성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김덕기 교수는 “멜드 점수가
30점 이상인 중증 말기 간 질환자에게서 생체 간 이식의 안전성을 밝혀냈다”며 “말기 간 질환자도 생체 간 이식을 받을 수 있는 근거를 확인한 만큼 간 이식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이식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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