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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3kg 100원 기적" 초저가 서비스 온라인 신흥 강자들 [비크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학원생 유삼영(27·서울 노원구)씨에겐 장보기 메이트가 있어요. 한 달에 3~4번 온라인 장보기를 함께하죠. 같이 사면 생활필수품을 반값에 살 수 있거든요. 최근엔 커피우유 24팩짜리를 7000원(개당 약 300원)에, 영양크림 1통을 6500원에 샀대요. 혼자 사면 두 배 이상 값을 줘야 하는데, 함께하니 저렴해졌어요. 게다가 몇천 원짜리를 사도 무료배송 받을 수 있고요.

사실 삼영씨의 장보기 메이트는 진짜 친구들은 아니에요. 저렴한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잠깐 만들어진 공동구매팀이죠. 3년 전에는 99명이 한 팀이 된 적도 있어요. 팀을 만들어 감귤 3kg을 100원에 사는 기적 같은 일도 있었죠. 이때 가격이 워낙 저렴해 감귤 공동구매팀이 하루 만에 100팀이나 모였대요. 한 팀이 100여 명으로 구성되니, 하루 만에 거의 만 명이 모인 겁니다. 온라인 맘카페와 아파트 주민 단체 카톡방도 난리가 났어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오늘 비크닉은 장보기 무서워진 고물가 시대에 초저가 서비스로 뜨고 있는 새로운 온라인 신흥강자들을 알아보려 합니다. 가격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요즘, 트렌드를 발 빠르게 잡아낸 서비스들이죠. 불황 속에서 이들은 어떻게 사람들을 모으고 있는지, 초저가 외에 또 어떤 매력이 있는지 살펴볼게요.

뭉치면 싸다⋯새로운 소비 트렌드 된 공동구매 

최근 공동구매 플랫폼이 뜨고 있어요.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생활비를 조금이나마 아끼려는 소비자들이 똘똘 뭉쳤기 때문이에요. 물론 기존에도 공동구매 시장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한 소셜미디어의 공동구매가 성행했죠. 하지만 허위광고와 환불거부 등 소비자 피해가 늘며 문제점이 많았어요.

최근엔 브랜드 파워를 내세운 플랫폼들이 ‘초저가’를 강조하며 소비자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어요. 특히 2021년 가을 등장한 신생 커머스 ‘올웨이즈’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고 있죠. 올웨이즈는 ‘팀 구매’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서비스 론칭 5개월 만에 회원 수 100만 명을 모으더니, 지난해 12월까지 앱 누적 다운로드 수 1000만 건을 기록했어요. 대한민국 국민 5명 중 1명이 경험한 앱이 된 겁니다.

 '팀 구매'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올웨이즈. 사진 레브잇

'팀 구매'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올웨이즈. 사진 레브잇

올웨이즈에선 더도 덜도 말고 딱 2명만 모이면 공동구매를 할 수 있어요. 팀이 되면 큰 폭으로 할인된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죠. 기존 온라인 소매가보다 20~60% 이상 저렴해요. 싼 게 비지떡일 거라고요? 그렇지 않아요. 비결은 생산자 직거래. 재고 관리, 물류센터 운영, MD 업무를 생략하니 중간 유통 비용이 크게 줄었죠. 매일 5~6번 올웨이즈 어플을 켠다는 김혜수(37·경기도 안양)씨는 “다른 쇼핑 앱과 가격 비교를 해봐도 대부분 이곳이 제일 싸다”라고 말했어요.

가계경제가 어려워지며 조금이라도 싼 공동구매 앱으로 소비자들이 몰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요. 실제로 NHN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설치 증가율이 가장 높은 쇼핑 앱 8개 중 5개가 공동구매 앱이었어요(2022년 10월 대비).

이런 흐름에 주요 대형마트도 나섰어요. 지난해 이마트는 ‘오더픽’을, 롯데마트는 ‘온리원딜’ 프로젝트로 공동구매 서비스를 시작했죠. 농협도 온라인 쇼핑몰 ‘신선플러스’에서 공동구매를 진행했고요. 심지어 인터넷 은행 ‘토스’까지 공동구매 경쟁에 뛰어들었어요.

10원 단위로 판다⋯중국발 시세 파괴자들의 등장 

한때 ‘가성비’ ‘가심비’라는 말이 유행했죠. 가격 대비 성능이 좋거나, 만족감을 주는 소비를 의미했는데요. 이때만 해도 성능이나 만족감이라는 변수가 구매에 중요한 작용을 했다면, 요즘에는 모든 관심이 ‘가격’으로 쏠리는 분위기예요. 저렴하기만 하다면 성능이나 만족도가 낮아도 우선 몰리는 거죠.

마동석을 모델로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는 알리. 사진 알리익스프레스

마동석을 모델로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는 알리. 사진 알리익스프레스

이 틈을 타 ‘시세 파괴자’들이 유통시장을 빠르게 침공하고 있어요. 가성비∙가심비를 논할 수 없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내세워 시세란 말을 무색하게 만들어요. 살까 말까 고민할 필요도 없죠. 대표적인 게 중국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입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는 2023년 한국에서 가장 크게 성장한 앱으로 바로 알리와 테무를 뽑았어요.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들의 한국 진출 타이밍이 좋았다”고 평가합니다. 고물가∙불경기 흐름 속 한국 시장에서 유일하게 비어있던 ‘초저가 이커머스 시장’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2023년 한 해 가장 많이 성장한 앱 1∙2위를 차지한 중국 직구 플랫폼. 사진 와이즈앱∙리테일∙굿즈

2023년 한 해 가장 많이 성장한 앱 1∙2위를 차지한 중국 직구 플랫폼. 사진 와이즈앱∙리테일∙굿즈

알리와 테무는 ‘이커머스계 다이소’란 별명도 붙었습니다. 싸도 너무 싸요. 소형 로봇 청소기는 7000원, 500원짜리 블루투스 마우스도 있죠. 두 플랫폼은 공통적으로 생산자 직거래 방식으로 중간 유통단계를 생략해 가격을 크게 낮췄어요. 특히 테무는 판매자 간 경쟁 구도를 만들어 가격을 더 낮췄죠. 마치 ‘경매’처럼요. 여기에 더불어 빠른 배송을 약속하고 무료 배송∙반품 서비스까지 내세워요. 한국 소비자가 느낄 수 있는 해외 직구에 대한 불편함을 대폭 줄인 겁니다.

한 알리 사용자가 직구로 구매한 화장품과 잡화. 총 4800원이 들었다. 사진 독자 제공

한 알리 사용자가 직구로 구매한 화장품과 잡화. 총 4800원이 들었다. 사진 독자 제공

가격이 전부? 이 앱들의 진짜 매력은… 

그렇다고 신흥 유통 플랫폼이 가격으로만 어필하는 건 아닙니다. ‘게임’처럼 자꾸만 앱에 들어가고 싶어지는 ‘매력적 경험 설계’가 이들의 진짜 비결이죠.

올웨이즈는 온라인 농사 게임 ‘올팜’ 서비스를 하고 있어요. 올팜 이용자들은 온라인 농사에 필요한 물과 비료를 얻기 위해 매일 앱에 출석하고, 광고를 보고, 특가 상품을 구경합니다. 그러다 보면 저렴한 상품을 마주하죠. 주부 고선희(29·서울 강서구)씨도 이 올팜 덕분에 “계획에 없던 소비를 수차례 했다”고 말했습니다. “내 맘에 쏙 드는 물건만 팝업으로 보여주니 안 살 수가 없었다”라고요.

 올웨이즈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농사 게임 '올팜'. 사진 고선희씨 제공

올웨이즈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농사 게임 '올팜'. 사진 고선희씨 제공

소비자와 상품의 우연한 만남. 올웨이즈 운영사 레브잇은 이를 ‘디스커버리 커머스’라고 정의합니다. 개인화된 알고리즘으로 끊임없이 초저가 상품을 보여줘요. 마치 틱톡과 유튜브 알고리즘 추천 같은 거죠. 고객들은 화면에 뜬 상품을 보는 순간 “나 이런 거 필요했는데”라고 깨달아요. 소비자가 물건을 계획적으로 구매하기보다 상품을 우연히 ‘발견’하고 소비하도록 하는 겁니다. 실제로 올웨이즈 전체 거래 중 80%가 디스커버리 전략으로 발생했다고 해요. 테무 역시 이 전략을 씁니다.

알리·테무에선 소비 실험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어요. 소비자들은 이것저것 구매하면서 단 하나의 ‘득템’을 노립니다. 너무 저렴해 의심이 들지만, 우선 구매 버튼을 눌러봅니다. 하나 정도는 벽돌이 와도 괜찮을만한 가격이죠. 그러다 ‘득템’이라는 운 좋은 경험을 하면 온라인에 공유하고, 다른 이들의 소비를 장려해요. 이렇게 쇼핑하다 보면 테무의 슬로건처럼 마치 ‘억만장자처럼 쇼핑하기’가 가능해진 느낌이 들어요.

물론 이 플랫폼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에도 문제는 존재합니다. 초저가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품질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떠올라요. 가품을 받는 경우도 상당합니다. 올웨이즈의 올팜은 품질은 잘 지켜지고 있다는 평이지만, 이전보다 ‘수확’에 성공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소비자들의 애를 태워요. 올팜을 즐기는 선희씨 역시 “최근 수확이 어려워졌다”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초저가는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서 교수 역시 이들이 가진 저품질∙가품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가격 앞에 장사 없다. 환상적인 구매 경험을 한 번 하고 나면 중독될 것”이라고 말했어요.

성숙기에 접어든 온라인 유통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들의 등장으로 전운이 감도는 요즘입니다. 무엇보다 불황으로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가 커지면서 신흥 유통 주자들이 존재감을 뽐내고 있죠. 초저가 상품 제공은 기본이고요, 공동구매나 쇼핑을 게임처럼 즐길 수 있는 전략도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어요. 앞으로 온라인 유통 시장의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거라고 봐요.

물론 초저가 온라인 유통에 대한 비판도 있습니다. 기술∙국제정치 분야 매거진 ‘오터레터’의 박상현 발행인은 “필요 없는 물건을 충동 구매해 발생하는 ‘정크 커머스’”라고 꼬집었어요. 값싸고 질 나쁜 물건을 산 뒤 금방 버리면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니까요. 이런 상품들을 전 세계로 배송하는 과정에서도 엄청난 양의 탄소도 배출되고요.

하지만 올해도 초저가 상품을 찾는 수요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해요. 얇아진 지갑과 한껏 위축된 소비 심리가 회복되기 전까지는요. 유통업계에서도 이에 발맞춰 저가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죠. 소비자들의 저가 상품 선택 폭이 더욱 넓어질 거예요. 동시에 공동구매나 저렴한 직구 제품 소비 등으로 소비의 즐거움을 누리려는 움직임도 계속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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