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암행어사' 120년 여행 노하우 푼다, 日 최고 호텔 어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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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최근 미쉐린이 레스토랑에 이어 호텔도 평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미쉐린이 엄선한 훌륭한 호텔에는 키(key)를 부여한다고 해요. 이제 미쉐린 암행어사들이 뜬다고 하니 업계에서도 긴장하겠죠?

지난달 14일 일본 도쿄에서 미쉐린 호텔 키를 소개하는 글로벌 기자 간담회가 열렸는데요. 미쉐린이 새로운 호텔 평가 제도를 왜 만들었는지, 어떤 기준을 갖고 평가할 것인지 듣고 왔습니다. 혹시 일본 여행을 앞둔 분들이라면 주목하세요. 미쉐린이 꼽은 일본 최고 호텔도 다녀왔습니다.

전통 건축에 기모노까지 역사 담은 호텔

더 캐피톨 호텔 도큐 1층 연회장 입구의 모습. 호텔 디자인은 2020년 도쿄올림픽 국립경기장 설계를 맡은 일본의 대표적인 건축가 쿠마 켄고(Kengo Kuma)가 맡았다. 사진 더 캐피톨 호텔 도큐

더 캐피톨 호텔 도큐 1층 연회장 입구의 모습. 호텔 디자인은 2020년 도쿄올림픽 국립경기장 설계를 맡은 일본의 대표적인 건축가 쿠마 켄고(Kengo Kuma)가 맡았다. 사진 더 캐피톨 호텔 도큐

첫 번째 방문한 곳은 도쿄에 위치한 더 캐피톨 호텔 도큐(The capital hotel Tokyu)였습니다. 2020년 도쿄올림픽 국립경기장을 설계한 세계적 건축가 쿠마 켄고(Kengo Kuma)가 디자인한 곳입니다.

일본 전통 건축과 현대적인 스타일이 절묘하게 혼합된 게 특징이에요. 3층 메인 로비는 나무로 된 격조 지붕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전통적인 일본 신사의 지붕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지었다고 합니다.

객실에 들어서면 전통적인 일본식 현관이 연상되는 격조무늬 슬라이딩 도어가 있다. 이 문은 다양한 상황과 분위기에 맞게 재배치할 수 있다. 사진 더 캐피톨 호텔 도큐

객실에 들어서면 전통적인 일본식 현관이 연상되는 격조무늬 슬라이딩 도어가 있다. 이 문은 다양한 상황과 분위기에 맞게 재배치할 수 있다. 사진 더 캐피톨 호텔 도큐

더 캐피톨 호텔 도큐의 객실 내부. 사진 더 캐피톨 호텔 도큐

더 캐피톨 호텔 도큐의 객실 내부. 사진 더 캐피톨 호텔 도큐

호텔 룸에 들어가자 한국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한 중문이 또 있었는데요. 입구와 침실 사이, 그리고 화장실 사이에 격자무늬로 된 슬라이딩 문이 있었어요. 이렇게 반투명하거나 어두운색의 창호지(쇼지)를 바른 여닫이문은 일본 전통 건축에서 방을 구획할 때 많이 사용되는 양식이라고 해요.

더 미쯔이 쿄토 내부 전경. 사진 더 미쯔이 쿄토

더 미쯔이 쿄토 내부 전경. 사진 더 미쯔이 쿄토

일본 전통 다다미방을 재해석한 룸.

일본 전통 다다미방을 재해석한 룸.

더 미쯔이 쿄토 룸에서 바라본 정원의 모습

더 미쯔이 쿄토 룸에서 바라본 정원의 모습

다음날 방문한 더 미쯔이 쿄토(The Mitsui Kyoto)는 럭셔리 호텔에 대한 인식을 바꿔놨어요. 오션뷰나 시티뷰, 마운틴뷰가 없어도 호텔이 충분히 멋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어요.

입구는 다소 소박했어요. 300년 된 나무로 된 문을 통과하면 푸른 나무와 작은 연못이 사람들을 맞았어요. 로비에 들어가니 통유리 밖으로 잘 꾸며진 정원이 펼쳐졌습니다.

이곳에서도 일본 전통은 곳곳에 녹아 있어요. 우리나라 럭셔리 호텔에 직원들이 한복 입은 거 보셨어요? 종업원들이 기모노를 입고 있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일본 전통차를 만드는 곳도 있었고, 다다미방을 재현한 VIP룸도 었었어요.

까다로운 원칙 다섯가지 

그웬달 뿔레넥(Gwendal Poullennec)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

그웬달 뿔레넥(Gwendal Poullennec)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

미쉐린이 추천하는 호텔의 공통점 눈치채셨나요? 바로 전통과 현대의 조화입니다.

미쉐린이 호텔 키(key) 준비를 한 게 4년 전인데요. 어떤 기준으로 호텔을 평가해야 할까 고민하며 가장 먼저 한 일은 여행자들 후기 분석이었대요.

힌트는 고객 목소리에 있었죠. 사람들은 그 지역의 고유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역사와 전통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호텔을 찾고 있었대요. 그래서 만든 첫 번째 선정 기준이 바로 '호텔 자체가 목적지지가 돼, 지역의 경험까지 아우를 수 있는 곳'입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기준은 '독창성' 입니다. 기자 간담회에서 만난 그웬달 뿔레넥(Gwendal Poullennec)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는 “미쉐린은 단순하고 편리한, 쾌적한 숙소를 소개하는 것을 뛰어넘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을 소개할 것”고 강조했어요.

“여행은 여행자가 며칠간의 생활을 위해 선택한 삶이에요. 그게 얼마나 잘 맞는지, 혹은 경험할 가치가 있는지가 더욱 중요해졌죠. 자신의 닮은 혹은 닮고 싶은 호텔을 찾아 나서는 선구자들에게 미쉐린이 도움을 줄 수 있어요.”

다른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호텔 자체가 목적지가 돼 지역의 경험까지 아우를 수 있는 곳▶건축학적으로 내외부 디자인이 우수한 곳 ▶호텔만의 독특한 개성을 잘 살린 곳 ▶서비스·편안함 및 유지 관리가 우수하고 한결같은 곳 ▶ 숙박 금액에 상응하는 수준의 경험을 지속해서 제공하는 곳.

미쉐린 호텔 키는 레스토랑과 마찬가지로 평가원이 암행으로 하루 이상 숙박한 뒤 내리는 평가에 따라 정해집니다. 저는 어떤 사람들이 평가하는지가 가장 궁금했는데요. 이건 미쉐린의 영업 비밀이라 절대 알려주지 않더라고요. 업계 경험이 풍부하고, 판매나 영업의 목적이 없는 미쉐린 소속 직원이 평가한다고 해요.

사실 구글, 호텔스컴바인 등 호텔 후기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잖아요. 아무리 댓글 알바가 있다고 해도 여행자들의 후기는 대략적인 가이드 역할을 하는 것도 사실이고요. 이미 온라인에 여행 정보가 충분한데 굳이 미쉐린은 왜 호텔에 키를 주려는 걸까요.

뿔레넥 디렉터는 이 넘치는 정보가 여행 준비를 더욱 복잡하게 했다고 하더군요. “저희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이 한번 여행을 가려면 10개의 플랫폼에서 평균 10시간 동안 검색을 해요. 여행도 가기 전에 지치는 건데요.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있다면 이런 불합리한 시간을 제거할 수 있죠.”

1900년에 발간한 미쉐린 가이드 책. 사진 미쉐린 가이드 홈페이지

1900년에 발간한 미쉐린 가이드 책. 사진 미쉐린 가이드 홈페이지

120년 여행 노하우

미쉐린의 자신감미쉐린이 내세우는 건 120년 가까이 축적해온 여행 가이드 노하우입니다. 미쉐린이 원래 타이어 회사인 건 아시죠? 1900년 프랑스에 자동차가 3000대밖에 없던 시절, 회사는 자동차 여행객들을 위한 가이드 책자를 출간해요. 당시 책에는 여행 지도, 식당, 숙소는 물론 타이어 교체 방법, 주유소 위치도 있었대요. 사람들이 여행을 많이 가면 타이어도 많이 닳겠다(!) 생각한 거죠.

그런데 가이드 책자 속 레스토랑 섹션이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기 시작한 거예요. 미쉐린은 비밀 평가단을 모집해 그때부터 작정하고 레스토랑을 평가하기 시작해요. 1926년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의 탄생이죠. 참고로 우리나라는 2016년에 미쉐린 서울이 발간됐고, 내년에는 부산편도 나올 예정이래요.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디지털 서비스도 강화한다고 합니다. 미쉐린 추천 레스토랑과 호텔을 함께 연동하거나 실시간 예약 시스템, 커뮤니티 기능 확장 등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서비스도 준비 중이라고 해요. 우리나라의 네이버, 카카오처럼 세계 각국의 편리한 포털과 경쟁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여요.

마무리

그래서 미쉐린 키를 받은 호텔이 궁금하다고요? 키 발표는 내년 초에 한다고 해요. 아쉽지만 아시아에서 최초의 키는 일본이 받게 될 거라고 합니다. 뿔레넥 디렉터에게 그럼 한국은 언제 발표되느냐고 물었는데요. “아직 구체적인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어요.

만약 한국에서 호텔 키가 나온다면 어떤 호텔일까 생각해봤는데요. 지역 고유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으면서 건축적으로도 아름답고, 독자적인 개성을 자랑하는 곳이라….

나름 국내 여행을 많이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곧바로 떠오르는 곳이 몇 군데 없더라고요. 여러분이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비크닉에서 다뤄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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