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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키워드] 성난 사람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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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5호 29면

성난 사람들

성난 사람들

영화에 아카데미상, 음악에 그래미상이 있다면 방송엔 에미상이 있다.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 상이란 얘기다. 프라임타임에 방송되는 미국 주류 드라마가 즐비한데 올해의 주역은 단연 한국인 2세 이성진 감독이 만든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이다. 작품상·감독상 등 무려 8개 부문을 휩쓸었다.

아시아계 이민 2세대끼리 치고받고 싸우는 찌질한 이야기다. 마트에 자살 도구를 반품하러 간 한국인 2세 대니(스티븐 연)의 트럭과 부유한 중국인 2세 에이미(알리 웡)의 고급 SUV가 부딪칠 뻔하면서 치졸하기 짝이 없는 복수혈전이 꼬리를 물고 급기야 극한 상황에서 미운 정이 쌓인 이들에게 핑크빛 미래가 암시된다.

다양성의 시대에 아시아 콘텐트의 미래도 핑크빛이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아시아 배우 비중이 2007년 3%에서 2022년 16%로 커졌다. 아카데미 작품상·각본상 후보에 오른 ‘패스트라이브즈’의 셀린 송 감독 등 한국계 창작자들도 상종가다. 세계를 호령하던 미국 대중문화의 헤게모니 균열로 보기도 한다.

원제 ‘Beef’는 불평·불만·싸움이란 뜻의 속어다. 정체성 혼란에 얽힌 불평·불만으로 싸우던 ‘성난 이민자들’은 이제 없어질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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