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권 독립·능률 높일것”/김덕주 새 대법원장 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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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체제 집착하는 보수주의자 아니다”
김덕주 11대 대법원장은 20일 오전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법부는 확고부동한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켜야 하며 사법권이 외부비판·개인의 편협된 생각 등에 사로잡혀 편향되게 행사되거나 힘이나 여론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권의 독립이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만이 아닌 다원화된 사회의 어떤 계층이나 집단으로부터의 독립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 운영방침과 관련,『이념적으로는 사법권 독립확보와 법치주의 확립을 최우선 목표로 하겠으며 구체적으로는 국민들에 대한 법률서비스를 확대하고 복잡한 사회에서 능률적인 사법권 행사가 이루어지도록 지원하겠다』며 「문턱이 낮은 법원」이 되도록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내년 4월로 다가온 법관 4백60여 명에 대한 재임명에 대해서는 법관 재임명은 임기제 정신을 살려 실질적인 자질심사와 법관 신분보장에 충실해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연임시키는 두 가지 기준을 적절히 조화시켜 마무리 짓겠으며 정치적 고려 등 잡음의 소지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법관인사는 서열·능력·자세 등을 종합고려해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임중 지자제·국회의원·대통령선거 등 각종 선거를 치러야 하는 사법부 수장으로서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가 정치적인 행사에 중립을 지키는 것이 민주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보기 때문에 오로지 법에 따라 공명선거를 실시하도록 유도하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행정실무에 탁월하다는 평을 듣고 있는 김 대법원장은 사법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현재 설치된 「2000년대 사법제도개혁위원회」가 마련한 계획안을 토대로 각계 의견을 수렴해 초석을 다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법부 임무는 법질서를 수호해 국가활동을 보장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데 있는만큼 법치주의를 실현하고 국법질서를 확립함으로써 국가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겠습니다.』
평소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 대법원장은 『사법운영에서 시대상황의 변화를 외면할 수는 없으나 법률적용은 엄격해야 하며 재판은 구체적인 사건을 통해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며 『이러한 의미에서 보수적이란 평가가 있는 모양이지만 체제에 집착하거나 고수하는 의미의 보수주의자는 아니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김 대법원장은 야당이 자신의 임명동의에 반대한 데 대해서는 『민주국가에서 만장일치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며 앞으로 사법권 독립을 지키라는 질책으로 생각,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밖에 지난 10월 이창석씨 보석결정을 앞두고 어떤 외부의 청탁도 없었으며 대법원장직을 염두에 두고 사건을 처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무슨 일이고 최선을 다한다」는 좌우명을 가졌다는 김 대법원장은 법관들에게 품위유지와 자질향상을 위한 노력 등을 게을리하지 말도록 거듭 당부했다.<김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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