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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11%의 실험..."인세 11% 보장, 반품 부담 떠안겠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6월 문을 연 출판사 ‘도서출판11%’는 모든 작가에게 최소 11% 인세 지급을 목표로 한다. 기성 작가들에게 통상 10%, 신인 작가들에게 8%를 주는 출판 관행을 뒤집겠다는 의미로 사명에 숫자 '11'을 넣었다. 도서출판11%의 편집인이자 트렌드서『90년생이 온다』를 쓴 임홍택(42) 작가를 지난 24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90년생이 온다』의 저자 임홍택. 도서출판11%의 편집인이다. 사진 임홍택

『90년생이 온다』의 저자 임홍택. 도서출판11%의 편집인이다. 사진 임홍택

인세 1% 더 준다고 상황이 크게 달라질까.
1% 더 주는 게 대단한 일은 아니다. 외려 물어보고 싶다. 그 별것도 아닌 일을 왜 지금까지 아무도 안 했을까? 일단 신인 작가 인세를 후려치는 관행부터 바꿔보자는 취지다. 암묵적으로 인세를 10%로 유지해온 출판 관행에 저항하는 의미도 있다. 
신인 때 인세 8%를 제안받았나. 
그렇다. 그런 조건에는 계약하지 말라는 조언도 들었지만 출판사를 고를 형편이 안 됐다. 아직도 신인 작가에게 8% 또는 그보다 낮은 인세를 제안하는 출판사가 꽤 있다. 최근에는 6%까지 봤다. 
판매 부수가 아닌 발행 부수를 기준으로 인세를 지급하는 이유는.
책을 얼마나 찍어냈는지(발행 부수)는 바로 알 수 있지만 얼마나 팔렸는지(판매 부수)는 바로 알기 어렵다. 한국에는 서점과 출판사가 후불 계약을 맺는 관행이 있다. 서점은 일단 외상으로 책을 들여놓는다. 그중 안 팔린 책과 반품된 책을 제하고 실제로 판매가 이뤄진 책에 한해 후불로 책값을 지불한다. '실제 판매 부수'가 기준이 되면 정산 과정에 잡음이 낀다. 일단 도매상이 낀 어음 결제 구조 때문에 판매 부수를 집계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그 과정도 복잡해진다.  
반품 손실을 작가에게 떠넘기지 않겠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일단 찍어낸 책에 대해서는 무조건 인세를 지급한다. 팔리든 안 팔리든, 팔렸다가 일주일 뒤 반품이 되든 상관없다. 수요 예측은 출판사의 몫이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2007년부터 12년간 CJ제일제당에서 일했다. 수요 예측을 하고 재고를 관리하는 것은 제조업체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다. 가령, CJ 즉석밥을 산 소비자가 일주일 뒤 제품을 환불한다고 해서 쌀 납품한 농부에게 돈을 덜 주진 않는다. 즉석밥을 책으로, CJ를 출판사로, 농부를 작가로 바꿔도 결과는 같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외부인의 시각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도서출판11%가 이용 중인 홀로그램 인지. 위조 방지 기술이 적용됐다. 사진 도서출판11%

도서출판11%가 이용 중인 홀로그램 인지. 위조 방지 기술이 적용됐다. 사진 도서출판11%

새롭게 도입한 전자 인지 시스템에 대해 설명해달라. 
과거 출간된 책들에 인지(작가의 인감 도장이 찍힌 종이. 자신의 책이 몇 부 출판됐는지 확인하는 용도로 쓰인다)가 붙어있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우리는 이 인지를 업그레이드했다. 도서출판11%에서 출고된 모든 책은 개별로 인쇄된 순서가 적힌 홀로그램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이 인지는 보안잉크와 홀로그램 같은 위변조 방지 기술을 적용해 복제가 불가능하다. 우리가 인지를 만들지도 않는다. 정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이 만든다. 출판사가 인지를 직접 발행하지 않기 때문에 발행 부수로 장난을 칠 수 없다.  
어쨌든 출판사가 작가에게 부수를 통보하는 방식 아닌가. 
출력된 홀로그램 인지는 출판사가 아닌 저작권자(작가)가 소유한다. 인쇄할 책의 부수에 맞춰 작가가 인쇄소로 전자 인지를 보내거나 직접 붙일 수 있다. 모든 스티커가 1회만 생산되고 고유 번호가 있기 때문에 중복 부착도 일어날 수 없다. 
이제까지 펴낸『2000년생이 온다』(임홍택 저) 외에 앞으로 어떤 책이 나오나.
『90년생이 온다』 재개정판과 학계의 AI(인공지능) 전문가가 쓴 생성형AI 교재가 오는 2월에 출간된다. 앞으로 비문학 중 경제 경영서 위주로 출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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