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곳곳 게릴라시위

경찰이 29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막기 위해 경찰버스 40대를 동원해 서울시청 앞 광장 주변을 촘촘히 에워쌌다. 경찰이 집회를 원천봉쇄하자 시위대는 을지로입구 사거리 도로를 점거하고 기습시위를 벌였다.김성룡 기자

29일 오후 4시20분 서울 을지로입구 사거리 네 방향이 시위대 1500명에 의해 완전히 가로막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당초 예정된 시청 앞 광장 대규모 집회가 경찰의 저지로 무산되자 급히 장소를 바꿔 도로를 기습점거한 것이다. 을지로입구 사거리와 롯데백화점 본점~신세계백화점 본점 일대 도로 100여m는 구호로 뒤덮인 시위 장소로 변했다. 경찰은 4시40분쯤 집회 장소에 전경 5000여 명을 배치해 시위대를 포위하고 해산하라는 경고방송을 수십 차례 했다.

하지만 서울지역총학생회연합.민주노총.전국빈민연합 등 회원으로 구성된 시위대는 1시간30분가량 연좌농성과 집회를 열고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1t 트럭에 배추를 가득 싣고 상경한 농민 100여 명도 시위에 가세해 차도에 배추를 쏟아붓고, 경찰을 향해 배추를 던지기도 했다. 집회를 마친 시위대는 한국은행 앞까지 왕복 8개 차로를 가로막고 30분 동안 행진했다. 시위대는 2시간쯤 경찰에 포위되자 절반가량은 현장에서 흩어졌으며 나머지 700여 명은 오후 6시30분쯤 명동성당 앞으로 이동해 1시간30분 동안 촛불문화제를 연 뒤 자진 해산했다.

이 때문에 2시간가량 남대문로 을지로입구~한국은행 구간의 교통이 마비됐다. 특히 퇴근시간과 겹쳐 을지로.종로 일대 교통이 큰 혼잡을 빚었다. 시위대는 이날 오후 2시쯤부터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서울역 대합실, 옥인동 국민은행 청운지점 앞, 동대문로터리, 퇴계로 등 도심 곳곳에서 산발적인 집회를 한 뒤 이곳에 집결했다.

범국본 측은 "시청 앞 광장은 경찰의 경비로 진입할 수 없어 긴급히 인터넷과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통해 장소 변경을 알렸다"고 말했다. 경찰은 "명동성당 쪽으로 시위대가 모일 수 있다는 정보는 있었지만 도로 점거는 예상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경찰은 기차를 타고 상경한 농민연합 소속 농민 250여 명이 오후 2시쯤부터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하려 하자 해산 명령을 내린 데 이어 주먹을 휘두르며 저항한 9명을 연행했다. 이에 반발한 농민들은 역 구내에서 2시간가량 연좌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청은 이날 폭력을 휘두르는 등 불법행위에 적극 가담한 16명을 연행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권호.김호정 기자 <gnomon@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