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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성난 백인’ 몰표로 2연승…바이든과 재대결 가시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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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USA! USA! USA!”

23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의 두 번째 대선 경선인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축하 행사가 열린 내슈아 한 호텔의 연단에 오르자 수백 명의 지지자는 한목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한 지지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54.5%의 득표율을 기록해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43.2%)를 11%포인트 이상 차이로 제치고 승리했다. 지난 15일 첫 경선을 치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 이은 2연속 과반 대승이다.

내달 24일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23일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 각각 1위를 차지, 11월 대선에서 재격돌이 예상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아래 사진). [AP=연합뉴스]

23일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 각각 1위를 차지, 11월 대선에서 재격돌이 예상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아래 사진). [AP=연합뉴스]

이로써 ‘트럼프 대세론’을 재확인하며 2020년 대선에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재대결이 사실상 굳어졌다. 아이오와 코커스가 공화당의 첫 경선지로 자리 잡은 1976년 이래 공화당 경선에서 맨 처음과 두 번째 경선에서 연속 승리한 후보는 모두 최종 대선후보에 지명됐다. 워싱턴포스트는 “(경선 레이스는) 거의 다 끝난 것 같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승리 축하 행사장에서 “우리가 지지를 받는 이유는 그들(조 바이든 행정부)이 하는 일이 너무 나쁘고 우리나라를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여러분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헤일리 전 주지사를 두고선 “무소속 표가 많이 나왔지만 공화당원 표에서는 겨우 25%만 얻었다”며 경선에서 졌는데도 자신보다 먼저 연설 무대에 올라 마치 이긴 것처럼 행세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요인은 견고한 지지층의 결집, 불안정한 이민자에 일자리와 부(富)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며 절망감에 빠진 ‘프레카리아트’(Precariat, 불안정하다는 뜻의 ‘precarious’와 프롤레타리아트의 합성어로 불안한 고용 상황의 노동자 계급)의 불안·분노 심리를 자극한 선거 전략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이번 공화당 프라이머리 출구 조사에서 투표자의 10명 중 3명은 경제와 이민 문제를 가장 심각한 현안으로 지목했다. 낙태 및 외교안보 정책을 꼽은 사람은 10명 중 2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23일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 각각 1위를 차지, 11월 대선에서 재격돌이 예상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위 사진)과 바이든 대통령. [AP=연합뉴스]

23일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 각각 1위를 차지, 11월 대선에서 재격돌이 예상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위 사진)과 바이든 대통령. [AP=연합뉴스]

헤일리 전 주지사는 “그가 이긴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아직 여러 주가 남았다. 다음은 내가 사랑하는 사우스캐롤라이나다”고 말했다. 후보직 사퇴를 압박하는 당내 여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레이스를 계속 이어가 다음 달 24일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서 다시 맞붙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뉴햄프셔주에서 트럼프가 두 자릿수 격차의 대승을 거둠에 따라 이제 시선은 바이든 대통령과 재대결할 가능성이 유력시되는 11월 5일 대선 본선을 향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독주에 가장 크게 발목을 잡는 것은 ‘사법 리스크’다. 그는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를 비롯해 모두 4차례에 걸쳐 91개 혐의로 형사 기소된 상태이며 일부 주에서는 그의 대선후보 자격에 대해 시비를 걸어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 공화당 경선 시작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CNN]

미국 공화당 경선 시작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CNN]

만약 그가 대선 투표 이전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대선 국면은 또 한 번의 격랑에 휩싸일 수 있다. 다만 이번 뉴햄프셔 출구 조사에서 공화당 프라이머리 유권자의 과반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대통령직에 적합하다고 답했다. 아이오와에서도 이 같은 답변은 전체 응답의 3분의 2에 달했다. 따라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전에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공화당 대선후보 자리를 유지하는 데는 별문제가 없어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가 되는 게 이제 분명하다”며 “이보다 더 큰 위험은 없다”고 했다. 이어 “우리의 민주주의, 낙태권부터 투표권에 이르는 우리 개인의 자유, 코로나19 이후 강한 회복세를 보인 우리 경제가 모두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과 같은 날 열렸던 뉴햄프셔 민주당 프라이머리에서 절반을 넘으며 1위를 차지했다. 이날 민주당 투표용지에는 바이든의 이름이 없었다. 다음 달 3일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첫 공식 경선을 하기로 한 민주당의 결정을 거부하고 뉴햄프셔주가 먼저 프라이머리를 강행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아예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지만, 유권자들이 용지에 수기로 바이든을 적어 그가 승리했다.

트럼프 대세지만 사법리스크 여전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뉴햄프셔 대신 버지니아주 매너서스의 낙태권 관련 행사장을 찾았다. 부인 질 바이든 여사,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부부와 동행한 그는 사실상 올해 첫 선거 유세인 이날 낙태권 문제를 제기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격했다. 그는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했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이 2022년 보수 우위의 대법원에 의해 폐기된 것을 언급하면서 “이는 미국 여성들에게 악몽과 같은 일”이라며 “미국에서 이 같은 자유를 빼앗긴 것은 도널드 트럼프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최근 고전하는 모습이다. 지난 19~21일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의 조사 결과,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양자 대결 시 40% 대 45%로 5%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7~18일 하버드대 미국정치연구소(CAPS)와 여론조사업체 해리스의 조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와 양자 대결 시 41% 대 48%로 7%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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