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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주범 황 기준치 10배…해상유 18억원치 유통 일당 적발

중앙일보

입력

외항선에 주유를 덜 하는 식으로 기름을 몰래 빼돌리는 장면. [은평경찰서 제공]

외항선에 주유를 덜 하는 식으로 기름을 몰래 빼돌리는 장면. [은평경찰서 제공]

외항선용 해상유를 빼돌려 경기도·강원도 일대 농가와 공장에 난방용 ‘무자료’(미등록) 기름이라며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해상용 벙커C유는 육상용에 비해 가격이 절반 이하인 점을 노린 범죄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은평경찰서는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평택항 및 인천항에 정박한 외항선에서 벙커C유를 주문량대로 전량 주유하지 않는 수법 등으로 빼돌려 불법 유통한 일당 36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총 133회에 걸쳐 224만 리터(18억 7000만원 상당)를 절취 및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지난 4일 선장 A씨와 선원 B씨, 탱크 기사 C씨 등 주범 3명을 구속 상태로 송치했고, 기름 보관책 및 운반책 12명, 기름 구매자 18명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해상용 벙커C유는 석유를 정제하는 과정에 남는 찌꺼기에서 탄생한 중유여서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주범인 황 함유량이 기준치보다 10배가량 높다. 이 때문에 육상에서는 사용할 수 없게 되어있다.

그러나 일당은 2021년 하반기부터 경기도 고양·양주·포천, 인천, 강원도 평창 등지 외딴 농장과 공장 일대를 돌며 “‘무자료’ 기름이 있는데 저렴하게 판다”며 벙커C유를 난방용 기름으로 판매했다.

경찰은 이들에게서 기름을 구매한 이들도 장물취득죄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기름을 시세보다 싸게 사면서 ‘미등록 기름’이라는 설명을 들었을 걸로 보이므로 고의성이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계좌 추적을 통해 명확히 확인된 기름 구매자 외에도 현금 거래 등을 통해 기름을 구매한 이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름 구매자 중에는 2년에 걸쳐 30회 이상 꾸준히 거래해온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주범들은 이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벙커C유를 빼돌려 벌금형을 선고 받은 이력이 있다. 주범들은 벙커C유를 빼돌리는 방식을 습득한 후 지인들을 모아 조직적인 범죄를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불법적인 연료 절취·유통 및 장물 처분 행위 등에 대해 엄정하게 처벌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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