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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층권 온난화가 만든 ‘극한 한파’…평창 체감 -28도, 미국선 92명 숨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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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3일 강풍과 폭설로 운항이 중단된 제주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제설차들이 작업하고 있다. [뉴시스]

23일 강풍과 폭설로 운항이 중단된 제주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제설차들이 작업하고 있다. [뉴시스]

북극 냉기의 위력이 절정에 달하면서 23일 체감 -20도를 밑도는 ‘냉동고 한파’와 함께 남부 지방에 눈폭탄이 쏟아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차가운 북서풍이 따뜻한 서해를 지나며 생성된 눈구름이 충청 이남 지역에 눈폭탄을 뿌렸다. 오후 3시를 기준으로 전라북도 순창과 정읍에 22.9㎝, 제주도 한라산에 24.1㎝의 눈이 쌓였다.

중부 지역은 -10도 내외의 낮은 기온에 바람까지 불며 꽁꽁 얼어붙었다. 체감온도가 서울 -20.9도, 동계청소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평창은 -28.9도까지 떨어졌다.

눈은 24일 오후 대부분 그칠 전망이지만 강추위는 계속 맹위를 떨칠 것으로 보인다. 24일 아침에도 수도권은 최저기온 -16~-10도, 서울의 체감온도는 최저 -18도에 머물 전망이다. 기상청은 25일 추위의 기세가 약해지기 시작해 26일에는 전국 기온이 최저 -11~1도, 최고 1~9도로 평년 수준을 회복하겠다고 예보했다.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도 열흘 넘게 한파가 지속돼 22일까지 92명이 사망했다. 지난 13일 북서부 몬태나주(州)는 -34도로 1999년 이래 최저기온을 기록했고 체감온도는 -51도까지 떨어졌다. 미시간주에는 68.58㎝의 폭설이 쏟아졌다.

한국과 미국의 극한 한파는 공통적으로 북극 공기를 가두는 극 제트기류가 중위도로 내려온 탓에 발생했다. 기상학자들은 이와 함께 성층권 하단부에서 나타난 ‘극 소용돌이(Polar Vortex)’ 붕괴 현상도 주목하고 있다. 북극 중심부에 위치한 극 소용돌이가 약해지는 동시에 제트기류가 중위도로 내려오면서, 한국·미국 등 북반구 곳곳에 북극의 냉기가 침투했다는 것이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극 소용돌이 붕괴가 성층권 하단부에서 나타난 일시적 온난화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도 “성층권 일시 온난화가 이번 한파의 요인 중 하나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기상학자는 북극 기온이 높아지면 극 소용돌이 붕괴 현상이 더 잦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공항 대합실에서 대기하는 이용객들 모습. 이날 오후 4시 기준 제주공항 국내·국제선 항공편 가운데 423편이 결항했다. [뉴시스]

공항 대합실에서 대기하는 이용객들 모습. 이날 오후 4시 기준 제주공항 국내·국제선 항공편 가운데 423편이 결항했다. [뉴시스]

한편 23일 제주와 전남 지역에선 폭설과 강풍으로 항공편 운항이 큰 차질을 빚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국제공항에 따르면 이날 오전 운항 예정이었던 국내·국제선 항공편 중 총 423편(출발 211, 도착 212)이 결항하거나 미리 비운항 조처됐다(오후 4시 기준). 국내선 14편(출발 8, 도착 6)과 국제선 12편(출발 5, 도착 7)만 운항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제주 기점 모든 노선의 항공편을, 대한항공과 에어부산은 각각 이날 오후 5시30분과 5시까지 제주 출발·도착 항공편을 결항 조처했다.

전날에도 국내·국제선 항공편 35편(출발 18, 도착 17)이 결항돼 이날까지 총 2만여 명의 발이 제주에 묶인 것으로 항공업계는 추정했다. 항공편 취소가 잇따르면서 공항 대합실은 새 항공권을 구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가족과 3박4일 일정으로 여행을 왔다는 신모(70·서울시)씨는 “15억원대 건물 계약이 있는데, 내일도 표가 없다고 해 어찌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바닷길도 일부 끊겼다. 제주도 전 해상과 남해서부 서쪽 먼바다에는 풍랑특보가 발효되며 제주 기점 8개 항로 여객선 10척 중 2개 항로 3척만 운항했다. 전남 완도·목포·여수·고흥을 오가는 여객선 43항로 78척 중 35항로 41척의 운항도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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