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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불기둥 치솟았다" 명절 앞두고 잿더미된 서천 특화시장 [르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3일 오전 10시 충남 서천군 서천읍 특화시장. 지난 밤 발생한 화재로 2층 건물이 모두 불에 타 뼈대만 남았다. 사람 키만 한 커다란 가스통은 건물에서 20m 넘게 날아와 주차장 한쪽에서 나뒹굴었다. 화재 당시 폭발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특화시장 건너편에서 사는 주민은 “펑~ 펑~ 하는 소리에 놀라 나와보니 빨간 불기둥이 하늘로 치솟았다”고 말했다. 건물 주변에서는 아직도 매캐한 냄새가 남아 있어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울 정도였다.
지난 22일 오후 11시8분쯤 충남 서천 특화시장에서 화재가 발생, 점포 227곳을 태우고 9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불이 나자 소방당국은 자정을 기해 대응 2단계(인접 소방서의 인력·장비를 동원하는 경보)를 발령하고 인력 401명과 장비 45대를 투입, 진화에 나섰다. 당국은 불이 난지 2시간여 만인 23일 오전 1시15분쯤 큰 불길을 잡았다. 불은 오전 7시55분쯤 완전히 진화됐다. 화재는 시장에 설치된 ‘자동화재속보설비’를 통해 신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밤 발생한 화재로 2층 건물이 모두 잿더미로 변한 충남 서천군 특화시장 모습. 신진호 기자

22일 밤 발생한 화재로 2층 건물이 모두 잿더미로 변한 충남 서천군 특화시장 모습. 신진호 기자

“펑~ 펑~소리에 놀라”…2층 건물 전소

이날 불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1~2층 점포와 식당 292개 가운데 227개가 탔다. 내부 수산물동과 일반동, 식당동이 불에 타고 별관인 농산물동과 먹거리동 65개 점포는 다행히 화마를 피했다.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특화시장 오일환 상인회장 등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불길이 2층으로 번지던 상황이었다고 한다.

소방당국은 최초 불길이 수산물 판매장 쪽에서 시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선착대가 도착했을 당시 수산물 판매장 부근에서 불길이 컸다고 한다. 불이 난 건물은 최근 소방점검에서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잔불 정리를 마치는 대로 정확한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할 방침이다.

22일 밤 발생한 화재로 2층 건물이 모두 잿더미로 변한 충남 서천군 특화시장 모습. 화재 현장에는 커다란 가스통이 나뒹굴어 화재 충격을 보여주고 있다. 신진호 기자

22일 밤 발생한 화재로 2층 건물이 모두 잿더미로 변한 충남 서천군 특화시장 모습. 화재 현장에는 커다란 가스통이 나뒹굴어 화재 충격을 보여주고 있다. 신진호 기자

김영배 서천소방서장은 “점포가 붙어 있고 강한 바람이 불어 초기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건물이 샌드위치 패널 구조인 데다 20년 된 건물이라 피해가 커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천특화시장은 2004년 2월 개장한 시설로 연면적 7018㎡ 규모의 2층 건물에 수산물과 농산물·생활잡화·특산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건물 2층에는 식당 13곳이 영업 중이다. 해당 건물은 51억원의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년 된 샌드위치 패널 건물

대를 이어 50년간 장사하고 있다는 최모(49)씨는 “설을 앞두고 상인 대부분이 평소보다 5∼10배 이상 되는 물건을 들여놨다”며 “우리도 굴을 평소보다 8배나 많이 들여놨는데 이렇게 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라고 탄식했다.

충남 서천특화시장 오일환 상인회장인 234일 인터뷰에서 화재 당시의 상황과 상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충남 서천특화시장 오일환 상인회장인 234일 인터뷰에서 화재 당시의 상황과 상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오일환 상인회장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설 명절을 앞두고 물품을 대량으로 구매해 냉장 보관하고 매장에도 진열해 놓은 상황이었다”며 “건물 모두가 잿더미로 변해서 상인들 모두가 망연자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오 회장은 “정확한 피해는 집계하기는 어렵다. 장기적으로 시장을 개설하는 데 2년 이상이 걸린다는 데 정부와 자치단체 도움이 절실하다”고 요청했다.

상인들 “당장 어떻게 먹고 살지 막막” 

상인들은 직장과 돈을 버는 생계 수단인 특화시장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하자 당장 먹고살 것을 걱정했다. 3년이 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을 겨우 넘겼는데 앞으로 다시 시장을 만들 때까지 어떻게 버틸지가 가장 막막하다고 했다. 수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김민규씨는 “막노동이라도 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화재 현장에 정치인과 정부 부처 관계자들이 속속 도착하자 상인들이 몰려들었다. 일부 상인은 정치인을 붙잡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 뭐라도 좀 해달라”고 호소했다. 상인 대부분은 설 명절 전에 임시 장터를 마련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장동혁 국회의원(국민의힘 보령·서천)은 “다른 지역의 사례를 검토하고 정부, 여당과 협의해서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장동혁 국회의원(왼쪽 둘째)과 김기웅 서천군수가 23일 화재가 발생한 서천 특화시장에서 상인들과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장동혁 국회의원(왼쪽 둘째)과 김기웅 서천군수가 23일 화재가 발생한 서천 특화시장에서 상인들과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서천군은 상인들과 협의를 거쳐 특화시장 인근에 임시 시장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불이 탄 건물을 다시 건설하는 데 2년 정도가 걸리는 만큼 이 기간 장사를 이어가기 위한 대안이다. 임시 시장을 만드는 데는 최소한 7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당장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이 40억원(충남도 20억원, 행정안전부 10억원, 서천군 10억원)에 불과,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는 게 과제다.

정부·서천군, 임시 시장 설치 등 대책 마련 

김기웅 서천군수는  “서천 지역 경제를 지탱해온 특화시장이 전부 타버려 황망하다”라며 “상인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신속히 정상화할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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