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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명 장학생이 자식”…충북대 어머니 마지막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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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고(故) 신언임(오른쪽 둘째) 여사가 생전 충북대 학생들과 함께한 모습. [사진 충북대]

고(故) 신언임(오른쪽 둘째) 여사가 생전 충북대 학생들과 함께한 모습. [사진 충북대]

행상을 해 모은 전 재산(51억3000만원)을 장학금으로 기부해 ‘충북대 어머니’로 불린 신언임 여사가 영면에 들었다. 유족과 고창섭 총장 등 충북대 교직원, 졸업·재학생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2일 대학본부 대강당에서 고인의 영결식이 열렸다. 고인은 지난 19일 타계했다. 91세. 장례는 학교장으로 엄수됐고, 고인은 대학 내 교육독지가 선영에 안치됐다.

충북 청주시 오창읍(옛 청원군 오창면)에서 1남 8녀 중 다섯째로 태어난 고인은 어려운 형편 탓에 18살에야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전매청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22세에 결혼했지만, 얼마 안 가 혼자가 됐다. 자식 없는 아쉬움과 배움에 대한 한을 잊기 위해 장사를 시작했다. 노점을 하며 억척스럽게 돈을 모았다.

고인은 1993년 6월 청주시 남문로 소재 3층짜리 상가 건물(30억원 상당)을 충북대에 기증했다. 대학 측은 이를 팔아 장학기금 33억원을 마련했다. 이어 개교 60주년이던 2011년 9월에는 현금 10억3000만원을 기탁했다. 또 2018년 12월엔 남은 재산인 청주시 북문로 소재 건물(8억원 상당)을 기증했다. 당시 고인은 “죽어서도 수많은 자식이 공부하는 충북대와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충북대는 고인 이름을 딴 ‘신언임 로스쿨장학금’(1993년), ‘신언임 충효 장학금’(2011년), ‘신언임 장학금’(2018년)을 차례로 만들었다. 현재 매년 10명에게 장학금 5000여 만원을 준다. 지금까지 장학금 수혜 학생이 103명에 달한다. 충북대는 2011년 고인에게 명예 행정학 박사학위를 수여했고, 2015년에는 신축 평생교육원 강당을 ‘신언임홀’로 명명했다.

많은 졸업·재학생이 고인을 ‘어머니’라 부르며 추모했다. 특히 2017년 로스쿨 장학금을 받은 나도 변호사는 사흘간 장례식장에 머물며 상주 역할을 했다. 1기 장학생인 장병준·이정옥씨 부부는 “어머니는 100명 넘는 자식을 두신 것과 다름없다. 그 참된 삶을 많은 사람이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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