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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선인장·뼈·돌 모든 게 악기가 된다…세계 곳곳 민속악기와의 만남

중앙일보

입력

고인돌 같은 '단다'는 어떤 소리 날까 
나라별 민속악기로 다양한 음색 즐겨봐요  
음악을 연주하는 데 쓰는 기구를 통틀어 악기(樂器)라 하죠. 가야금·해금·장구 등 우리 전통 악기부터 피아노·기타·드럼 등 서양 악기는 학교 수업을 비롯해 신문·방송 등 여러 매체에서 쉽게 접할 수 있어요. 인류는 문자로 역사가 기록되기 전인 선사시대부터 악기를 사용했습니다. 세계 곳곳에는 수많은 민족이 있고, 그들은 각자의 생활 환경과 문화에 어울리는 악기를 발전시켜 왔죠. 즉, 세상에는 우리에게 생소한 악기들이 그만큼 많다는 건데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을 찾아 우리가 몰랐던 악기의 세계를 들여다봤어요.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을 찾아 전 세계의 다양한 민속악기를 살핀 소중 학생기자단. 왼쪽부터 남아메리카의 레인 스틱을 든 안수민(서울 동호초 5) 학생기자, 아프리카의 북을 손으로 두드려본 김서호(서울 자곡초 4) 학생기자, 아프리카의 칼림바를 들어 보인 왕희재(서울 마포초 5) 학생기자.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을 찾아 전 세계의 다양한 민속악기를 살핀 소중 학생기자단. 왼쪽부터 남아메리카의 레인 스틱을 든 안수민(서울 동호초 5) 학생기자, 아프리카의 북을 손으로 두드려본 김서호(서울 자곡초 4) 학생기자, 아프리카의 칼림바를 들어 보인 왕희재(서울 마포초 5) 학생기자.

경기도 파주에 있는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은 120여 개국에서 수집한 약 2000여 점의 전통악기 및 민속품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중동·인도·동북아시아·동남아시아·오세아니아·유럽·아메리카 등 여러 대륙과 문화권의 악기를 만날 수 있죠. 김서호·안수민·왕희재 학생기자가 박물관에 들어서자 이영진 관장과 한연선 학예실장이 돌로 만든 실로폰인 단다 앞에서 인사를 건넸어요.

단다는 동남아시아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악기로, 제작 역사는 최소 2000~3000년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해요. 보통 8개에서 12개의 돌덩어리로 구성되는데 소중 학생기자단이 본 단다는 좌측부터 B4, D#5, F5, G#5, A5, C#6, G6, A6의 음정을 지닌 총 8개 조각으로 구성됐죠. 베트남 고원 지대에 거주하는 라글라이족과 므농족이 경작지에서 동물로부터 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던 악기인데요. 직접 두드려 본 희재 학생기자가 "언뜻 보면 고인돌 같이 생겼지만 트라이앵글 같은 예쁜 소리가 나네요"라며 놀라워했죠.

한연선(맨 오른쪽) 학예실장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전 세계에서 수집한 여러 나라의 민속악기를 설명했다.

한연선(맨 오른쪽) 학예실장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전 세계에서 수집한 여러 나라의 민속악기를 설명했다.

제사·전쟁·통신…악기의 다양한 용도  

수민 학생기자가 "민속악기의 정의는 무엇인가요"라고 질문했어요. "민속악기는 왕족·귀족이 아닌 일반 사람이 사용하는 악기예요. 궁중에서 연주한 악기들은 민속악기에 비해 형태도 복잡하고 연주법을 배우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왜냐하면 그런 악기들은 평생 훈련한 전문 악사들이 연주했기 때문이죠. 반면 일반 사람들이 연주한 민속악기는 상대적으로 배우기 쉬운 편이고 축제나 제례, 생일·결혼식·장례식과 같은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늘 함께했죠. 하지만 궁중에서 연주한 악기들과 민속악기가 정확히 구분되는 건 아닙니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했어요."(한)

지하 1층 상설전시실로 향한 소중 학생기자단은 전시실을 꽉 채운 수백 점의 악기에 눈이 커졌죠. "여기에 전시된 악기들은 이 관장님이 수십 년 동안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모은 수집품이에요. 약 2000여 점을 소장 중인데 크기가 큰 악기는 배로 옮겨오기도 했죠.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서양 악기들과는 달리 민속악기들은 수집하기가 쉽지 않아요. 또 지금도 여러 문화권에서 새로운 악기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죠."

악기는 각 나라의 자연환경·문화에 따라 형태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소리를 내는 원리를 살펴보면 비슷한 경우가 많다.

악기는 각 나라의 자연환경·문화에 따라 형태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소리를 내는 원리를 살펴보면 비슷한 경우가 많다.

서호 학생기자가 "현대에 악기는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주로 쓰이는데, 초기 악기의 용도는 좀 달랐다고 들었어요"라고 말하자 한 학예실장이 설명해줬죠. "악기는 구석기부터 제작됐어요. 동물의 뼈를 재료로 비교적 만들기 쉬웠던 피리 종류가 가장 먼저 탄생한 악기로 추정되는데요. 처음에는 자연에서 나는 여러 소리를 흉내 내면서 신과 소통하기 위해 악기를 만들었다고 해요." 그는 기다란 막대처럼 생긴 남아메리카의 악기 레인 스틱을 가리켰습니다.

"레인 스틱은 속이 빈 선인장·나무에 조개껍데기·조약돌 등을 넣어 만든 악기인데요. 선인장 가시를 선인장 표면에서 안쪽으로 마치 못처럼 박았어요. 그러면 텅 비어있는 안쪽에 선인장 가시가 길게 들어가겠죠. 레인 스틱을 거꾸로 들면 안에 있던 조개껍데기·조약돌이 선인장 내부 및 가시와 부딪히면서 빗소리와 유사한 소리를 내죠. 인디오들이 비가 내리기를 바라는 의식인 기우제를 지낼 때 사용하던 악기예요."(한) 수민 학생기자가 레인 스틱의 몸통을 거꾸로 들자 안에서 '차르르' 하고 마치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어요.

1873년 모스크바 만국박람회에 전시된 독일 비제사의 피아노(뒤)와 베트남의 브론즈 드럼.

1873년 모스크바 만국박람회에 전시된 독일 비제사의 피아노(뒤)와 베트남의 브론즈 드럼.

또 전쟁 때나 농사지을 때처럼 여러 사람의 협업이 필요한 일에도 악기를 신호를 주고받는 용도로 사용했으며, 통신할 때에도 악기를 이용했어요. 전시실 안에는 둥그런 의자처럼 생긴 악기가 있었는데요. 베트남에서 사용하던 브론즈 드럼(트롱 동)으로, 동남아시아 청동기 문화를 상징하는 중요한 유물이죠. 전쟁 때면 브론즈 드럼 위에 쌀알을 올려놓는데, 적이 다가오면서 땅이 울리면 브론즈 드럼 위의 쌀알도 튀어 오르겠죠. 이를 통해 적군의 숫자를 가늠하기도 했으며,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브론즈 드럼을 쳐서 소리를 내기도 했어요.

브론즈 드럼 위쪽에는 기다란 나팔처럼 생긴 알프혼이 있었어요. 족히 2m는 넘는 길이었죠. 스위스 알프스 산맥에서 소·양을 치던 목동이 사용하던 악기로 젖소의 젖을 짤 때 마음을 안정시키거나, 밤에 양들을 재우기 위해 불러 모으는 용도였죠. 또 마을회의나 전쟁을 위해 남자를 모을 때도 사용했어요. "동화 '양치기 소년'을 보면 양치기가 늑대가 쳐들어온다고 계속 거짓말을 해서 마을 사람들의 신임을 잃는 내용이 나오죠. 산 위에서는 마을 전경이 다 보이기 때문에 이렇게 알프혼을 불어서 마을 사람들에게 위험한 일을 경고하기도 했겠죠."(한)

나무를 깎아 물고기·용·사슴 등을 결합한 모양으로 만들고, 그 속을 파내어 두드려 소리를 내는 악기인 목어. 세계민속악기박물관

나무를 깎아 물고기·용·사슴 등을 결합한 모양으로 만들고, 그 속을 파내어 두드려 소리를 내는 악기인 목어. 세계민속악기박물관

형태는 다르지만 원리는 비슷한 악기들

민속악기는 각 문화권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로 만드는 경우가 많아요. 중앙아시아 민속악기를 모아둔 곳으로 가자 염소 가죽으로 만든 공기주머니에 긴 나무관과 뿔로 된 2개의 나팔을 단 형태의 악기를 볼 수 있었어요. 리비아·튀니지 등에서 사용한 백파이프인 주끄라입니다. 긴 나무 관으로 공기를 불어 넣은 뒤 주머니를 누르며 연주하죠. 보통 백파이프는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악기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목축 문화권에서 흔히 사용하는 악기예요. 스코틀랜드의 백파이프 역시 이슬람 세계에서 스페인을 거쳐 유럽으로 전해진 것이죠.

서로 길이가 다른 대나무를 이어 붙여 만든 베트남의 악기인 클롱풋. 구멍 앞에서 손뼉을 쳐 소리를 낸다.

서로 길이가 다른 대나무를 이어 붙여 만든 베트남의 악기인 클롱풋. 구멍 앞에서 손뼉을 쳐 소리를 낸다.

동남아시아의 베트남 중부에는 서로 길이가 다른 대나무를 이어 붙여 만들어 실로폰과 비슷한 형태의 클롱풋이라는 악기가 있어요. 실로폰처럼 표면을 두드려야 소리가 날 것 같지만, 사실은 대나무 구멍을 주걱처럼 생긴 막대로 두드리거나, 구멍 앞에서 손뼉을 쳐서 소리를 내죠.

희재 학생기자가 "흔히 악기를 현악기·관악기·타악기·건반악기로 분류하는데요. 클롱풋과 같은 악기는 어떻게 분류되나요"라고 질문했죠. "현악기·관악기·타악기·건반악기라는 분류는 악기의 특성을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클롱풋은 대나무관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관악기에 속한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막대로 두드리는 연주법을 사용하면 타악기라고 여길 수도 있죠. 그래서 악기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다른 분류법을 쓰는 경우가 많아요."

한 학예실장은 '소리가 어디에서 나는지'를 기준으로 악기를 네 가지로 분류하는 방법을 소개했어요. 실로폰처럼 자기 몸을 울려 소리를 내는 체명악기(몸울림 악기), 북처럼 막을 울려 소리를 내는 막명악기(막울림 악기), 피리처럼 공기를 떨리게 만들어 소리를 내는 기명악기(공기울림 악기), 기타처럼 줄을 울려 소리를 내는 현명악기(줄울림 악기)죠.

실로폰의 사촌격인 아프리카의 발라폰. 나무로 만들어진 건반과 그 아래 붙은 조롱박으로 이루어졌다.

실로폰의 사촌격인 아프리카의 발라폰. 나무로 만들어진 건반과 그 아래 붙은 조롱박으로 이루어졌다.

먼저 돌·금속류·뼈·나무 등 단단한 재료를 서로 부딪치거나 긁어서 자체적으로 소리를 내는 체명악기부터 살펴볼까요. 아프리카에는 실로폰의 사촌격인 발라폰이 있어요. 나무로 만들어진 음판과 그 아래 붙은 조롱박으로 이루어진 민속악기죠. 서호 학생기자가 꼭지 부분을 부드러운 고무로 감싼 말렛으로 음판을 치자 맑고 아름다운 소리가 들렸어요. "음판 아래쪽에 있는 조롱박을 자세히 살펴보면 음판의 크기가 클수록 조롱박의 크기도 큰 것을 알 수 있죠. 조롱박이 공명체 역할을 하면서 소리가 더 크고 예쁘게 나는 거예요."(한)

티벳·네팔·인도·베트남 등에서 사용하는 싱잉볼 역시 그릇의 외부 금속 면을 막대로 밀어 돌리면서 생기는 마찰로 소리를 내는 체명악기죠. 나무를 깎아 물고기·사슴·용을 결합한 형상으로 만든 뒤 배 부분을 파내어 그 속을 두드리면 소리가 나게 만든 물고기 모양의 악기인 목어(木魚) 역시 체명악기입니다. 우리나라와 중국 등 불교 문화권의 사찰에서 많이 사용하죠.

한 쌍의 흙으로 만든 몸체에 염소·소가죽을 고정해 만든 모로코의 막명악기 트빌라. 탐탐 또는 나카라라고도 불린다. 세계민속악기박물관

한 쌍의 흙으로 만든 몸체에 염소·소가죽을 고정해 만든 모로코의 막명악기 트빌라. 탐탐 또는 나카라라고도 불린다. 세계민속악기박물관

두 번째로 동물의 가죽·심장막, 물고기의 껍질 등으로 만든 막을 진동시켜 소리를 내는 막명악기를 만났습니다. 막명악기의 대표격인 북은 전 세계 거의 모든 민족이 연주한 악기예요. 기원전 4000년경 유럽 서남부 지역에서 실린더형 북이 개발됐을 만큼 역사가 길죠. 북은 둥근 형태가 대부분입니다. 북을 만들 때 동물의 가죽(피막)을 펴서 통에 씌우는데, 둥근 형태가 가죽을 고르게 펴기 쉽고 어디를 두드려도 일정한 소리가 나기 때문이에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원뿔 모양의 통이 특징인 아프리카의 아쉬코, 인도 남부 지역의 대표적인 막명악기인 므리당감 등을 살펴봤죠.

우리 전통 악기 중에서 친숙한 막명악기를 꼽자면 장구인데요. 장구를 비롯한 막명악기의 통은 보통 나무로 많이 만들죠. 그런데 모로코의 트빌라·갈랄, 이집트의 다르부카 등 중동 지역의 북들은 나무 대신 흙을 구워 만들기도 했어요. 중동 지역은 숲이 적고 사막이 많아서 나무를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에요.

티베트의 불교에서 사용되는 소라고둥으로 만든 기명악기인 둥 드카르. 세계민속악기박물관

티베트의 불교에서 사용되는 소라고둥으로 만든 기명악기인 둥 드카르. 세계민속악기박물관

이제 주로 관을 이용해 공기의 진동으로 소리를 내는 기명악기를 살펴볼까요. 흔히 관악기라고 말하는 튜브형의 관으로 된 악기가 바로 기명악기예요. 동물의 뼈, 식물의 줄기·열매, 소라고둥 등으로 만든 피리는 지구상에 가장 널리 퍼진 악기의 형태 중 하나죠. 티베트 불교에서 사용되는 둥 드카르는 소라고둥으로 만든 기명악기입니다. 둥 드카르의 음색은 부처의 음색을 상징한다고 여겼으며, 소라 자체도 폭풍우 등 자연재해를 피해 갈 힘이 있다고 믿었죠.

앞서 리비아의 백파이프인 주끄라를 살펴봤었죠. 조지아에도 유사한 형태의 치보니라는 악기가 있어요. 염소·양의 가죽을 공기 저장 주머니로 사용하고, 두 개 이상의 나무로 파이프를 만들어 공기주머니와 연결해 소리를 내죠.

피리와 같은 형태 외에도 단단한 물체로 공기 자체를 진동시켜 소리를 내는 악기도 있어요. 바로 호주의 원주민 아보리진이 비밀 의식에 사용한 불로어인데요. 얇은 뼛조각·나무판을 줄에 매단 뒤 머리 위로 돌리면서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는 거죠. 이를 통해 신의 목소리, 바람소리, 천둥소리 등을 표현했기 때문에 주로 제례 의식에 많이 사용했어요.

캅카스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조지아의 창기는 하프처럼 생긴 현명악기다. 세계민속악기박물관

캅카스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조지아의 창기는 하프처럼 생긴 현명악기다. 세계민속악기박물관

줄(현)을 울려서 소리를 내는 현명악기로는 피아노·기타·바이올린·하프 등이 있습니다. 한 학예실장이 전시실 한쪽에 있는 피아노 쪽으로 소중 학생기자단을 이끌었죠. "이건 1873년 모스크바 만국박람회에 전시된 독일 비제사의 피아노인데요. 지금의 피아노에서는 볼 수 없는 코끼리 상아로 만든 85개의 건반과 2개의 페달을 갖고 있죠. 건반을 두드리면 피아노 안쪽에 해머가 현을 누르면서 소리를 냅니다." 건반 위쪽 양옆으로는 촛대가 달려있었어요. 이 피아노가 제작될 당시에는 전등이 보편적이지 않아서 어두운 공간에서 연주하려면 촛불로 건반 주위를 밝혀야 했기 때문이죠.

현명악기의 대표 주자인 기타·바이올린의 기원은 중동과 이슬람 사회에서 찾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키르기스스탄의 킬키악은 살구나무 몸통에 2현을 매어 말총으로 된 활로 연주하는 현명악기로, 바이올린의 조상입니다. 또 물방울 모양의 몸통에 여러 개의 줄을 매고 픽(pick)으로 튕기며 연주하는 우드는 아랍 세계에서 널리 쓰이던 악기인데 유럽의 기타·류트의 조상이죠. 이들 악기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사용하던 것이 십자군 전쟁을 통해 유럽에 도입됐습니다. 중동의 악기들은 실크로드를 통해 동아시아로도 전해졌어요. 우드는 8세기에 중국으로 넘어와 당나라 시절 크게 유행한 악기인 비파가 됐고, 한국에서는 향비파, 일본의 비와, 베트남의 단티바로 현지에 맞게 변형돼 발전했죠.

동물의 발톱이나 식물의 열매를 끈·막대로 연결해 만든 딸랑이 종류에 속하는 남미 지역 악기 차차스.

동물의 발톱이나 식물의 열매를 끈·막대로 연결해 만든 딸랑이 종류에 속하는 남미 지역 악기 차차스.

사람의 뼈, 새의 깃털…독특한 재료로 만든 악기  

악기는 해당 문화권의 자연환경에 따라 형태와 재료가 달라져요. 한 학예실장이 소중 학생기자단을 아메리카 지역 민속악기들 앞으로 이끌었죠. 그곳에는 팔찌처럼 생긴 악기가 있었는데, 남미 지역에서 동물의 발톱이나 식물의 열매를 가죽 끈·막대에 연결해 만든 차차스예요. 이렇게 여러 방향으로 흔들어 소리를 내는 딸랑이 종류를 래틀(Rattles)이라 해요. 서호 학생기자가 차차스를 직접 흔들자 바람소리 혹은 빗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났죠. 또 남아메리카의 피리인 시누 플룻은 펠리컨의 정강이뼈에 지공을 4개 뚫어 만들었으며, 안데스 문명에 널리 퍼진 작은 기타 형태의 악기 차랑고는 아르마딜로의 껍질로 등판을 만들었죠. 페루의 팬플루트 중에는 독수리 깃으로 만든 것도 있어요.

한 학예실장이 "이것은 무엇으로 만들었을지 생각해 보세요"라며 페루의 체명악기 차라이나를 가리켰어요. 뭔가 동물의 뼈를 활용한 것 같은데, 알고 보니 당나귀의 턱뼈로 만든 거였죠. "턱뼈의 앞부분을 손으로 잡고 뒷부분을 때리면 이빨과 이빨이 부딪혀서 '차락차락' 소리가 나는 악기예요. 그런데 차라이나 하나를 만들려면 이빨 상태가 좋은 당나귀 한 마리가 통째로 사용되다 보니 이 악기를 많이 만들기 쉽지 않았죠." 몽골과 티베트에는 불행하게 죽은 사람의 무릎뼈로 만든 야산갈링이라는 악기가 있는데요. 망자의 영혼을 달래주는 종교적인 의식에서 사용했다고 합니다.

안수민·왕희재·김서호(왼쪽부터) 학생기자가 경기도 파주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을 찾아 다양한 형태의 악기를 살폈다.

안수민·왕희재·김서호(왼쪽부터) 학생기자가 경기도 파주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을 찾아 다양한 형태의 악기를 살폈다.

악기의 형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나라의 문화도 알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두 개의 현을 가진 몽골의 현명악기 마두금은 머리 부분을 말머리 모양으로 장식했죠. 몽골 지역에는 말이나 염소 등 동물의 형상을 악기에 장식한 경우가 많은데, 이는 소리가 나는 모든 것들은 영혼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민속악기의 정의부터 다양한 악기 형태, 악기의 분류법을 살펴보며 익히 알고 있던 국악기나 서양 악기 외에도 다양한 환경과 문화를 반영한 악기가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익숙하지 않은 형태 때문에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악기가 만들어진 과정과 원리를 알면 훨씬 친숙하게 느껴진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음색과 리듬을 전 세계 민속악기와 함께 즐겨보세요.

민속악기를 직접 만들어 볼까요

세계민속악기박물관에서 살펴본 이국적인 민속악기들은 박물관에서 개발한 키트를 활용해 직접 만들어볼 수도 있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각자 마음에 든 미얀마의 사웅가욱, 고대 그리스 신화로 유명한 리라, 하와이의 우쿨렐레를 만들어봤죠. 그밖에도 아프리카의 칼림바, 독일의 치터, 러시아의 발랄라이카 등 총 12종의 민속악기를 세계민속악기박물관 홈페이지에서 미리 예약해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예약을 놓쳤다면 세계민속악기박물관 온라인 스토어에서 키트를 구매해 집에서도 만들 수 있어요.

미얀마의 사웅가욱을 만든 김서호 학생기자.

미얀마의 사웅가욱을 만든 김서호 학생기자.

사웅가욱은 아치 형태의 목이 달린 미얀마(버마)의 하프로, '버마 하프'로 불리기도 해요. 악어 등 아치 형태로 구현할 수 있는 동물의 모습을 딴 경우도 있답니다. 아치형 하프는 기원전 3000년경부터 연주되던 악기로, 메소포타미아에서 인도를 거쳐 동남아로 전해졌다고 해요. 사웅가욱은 13~16개의 비단 현을 오른손으로 튕기며 연주하는데, 궁중 실내악에서 출발해 다양한 장르에 넓게 사용됐으며 현대에도 사웅가욱을 활용한 연주회가 많이 열리죠.

그리스의 리라를 만든 안수민 학생기자.

그리스의 리라를 만든 안수민 학생기자.

리라는 두 개의 지주가 있는 공명통을 현이 세로로 가로지르는 형태의 악기예요. 기원전 2450년경 메소포타미아의 우르에 있는 왕의 무덤에서 발견됐을 만큼 역사가 길죠. 메소포타미아에서 기원해 이집트·아시리아·그리스 등에 퍼진 악기로 현의 개수는 3현부터 10현 이상까지 다양해요. 그리스 신화에서 음악의 신인 아폴론이 리라 연주를 즐겼다고 알려져 있죠.

하와이의 우쿨렐레를 만든 왕희재 학생기자.

하와이의 우쿨렐레를 만든 왕희재 학생기자.

우쿨렐레는 '뛰는 벼룩'이란 의미를 가진 악기로, 연주자의 손놀림이 작은 벼룩이 튀어 오르듯이 가볍고 경쾌하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죠. 19세기 포르투갈 이민자들이 하와이에 전파했어요. 우쿨렐레는 언뜻 보면 기타와 비슷한 형태지만 크기가 훨씬 작고, 현은 4개입니다. 덕분에 휴대가 용이하고 가격도 기타에 비해 저렴한 편이에요.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세계민속악기박물관에 다녀왔어요. 사실 취재가 아니었다면 이런 박물관이 있는지 생각도 못 했을 것 같아요. 돌·나무·사람뼈·동물의 발톱·독수리 깃털·조롱박 등 악기 재료가 되리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모두 훌륭한 소리를 내는 악기로 변해 있었죠. 제가 악기에 대해 고정관념이 있었나 봐요. 악기의 종류란 끝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놀랍고도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또한 악기에 무슨 뜻이 담겨 있는지, 해당 악기가 탄생한 문화권의 역사와는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도 배웠죠. 책에서 보던 양치기 소년이 들고 다니던 악기인 알프혼을 직접 보아서 신기했고, 한연선 학예실장님이 설명해 주신 양치기 소년 이야기가 너무 흥미진진했어요. 마지막에 악기 만드는 체험도 재미있었죠. 악어처럼 생긴 악기인 사웅가욱을 만들었는데, 집에 와서 예쁘게 색칠도 했답니다.

김서호(서울 자곡초 4) 학생기자

세계민속악기박물관에 들어간 순간 악기들의 다양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어요. 세계 각국에서 수집된 수많은 악기를 직접 보고, 몇 가지는 실제로 연주까지 해볼 수 있었죠. 또한, 악기들이 다른 나라로 전해지면서 어떤 변화를 겪게 되는지도 알게 됐어요. 새의 깃털이나 사람의 뼈, 동물의 발톱처럼 특이한 재료로 제작된 악기들도 많이 봤는데요. 돌로 만들어진 실로폰인 단다를 연주하니 평소에 알던 돌의 소리와는 달리 맑고 아름다운 소리가 나서 놀랐어요. 또한, 선인장의 가시를 이용하여 비가 내리는 소리를 연주하는 레인 스틱도 인상 깊었죠. 악기들을 모두 관람한 후에는 직접 악기를 만드는 체험도 할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저는 리라를 만들어 연주해 보았는데, 그 소리가 정말로 아름답고 매혹적이었죠. 악기에 관심이 있는 소중 친구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을 방문하면 음악의 다양성과 문화적인 가치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안수민(서울 동호초 5) 학생기자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은 2000여 개의 민속악기로 꽉 찬 박물관이었어요. 다양하고 많은 악기를 이영진 박물관장님이 중동·유럽·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사비를 털어 직접 모으셨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악기가 대부분이라 볼거리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 수집하는 것이 아주 힘드셨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저는 박물관 입구에 있었던 커다란 돌 실로폰 단다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단다는 언뜻 보면 고인돌 같이 생겼지만 트라이앵글 같은 예쁜 소리가 났어요. 돌에서 이렇게 맑고 청명한 소리가 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고, 직접 연주해 보니 더 재미있는 악기였죠. 우쿨렐레를 직접 만들 때는 악기를 만들고 즐겁게 연주했던 옛날 사람들의 기분이 느껴지는 듯했어요. 전 세계의 다양한 민속악기를 보고 또 일부는 만져보고 만들어볼 수도 있는 세계민속악기박물관에 소중 친구들도 꼭 한번 가보기를 추천해요.

왕희재(서울 마포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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