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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진짜 대변인은 김경율?…"文때 함께 탄압 받으며 신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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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권의 ‘김건희 리스크’ 사과 논란에 불을 댕긴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두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복심’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여사 논란에 대해 신중할 수밖에 없는 한 위원장을 대신해 김 위원이 부정적인 민심을 대변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대위원과 함께 주먹을 쥐고 있다.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대위원과 함께 주먹을 쥐고 있다. 뉴스1

김 위원은 지난 8일 당 지도부로선 처음으로 김 여사 논란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김 위원은 이날 KBS와 SBS 라디오에 출연해 “특검의 실체와는 상관없는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어떤 식으로 제어할 것인지, 국민의 반감을 잠재울 수 있는 뚜렷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지난 17일 유튜브에 출연해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의혹 해소를 직접 건의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에 “O, X로 물어보면 O”라고 밝혔다.

김 위원이 포문을 열자 당내에선 김 여사 관련 발언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이번 기회에 반드시 특별감찰관을 설치 해야 한다.”(10일, 안철수 의원), “경위를 설명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면 쉽게 해결할 방법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17일,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명품백 수수 의혹이)함정이긴 했지만 솔직하게 사과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공인으로서 바람직한 자세다”(18일, 하태경 의원) 등이다.

그러자 한 위원장은 지난 18일 명품백 의혹에 대해 처음으로 우려를 표했다. 한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함정 몰카지만 전후 과정에서 분명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이 걱정할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19일에도 명품백 의혹을 둘러싼 대통령실과의 갈등설을 일축하면서도 판단 기준을 “국민의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19일 “더불어민주당이 그런 것 물어보라고 시켰느냐. 기본적으로 몰카 공작 맞지 않느냐”라던 입장과 비교하면 온도차가 크다.

이처럼 당내 금기처럼 돼 있던 김 여사 논란에 김 위원이 총대를 메고 나오자 일각에선 “한 위원장과 특수관계 같다”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김 위원이 한 위원장을 대신해 ‘배드캅’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한 위원장이 김 위원의 발언을 제지하지 않는걸 보면서 ‘한동훈의 진짜 입은 김경율’이란 얘기가 나온다”라고 말했다.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2020년 7월'채널A 검언유착' 사건 관련해 압수수색을 받은 한동훈 당시 검사장의 입장문을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했다. 김경율 페이스북 캡처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2020년 7월'채널A 검언유착' 사건 관련해 압수수색을 받은 한동훈 당시 검사장의 입장문을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했다. 김경율 페이스북 캡처

일각에선 한 위원장과 김 위원의 인연이 오래전부터 형성돼 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국 흑서’ 저자인 김 위원이 문재인 정부에서 한 위원장이 좌천되거나 탄압받을 때마다 한 위원장의 ‘방패막이’를 자처하곤 했다. 둘을 잘 아는 이들은 ‘조국 사태’ 전인 2018년 시작된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수사부터 두 사람의 뜻이 통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김 위원은 2020년 1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대검 반부패부장으로 삼바 분식회계 수사를 이끈 한 위원장이 부산고검으로 좌천성 인사 대상이 되자 “삼성 권력에, 이재용 일가에게도 공평무사하게 법을 적용하려 한 사람으로 기억한다”라며 “그의 손에 쥐어졌던 칼이 ‘검찰개혁’의 미명하에 떨어지고 말았다”라고 올렸다. 검찰의 삼바 분식회계 수사는 김 위원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소장이던 2018년 7월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삼성 관련 의혹을 꾸준히 제기한 김 위원은 한 위원장의 수사에 대해 “항상 상대의 급소만을 노려왔다”라며 높게 평가했다.

김 위원은 또 2020년 7월 소위 ‘검언유착’이라 불린 사건과 관련해 한 위원장의 입장문을 페이스북에 공개하고 한 위원장이 수사한 권력형 비리 사건을 나열하면서 부당한 탄압이라고 적극적으로 엄호했다. 한 위원장은 검언유착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2020년 6~7월 두 차례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었다. 한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 시절에 김 위원은 야당 의원을 맹공하면서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과 ‘촉법소년 연령 인하’ 등 법무부 정책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한 위원장과 김 위원을 잘 아는 법조계 관계자는 “김 위원이 주도한 참여연대의 문제 제기가 검찰의 삼바 수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라며 “문재인 정부에서 함께 탄압받는 처지가 되면서 두 사람의 교류가 더 활발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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