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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가 창업으로 이끈 '템페' 인니 셰프도 인정한 맛의 비결 [쿠킹]

중앙일보

입력

작지만 강하다. F&B 산업에 새로운 방향을 만들어 가는 스타트업 이야기다. 로컬에서 먹거리 혁명을 일으키고, 소비자가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가치 소비를 유도하고, 소외된 이웃과의 동행을 이끈다. 이들이 만들어낸 작은 틈이 세상을 바꾸는 큰 흐름으로 이어진다. 쿠킹은 F&B 흐름을 바꾸는 창업가를 소개하는 ‘뉴노멀을 만드는 F&B 리더들’을 연재한다.

[뉴노멀을 만드는 F&B 리더들 ⑥ 파아프 장홍석 대표]  

콩을 발효해 만드는 인도네시아의 전통 음식 템페. 사진 파아프

콩을 발효해 만드는 인도네시아의 전통 음식 템페. 사진 파아프

올해는 어떤 음식이 사랑받을까. 미국의 유기농 전문 마켓인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이 발표한 ‘2024년 미국이 주목할 10대 식품 트렌드’는 식물 기반 식품의 성분 단순화를 꼽았다. 콩이나 호두 등 식물성 재료가 주목받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언급된 식품이 템페(tempeh)다.

콩을 발효시켜 만드는 템페는 인도네시아의 전통 음식으로 한국의 청국장, 일본의 낫또와 함께 세계 3대 콩 발효식품으로 꼽힌다. 특히 100g당 20g의 단백질을 함유한 고단백 식품이다. 최근엔 MBC 예능 프로그램에서 방송인 전현무씨가 비건인 줄리안을 위해 템페를 활용해 요리해 관심을 모았다. 실제로 템페는 국내에서 비건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 중심엔 국산콩으로 직접 템페를 만드는 회사 '파아프'를 이끄는 장홍석(39) 대표가 있다. 식초로 발효시간을 줄이지 않고, 전통 방식 그대로 72시간을 발효해 템페를 만든다. 장 대표를 지난 19일, 경기도 광주의 템페 공장에서 만났다.

템페의 매력에 빠져 창업한 장홍석 파아프 대표. 사진 쿠킹

템페의 매력에 빠져 창업한 장홍석 파아프 대표. 사진 쿠킹

현대 무용가로 세계 무대를 누비다 2018년 파아프를 창업한 계기는.

“2015년 공연을 위해 인도네시아에 갔다가 현지 코디네이터가 준 템페를 맛봤다. 생소하면서도 신비한 맛이 나서 궁금했다. 그래서 코디네이터를 따라 현지 시장에 가보니, 하얀색 벽돌 모양의 템페가 쭉 진열돼 있었다. 그 모습이 인도네시아 특유의 진한 색상과 대비돼 더 강렬하게 다가왔다. 한국에 와서 구글이나 유튜브에서 템페에 대해 찾아봤는데 공부할수록 답답했다.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세계 곳곳의 템페 마스터에게 가르쳐달라고 메일을 보냈는데 답이 없었다. 딱 한 사람, 인도네시아 출신으로 일본에 거주 중인 마스터만이 가르쳐주겠다고 해서 일본에 갔다.”

일본의 마스터는 왜 허락한 건가.  

“만약 외국인이 한식을 배우고 싶다고 한다면 기특하지 않을까. 마스터는 외국인인 내가 인도네시아 음식을 배운다고 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열심히 배워서 한국에 잘 소개해달라고 당부했다. 5개월 정도 콩 수매부터, 템페 제조, 마트나 레스토랑에 배달까지, 마스터와 일상을 함께 했다.”

업을 바꾸게 한, 템페의 매력은

“템페를 공부할수록 발효의 메커니즘에 관심이 생겼다. 살아있는 균이지만 비가시적인 존재를, 발효를 통해 가시적인 존재로 만든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발효라는 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균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그 과정에 매력을 느낀다.”

인도네시아 출신 템페 마스터에게 템페 만드는 법을 배우기 위해 일본에 머물던 시절의 장홍석 대표. 사진 파아프

인도네시아 출신 템페 마스터에게 템페 만드는 법을 배우기 위해 일본에 머물던 시절의 장홍석 대표. 사진 파아프

한국에 돌아온 장 대표는 집에 작은 발효실을 만들고, 템페를 만들었다. 잠도 못 자고, 발효에만 몰입했다. 본래 어떤 일에 몰두하면 24시간 내내 생각하는 그의 성향 때문이다. 하지만 한 달간 썩어버린 콩과 마주 해야 했다. 결국 일본의 마스터에게 연락해 물었다. 한 달간 장 대표가 어떻게 발효했는지 들은 스승은 웃으며 “너무 많은 관심을 준 것이 문제”라고 답했다. 자녀를 키우는 것을 예로 든 마스터는 “수시로 문을 열어보고, 또 잠자려는데 말 걸면 아이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온종일 외출하고 돌아왔을 때 비로소 콩이 발효되면서 하얗게 꽃처럼 핀 곰팡이를 만날 수 있었다.

처음부터 창업을 생각했나.

“전혀 아니다. 템페를 만들어 지인들에게 나눠줬는데 소문이 나면서 어느 날 레스토랑에서도 납품 문의가 왔다. 그때 좋은 음식인 만큼 더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고 싶어서 알아보니, 제조를 할 수 있는 공장이 필요하더라. 그렇게 2018년 파아프라는 템페 제조 브랜드를 만들게 됐다. 또 제조업이라는 게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다 보니 아버지에게 함께 해달라고 부탁드렸다.”

판매를 위한 유통부터 홍보, 마케팅까지 할 일이 많을 텐데.

“사업이라고는 전혀 몰랐기에 정말 어려웠고, 여전히 그렇다. 하지만 첫 판매부터 가능성을 봤다. 처음에 마르쉐에서 템페를 팔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템페를 궁금해하며 관심을 보였다. 소비자 입장에선 주문도 불편했다. 클릭 한 번이면 주문이 가능한 시대에, 구글 스프레드시트로 주문을 받았으니까. 배송도 2주에 한 번 정도 가능했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기다렸다가 주문하고 불평 없이 기다려주셨다. 덕분에 5년여 만에 매출은 100배 정도 성장할 수 있었다.”

작은 브랜드만의 소비자와 소통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브랜드를 만든 처음부터 인스타그램 등 SNS 관리를 직접 했다. 제품 소개만 하는 게 아니라, 발효하는 과정에서 느낀 점, 사업을 풀어가는 과정 등을 지인과 소통하듯 올렸다. 그런 부분을 사람들이 좋아해 주더라.”

장홍석 대표는 국산콩으로 템페를 만든다. 사진 파아프

장홍석 대표는 국산콩으로 템페를 만든다. 사진 파아프

국산콩으로 인도네시아의 템페를 만들면 원래의 맛과 다르지 않나.  

“한국은 예부터 콩이 좋기로 유명했기에 처음부터 국산 콩만 생각했다. 재료가 좋으면 음식이 맛있는 것처럼 콩이 좋으면 템페의 품질도 좋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현지 셰프에게도 인정받았다. 2020년 9월 한국-인도네시아 정상회담이 열렸는데 당시 만찬을 준비하던 윌리엄 웅소 수석 셰프가 요청해 우리 템페를 보냈다. 셰프가 맛본 후 “인도네시아의 것보다 맛있다”고 말했다.”

템페를 맛있게 먹는 법이 있다면.

“구워 먹는 게 제일 맛있다. 물론 잘 구워야 한다. 손가락 굵기 정도로 썬 후에 팬이나 에어프라이어에 넣어서 노르스름해질 때까지 충분히 구워주는 게 좋다. 소금이나 후추, 파프리카 가루를 살짝 뿌리면 더 맛있다. 템페가 생소하다면 레스토랑에서 셰프가 만든 템페 요리를 맛보는 것도 좋은 시작이다. 발효카페 ‘큔(궁정동)’이나 비건바 ‘퍼멘츠(한강로3가)’ 등도 템페 요리를 맛보기 좋은 곳이다.”

셰프들이 생각하는 식재료 '템페'의 가치는.

“템페의 다양성을 인정해주는 셰프님들이 늘어가고 있다. 템페는 스펙트럼이 넓은 식재료로, 찌개나 구이 등 어떠한 조리법과도 잘 어울린다. 고기처럼 갈아서 활용할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떤 요리에도 활용하기 좋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올해 목표.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계속 진행 중이다. 그리고 템페는 알고 있지만, 여전히 생소하게 느껴져서 구매는 하지 않는, 잠재적 고객을 유입시키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템페를 활용한 간편 식품 등을 개발하고 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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