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살아 돌아와"…칼 간 삼성, S24에 탑재한 야심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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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센터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 언팩 2024'에서 '갤럭시 S24 시리즈'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센터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 언팩 2024'에서 '갤럭시 S24 시리즈'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지옥에서 살아 돌아왔다. 이달 31일 국내에 출시되는 세계 최초 인공지능(AI)폰 갤럭시 S24 시리즈에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만든 ‘스마트폰의 두뇌’ 엑시노스2400이 탑재됐다. 앞서 발열·성능저하 논란 속에 후속작조차 내지 못하고 사라진 뒤 정확히 2년 만에 갤럭시 플래그십(최상위) 모델에 복귀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절치부심 끝에 내놓았다”다며 칼을 갈고 개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울트라엔 스냅드래곤 탑재…"정면승부는 무리"

엑시노스2400은 삼성전자가 만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중 모든 면에서 성능이 가장 뛰어난 제품이다. 하지만 경쟁작인 퀄컴 스냅드래곤8 3세대와의 정면승부는 끝내 포기했다. 갤럭시 AI폰의 최고봉 자리는 퀄컴에 내줬다.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는 “AI 사용성 극대화를 위해 최상위 모델인 갤럭시 S24 울트라에는 ‘갤럭시용 스냅드래곤 8 3세대’를 탑재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자사 제품인 엑시노스 칩을 퀄컴보다 낮은 자리에 놓은 데는 현실적 고민이 컸다. 비교 대상인 퀄컴의 신형 칩 성능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퀄컴이 공개한 스냅드래곤8 3세대는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 등 모든 면에서 애플의 최신 프로세서 A17 프로에 근접한 ‘역대급 성능’을 달성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 선보일 샤오미 등 안드로이드 진영의 최상위 스마트폰에도 스냅드래곤이 자리한다는 뜻이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실적 효자 노릇 톡톡…"포기 못해"

그간 적지 않은 부담에도 삼성전자가 엑시노스를 갤럭시 S 시리즈에 꾸준히 탑재한 배경에는 비용이 있다. 엑시노스는 설계를 맡은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와 생산을 맡은 파운드리사업부, 갤럭시 완제품을 제조·판매하는 모바일경험(MX)사업부까지 실적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무엇보다 안드로이드 진영 안에서라면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최적화 여부에 따라 사용성에서 충분히 제 성능을 발휘,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 무리는 아니다. 갤럭시 S24가 AI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운 모델인 만큼 AI 연산을 결정짓는 신경망처리장치(NPU) 성능을 확 끌어올린 엑시노스2400가 차가운 평가를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깔려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스마트폰 기기를 판매하는 회사로 꼽힌다. 칩 내재화에 성공 한다면 비용 절감과 이익 극대화를 이룰 수 있다. 5세대 이동통신(5G) 모뎀 등 네트워크 기술 개발에 있어서도 엑시노스는 포기할 수 없는 교두보다.

최상위 칩셋 개발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는 의미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당장 꼭 1등을 할 필요는 없다”며 “엑시노스 성능이 중·상급 스마트폰에 무난하다는 인식만 심어줘도 삼성전자 입장에선 잃는 것보다 얻는 게 훨씬 많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갤럭시S24 시리즈가 공개된 지난 18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 마련된 갤럭시AI 체험공간 '갤럭시 익스피리언스 스페이스'에서 실시간 번역 통화가 시연되고 있다.  이번 갤럭시S24 시리즈에는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돼 통화나 문자를 할 때 자국 언어로 편하게 말하거나 입력하면 상대방 스마트폰 기종과 상관없이 갤럭시 AI가 상대방 언어로 통역해 주는 기능이 탑재됐다. 뉴스1

삼성전자 갤럭시S24 시리즈가 공개된 지난 18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 마련된 갤럭시AI 체험공간 '갤럭시 익스피리언스 스페이스'에서 실시간 번역 통화가 시연되고 있다. 이번 갤럭시S24 시리즈에는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돼 통화나 문자를 할 때 자국 언어로 편하게 말하거나 입력하면 상대방 스마트폰 기종과 상관없이 갤럭시 AI가 상대방 언어로 통역해 주는 기능이 탑재됐다. 뉴스1

"성능 격차 줄여 반격 기틀 마련" 

삼성전자는 올해 엑시노스와 스냅드래곤 칩을 병행 탑재하면서 퀄컴을 상대로 가격 협상력을 축적했다. 국내에선 엑시노스2400가 탑재된 갤럭시S24 기본형과 플러스 모델 가격을 동결했다.

성능 격차를 좁혀 반격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말 많고 탈 많던' 미국 AMD와 파트너십을 통해 탄생한 GPU는 현재까지 공개된 벤치마크(성능실험) 결과 스냅드래곤8 2세대와 3세대 사이에 있는 수준이다. 실제 성능이 벤치마크 결과와 유사하게 나와도 칩을 설계한 시스템LSI사업부는 물론 칩을 만든 삼성 파운드리 4나노미터(㎚·1㎚=10억 분의 1m) 핀펫 공정은 반격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엑시노스2400. 사진 삼성전자

엑시노스2400.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자신감처럼 첨단 패키징 기술로 꼽히는 ‘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지(FOWLP)’를 활용해 올해부터 실제 발열 문제를 개선했다면 대만 TSMC와의 패키징 기술 경쟁도 해볼만 하다. 당장 내년 초 공개할 갤럭시 S25 시리즈에 탑재될 엑시노스2500(가칭)엔 개발방향부터 생산공정까지 완전히 뒤바꿔 전세 역전을 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처음부터 갤럭시 맞춤형 설계가 이뤄지는 데다 역대 최초로 3나노 공정에서 엑시노스를 생산할 수 있다. IT 업계에선 아예 '엑시노스'라는 이름을 버리고 새 이름을 내세울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모든 결과는 국내 출시일인 이달 31일 이후 판가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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