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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도 8세 때 차기수령으로…2013년생 김주애도 내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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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김정은의 자녀는 두 명이다. 첫째인 김주애가 후계자로 내정된 상태”라고 말했다. 최영재 기자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김정은의 자녀는 두 명이다. 첫째인 김주애가 후계자로 내정된 상태”라고 말했다. 최영재 기자

새해 들어 한반도 정세가 심상찮다. 남북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북한은 서해에서의 포사격 등 군사적 도발을 서슴지 않고 있다. 북한은 한·미와의 대화를 거부한 채 러시아와 전례없이 밀착하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개활동에 딸 김주애를 동반하는 모습이 부쩍 잦아지고 있다. 과연 김주애는 4대 세습의 후계자로 낙점된 것일까.

조태용 신임 국정원장은 지난 4일 국회 인사청문회 답변에서 “김주애 등장 이후 공개활동 내용과 예우 수준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봤을 때 현재로써는 김주애가 유력한 후계자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처음으로 김주애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유력한 후계자’로 판단한 것이다. 지난해 9월까지 고수했던 “북한은 남성 위주 사회이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김주애를 후계자로 판단하는 건 성급하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통일부도 지난해 12월 “김주애가 후계자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세습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다소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써 김주애 후계자설이 점점 굳어지는 상황이다.

2022년 말 김주애가 북한 노동신문에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그가 후계자가 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당시부터 지금까지 줄곧 김주애가 김정은의 후계자로 내정됐다는 주장을 펼쳐온 학자가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이다. 지난 17일 세종연구소를 찾아 그를 만났다. 그에게 북한 후계 문제를 비롯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들어봤다.

일찌감치 김정은 위원장이 후계자로 딸 김주애를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는.
“지난 2022년 11월 19일 자 노동신문은 김주애의 사진을 전격 공개하면서 ‘사랑하는 자제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같은 달 27일 자에도 김정은이 김주애와 함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 미사일 시험발사장에 나타난 사진을 신문 1, 2면에 15장이나 게재했다. 이때에는 ‘존귀하신 자제분’이라는 용어를 썼다. ‘존귀하신’이란 특별한 존칭은 북한에서 아무에게 붙이지 않는다. 김일성과 김정일 같은 ‘선대 수령’이나 김정은 같은 ‘현재 수령’에만 사용돼온 용어다. 김주애에게 이런 용어를 쓴 것은 ‘후대 수령’임을 암시한 것이다.

노동신문은 또 ‘제일로 사랑하시는 자제분’이라는 표현도 썼다. 북한 매체의 ‘존귀하신’ ‘제일로 사랑하시는’ 표현을 보고 김주애가 자녀들 중에서 후계자로 내정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후에도 유사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해 2월 열병식에서는 김주애의 백마가 김정은의 ‘백두산 군마’에 이어 두 번째로 나섰다. 이는 김주애가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방증이다. 또 두 사람이 등장하는 우표를 발행하고, 5성급인 박정천 원수 등 최고위급 군 인사들이 김주애에게 무릎을 꿇는 장면도 목격됐다.”

2013년생으로 알려진 김주애가 후계자가 되기엔 너무 이른 것 아닌가.
“김주애가 어리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후계자로 결정된 것은 아니다. 내정된 것으로 봐야 한다. 이런 상황은 김정은이 이른 나이에 아버지 김정일로부터 후계자로 내정된 것과 같다. 내가 2021년 미국에서 만난 김정은의 이모·이모부인 고용숙·이강의 증언에 따르면 김정은이 김정일의 후계자로 공식 결정된 것은 2008년 말이다. 하지만 김정일이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정하고 측근들에게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 시작한 것은 김정은의 만 8세 생일인 1992년 1월 8일부터다. 이때 김정은에 대한 찬양가요인 ‘발걸음’이 김정일과 핵심 측근, 그리고 김정은 앞에서 공연됐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김정일이 ‘앞으로 내 후계자는 김정은이다’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등장하기 전에도 북한이 3대 세습으로 갈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다른 북한 전문가들과는 다른 주장을 폈는데.
“내가 북한이 3대 세습으로 갈 것이라고 주장한 것은 2003년 무렵부터다. 당시 북한 군 내부 교육자료에서 김정은의 생모인 고용희에 대해 개인숭배를 하는 것을 확인하고서다. 하지만 고용희의 두 아들인 김정철과 김정은 중 누가 후계자가 될 것인지는 몰랐다. 당시 진보 쪽에서는 21세기에 3대 세습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고, 보수 쪽은 장남인 김정남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결국 내 주장이 맞았다.”

첫째가 2010년생 아들이란 건 잘못된 얘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31일 평양 5월1일경기장에서 딸 김주애와 함께 2024년 신년경축대공연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31일 평양 5월1일경기장에서 딸 김주애와 함께 2024년 신년경축대공연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김주애 후계설과 관련해 국정원의 초기 판단엔 왜 실수가 있었나.
“그 이유 중 하나는 북한 사회의 남존여비 사상이다. 북한에서 여자가 최고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선입견 때문이다. 남존여비 분위기가 강한 건 맞지만 백두혈통은 예외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김정은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경우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김여정의 승진 속도는 항일 빨치산 2세의 대표 주자인 최룡해보다도 빠르다. 최룡해가 60세 때 당중앙위 정치국 후보위원에 이름을 올린 데 비해 김여정은 29세에 이 자리를 차지했다. 또 다른 이유는 김정은의 첫째 자녀가 2010년생 아들이라는 판단에 실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내가 파악한 바로는 김정은의 자녀는 두 명이다. 첫째는 2013년생인 김주애이고, 성별 미상의 둘째가 있다.”
그렇다면 김정은의 첫째 자녀가 아들이라는 얘기는 어떻게 나온 것인가.
“백두혈통 일가를 지원하는 김정일 서기실이 2010년 무렵 해외에서 남자 아기용품을 구입했다는 정보를 접하고 우리 정보기관이 잘못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서기실은 다른 일가친척이 필요한 물품도 제공하기에 이 같은 오해가 생긴 것 같다. 조태용 국정원장도 이달 초 ‘2013년생 김주애 외에도 성별 미상 자녀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아들 얘기는 없었다. 나는 김정은에게 자녀가 두 명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남북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 북한이 남한을 ‘제 1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하고,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대남기구를 폐지했는데.
“아예 남한과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만약 국지전이 발생해 확대된다면 그것을 무력 통일의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번 조치에서 김정은이 통일이나 민족 문제에 대해 할아버지(김일성)나 아버지(김정일)와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도 엿볼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도 굳이 통일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MZ세대가 있듯이 김정은도 분단된 지 한참 후에 태어난 다른 세대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에서 남북 관계는 회복되기 어렵다는 말인가.
“단순히 남북 관계 단절로만 끝나면 다행이다. 무력 충돌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 북한은 연초부터 서해에서 포사격을 했다. 과거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이 발생했던 2010년에도 북한은 계속 포사격을 했었다. 따라서 연평도 대신 백령도가 목표가 될 수도 있다. 미국 내 일각에선 전술핵 무기를 사용한 제한적 핵전쟁 얘기까지 나오는데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북한 최선희 외무상이 러시아를 방문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방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
“북·러는 현재 밀월관계에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지원이 양국 관계를 더욱 밀착시켰다. 북한은 포탄과 미사일을 제공하고, 러시아는 첨단 기술을 지원하면서 공생하고 있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러시아가 확실하게 북한의 보호막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푸틴 대통령의 올해 방북은 거의 확실하다. 지난해 12월 김정은은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올해 성과를 거둬야 할 군사 분야로 핵추진 잠수함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도와준다면 북한이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미국에게도 큰 위협이 될 것이다. 핵잠은 미 본토 근처까지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북·중 수교 75주년이다.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할 것이란 얘기도 있다.
“올해부터 중국 관광객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고 경제협력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북한과의 협력을 군사 분야까지 확대할 것 같지는 않다. 대만 문제 등으로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까지 가세한다면 미·중 관계가 더욱 꼬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를 완전히 끊었지만, 중국은 대화를 지속하고 있는 점을 봐도 양국의 대미 전략은 온도 차가 있다.”

한국도 핵 재처리시설 정도는 보유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북·미 관계가 지금과 달라져 핵 군축회담 가능성도 제기되는데.
“북한은 현재 바이든 행정부와는 대화하지 않고 있다. 미국에 기대할 것이 없다는 의미다.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된다고 하더라도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 김정은은 이미 실패한 북·미 정상회담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미국이 대통령 혼자 좌지우지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깨달았을 것이다. 게다가 전례없이 러시아·중국과 잘 협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필요성은 크게 부각되지 않을 것이다. 설사 미국이 협상을 제안한다고 하더라고 김정은이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우리 사회 일각에선 자체 핵무장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싱크탱크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북한이 한국을 침공하면 미군이 한국을 방어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50%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2021년 63%, 2022년 55%에 비해 감소한 수치다. 이것이 미국의 분위기다. 고도화된 핵무기를 갖고 있는 북한의 위협에도 미 정부가 여론을 무시하고 한국을 도와줄 수 있을까. 이 대목을 잘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자체 핵무기 개발론이 나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일본처럼 핵탄두의 원료를 만들 수 있는 핵 재처리 시설 정도는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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