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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했던 ‘트럼프 시즌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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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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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올해 11월 대선에서 다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15일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트럼프가 역대급 압승을 거뒀다. 51% 득표로 2위 후보(21%)와 30% 초격차 기록을 세웠다. 트럼프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유력한 바이든 대통령과의 본선 대결에서도 이길 가능성이 높다.

설마했었다. ‘설마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될까’ 했던 건 트럼프의 황당한 범죄행각 때문이다.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2021년 1월 6일 극우시위대의 국회의사당 습격이다. 의회민주주의를 짓밟는 초유의 사건은 사실상 트럼프의 선동이었다.

이후에도 트럼프는 대선결과에 불복하면서 온갖 협박과 선동을 계속했다. 성추행과 성매매 관련 너저분한 사건도 이어졌다. 트럼프는 91가지 범죄혐의로 4차례 기소됐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의 발언을 추적해 ‘집권 4년간 3만건의 거짓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 정도면 당연히 유권자들이 외면할 줄 알았다. 그런데 트럼프는 모든 비리의혹을 ‘민주당 정권의 정치적 마녀사냥’이라고 되받아쳤다. 객관적 사실이나 정황과  무관하게 트럼프의 선동은 통했다. 트럼프 현상은 미국 정치의 퇴락를 보여준다. 토크빌이 예찬했던 ‘미국식 민주주의의 미덕’은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으로부터 민주주의를 배운 한국은 미국의 정치행태에 민감하다. 한국정치가 트럼프식 포퓰리즘과 거짓선동에 휘둘릴까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