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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 회사가 코로나 치료제로 주가 뻥튀기…개미 울린 허위 ‘테마주’ 적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의류 제조업체인 A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옷만 만들던 A사가 치료제를 개발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지만, 주식 시장에서는 코로나19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가 크게 치솟았다. 대박을 노린 개인 투자자들도 기술력 검증 없이 일단 주식을 사들였다. 이후 허위 공시 사실 등이 확인되면서 A사는 거래 정지됐지만, 이미 회사 측은 주식을 처분해 거액을 챙긴 뒤였다.

新사업으로 주가 띄워 개미 돈 200억 챙겨

바이오에서 마스크, 코로나19 치료제, 2차전지까지. 인기 업종이 뜰 때마다 해당 사업에 진출한다고 속여 주식으로 거액을 챙긴 불공정 거래 사례가 대거 적발됐다. 18일 금융감독원은 신규사업을 가장한 불공정거래를 집중적으로 점검한 결과 지난해 7건을 적발해 엄중히 조치(검찰 고발 및 통보 5건, 패스트트랙 2건)하고 13건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이 조치 완료한 업체들이 챙긴 부당이득은 평균 200억원이 넘는다.

조사 사례의 기존 사업과 신규 사업. 금융감독원

조사 사례의 기존 사업과 신규 사업. 금융감독원

앞서 A사 사례처럼 허위로 신규사업에 진출한 회사는 원래 하던 본업과 신규 사업이 관련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연계할 기술력이 없었지만, 오직 주가 띄우기 용도로 신사업을 골랐다. 금감원 조사 대상 20건 업체의 본업은 의료기기(5건)·기타제조(4건)·기계(3건)·전기전자(3건)·금속(2건)·기타(2건)였다. 하지만 이들 신규사업은 2차전지(6건)·코로나 치료제(6건)·바이오(3건)·마스크(1건)·기타(4건)로 본업과 관련 없었다.

제조업체가 마스크→코로나 치료제로 주가 띄워

이들은 주식 시장에서 그때마다 주목 받던 ‘인기 테마’를 노렸다. 테마주로 분류되면 ‘묻지마 식’으로 개인 투자자 자금이 몰려서다.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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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부품을 만들던 B사도 코로나19로 마스크 수요가 높자 마스크 제조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후 주식 시장 관심이 코로나19 치료제로 옮겨가자 이번에는 코로나19 치료제까지 만들겠다며 주가 띄우기에 나섰다. 관련 기술이 없던 B사는 결국 허위공시 등으로 거래정지 됐다.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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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금감원 조사 사례를 살펴보면 2020년 이전 적발 사례 3건 중 2건(66.7%)은 바이오 분야였지만, 코로나19 확산 시기인 2020~2021년에는 적발 사례 9건 중 7건(58.3%)이 코로나19 관련 사업에 몰렸다. 2022년과 지난해에는 적발 사례 8건 중 5건(62.5%)이 2차전지였다. 모두 그 때마다 투자자 관심이 높은 분야였다.

무자본 M&A 연관…수백억 유증 후 횡령

이런 ‘테마 사업’ 띄우기는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과 연관된 경우가 많았다. 금감원이 조치 완료한 사례 7건 중 3건(42.9%)은 무자본 M&A 세력이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이었거나, 인수 직후(6개월 내)에 신규 사업 진출이 본격화 했다. 무자본 M&A 세력이 상장 기업을 일단 섭외한 뒤, 허위 테마 사업으로 주가를 띄워 거액을 챙기려고 했다고 볼 수 있다. 또 금감원이 조사 중인 13건 중 7건(53.8%)도 불공정 거래 행위 직전에 최대주주가 변경된 것으로 나타나 무자본 M&A 세력 연루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이다.

또 이들 업체는 불공정 거래 행위 과정에서 횡령·배임도 함께 저질렀다. 금감원 조치 완료 7건 중 3건(42.9%)에서 횡령·배임 혐의가 확인됐고, 이 중 1건은 일반 투자자 대상으로 수백억원대 유상 증자를 한 뒤, 이 돈을 신규사업에 쓰지 않고 빼돌렸다.

7건 중 6건 이미 상폐 혹은 거래 정지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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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조치 완료 7건 중 6건(85.7%)은 이미 상장폐지 됐거나 거래정지로 상장폐지를 앞두고 있었다. 조사 중인 사례까지 합하면 총 20건 중 10건이 상장폐지를 앞두고 있거나 거래 정지된 상태였다. 또 조사대상 20건 중 18건(90%)은 코스닥 상장사와 관련이 있었다.

유명인·MOU 앞세워 홍보

이들이 신규 사업 진출을 주식 시장에 홍보하기 위한 방법도 교묘했다. 허위로 대규모 자금조달 계획을 발표한 뒤, 실제론 사채를 써서 자금 조달에 성공한 것처럼 꾸몄다. 실제 이 돈은 신규 사업 외에 다른 용도로 썼다. 또 전문가나 유명인사를 사외이사 등으로 영입하거나 실체 없는 사업체나 연구기관에 투자하는 것처럼 발표했다. 유명 국내·외 사업체 또는 연구기관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이를 과장해 홍보하는 것도 이들 단골 수법이었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는 실제 이행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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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부품 업체 C사도 바이오 사업 진출 위해 신약 임상 중인 한 연구기관에 투자한다는 MOU를 맺었다. 하지만 이후 투자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MOU가 파기 됐지만, 이런 사실은 알리지 않고 해당 연구기관 임상 시험 결과만 홍보하면서 주식을 팔아 차익을 거뒀다.

금감원은 “모든 조사국 조사역량을 집중해 신규사업 가장 불공정거래 혐의를 철저하고 속도감 있게 조사하고 엄정한 조치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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